: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V. 만민은 불평등 하나니 8. 아스쁘리샤 Asprishya 불가촉
힌두교 세계관에서의 오염과 정화 개념을 말씀드렸지요. 생명 존중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살생을 정당화하는 게 힌두교 주요 세계관이 되었다는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오염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서 배제하였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우선 생각해 볼 것이 하나 있는 게, 오염된 일이 그렇게 더럽고, 천하고, 해서는 안 될 짓이라면, 그 일을 아예 못하게 금하든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다 처단해버리면 되지, 왜 그 일 자체는 그냥 두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천대하였을까, 라는 의문이 들지요. 세계 어느 나라든 다 마찬가지지요. 오염된 일이라는 건 사회에서 가장 있어야 할, 그게 없으면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똥 싸는 걸 안 할 수 없으니 그걸 누군가는 치워야겠지요, 산모가 아이를 낳는 일도 마찬가지겠고요, 죄인을 사형시키는 일도 마찬가지겠고, 먹기 위해 짐승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매일 매일 빨래하는 것은, 또 어떻겠습니까?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거지요.
그런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핍박하는 강도는 매우 셌지요. 그건 저항하지 못하게 모든 힘을 다해 이데올로기로 옭아매는 거지요. 그만큼 그들이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했으니까요. 그 억압의 강도가 최고조로 이른 건, 그들에게는 집단으로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힌두 경전 중 최고의 경전인 베다에 나오는 네 바르나에 저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족보도 없는 소위 사생아라는 거지요. 그러니 산스끄리뜨 이름도 없이 각각이 별개의 이름으로 불릴 뿐입니다. 다만, 그 여러 각각의 이름들의 공통 성격이 ‘아스쁘리샤’asprishya ‘만질 수 없는’이라고 규정했는데, 이를 근대 이후 사회학에서 untouchable이라 번역하였고 그걸 우리말로 ‘불가촉’이라고 번역한 거지요. 그들은 바르나 체계 안에 들어가지 못한 존재들이라 그들을 부를 때 아-바르나avarna 즉 바르나가 없는 자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사람이란 모두 바르나를 부여받는 것이라고 베다가 규정하는데, 이들은 바르나가 없으니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 취급을 아예 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그들은 힌두교 오염 개념에 근거하여, 가장 오염되고 불결한 일을 하는 것으로 못 박아 두었습니다. 근거는요? 물론 전생에 쌓은 업보라는 것, 한 마디면 다 해결되지요. 누가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요. 다음 생은요?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 맡은 그 더러운 일을 군소리 없이 묵묵히 잘 해내면, 다음 생에는 더 좋게 태어난다는 윤회에 따라서지요. 그래서 그 불가촉천민은 짐승을 잡아 고기로 바치는 일 – 채식을 높이 쳐주지만, 여전히 권력 있는 왕이나 무사 계급 등은 육식을 하는 게 보통입니다. - 가죽 다루기, 시체 운반, 배설물 처리, 쓰레기 청소, 화장 등 ‘부정한’ 노동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일상적인 사회 접촉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그래서 보통 바르나 사람들이 사는 마을의 안에는 거주할 수 없고, 마을 밖에 거주하도록 강요받았지요. 그런데 더럽고 오염된 일이 마을 안에서 발생하면 어떡합니까? 그들이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경적을 울리면서 마을 안으로 들어옵니다. 자기를 보지도, 만지지도 말라는 거지요.
세계의 모든 문명권에 사람 차별의 질곡은 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힌두교만큼 치밀하고 지독하게 핍박한 종교와 그 사회는 없었습니다. 중국에도 있고, 우리에게도 일본에도, 서구에도 다 있었지만, 인도만큼 심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저는 이 ‘불가촉’이라는 개념을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비인간적인 세계관이라 봅니다. 그 끝판왕이 그들의 법전 가운데 최고 법전, 유대인에게 의 모세5경보다 더 믿고 따르는 법전인 《마누법전》이 규정하는 불가촉민에 대한 조항을 한 번 보시지요. 불가촉천민은 마을 밖에 거주해야 한다. 깨진 그릇에 음식을 주어야 하고, 그들이 잘 보이지 않는 밤에 마을이나 도시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들을 보면 오염되기 때문이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매와 성관계를 한 자, 아들의 여자와 성관계를 한 자는 불가촉천민 여자와 성관계하는 자와 같다. 그들은 스승의 잠자리를 더럽힌 자와 같음을 알라. 이런 식입니다.
지금 인도 사회에서는 법적으로는 불가촉천민이라는 게 있을 수 없지만, 그리고 누구라도 그들을 불가촉천민이라 하여 차별하면 처벌받는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문화 속에서 그들에 대한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엄청난 투쟁이 오랫동안 전개되었지요. 20세기 들어와서는 식민 지배자 영국에 의해 근대 사회가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인간 평등이 널리 제기되었고, 실행되었지만, 상상을 초월한 수준의 불문법의 관행으로 인한 불평등이 1920년대까지 널리 행해졌습니다. 그들은 전통 사회에 대해 저항했겠지요. 무슨 일부터 했을까요? 《마누법전》을 불태워버리는 것부터 저질렀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요? 카스트 사회 안에서 개돼지 취급받는 그들의 사회적 운명은 끝났을까요? 사람들의 오랜 전통과 그 세계관이라는 게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인도 사회에서 개돼지로 취급받고 사는 건 많이 약화하였지만,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건 여전하지요. 법으로 문화를 막을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