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삶

: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by 이광수

V. 만민은 불평등 하나니 9. 삼종지도(三從之道)



힌두교의 세계관을 살펴보면서, 고도로 뛰어난 지적, 철학적 성과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체계에 대해서 가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의 뛰어난 직관과 이성의 앙상블을 봅니다. 그런데 정작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드는 개념은 그런 데에 있지 않고,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어떤 인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지요. 그 가운데 하나는 불가촉성, 즉 오염과 배제에 관한 것으로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지요. 오늘은 이 개념과 쌍벽을 이루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관한 겁니다. 힌두 사회가 불가촉천민과 여성, 둘 가운데 어느 집단에 대해 더 가혹하게 혐오감을 주입하고 착취했는지에 대해서는 따지기 어렵겠지요. 그런데 다른 문화권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힌두 사회와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불가촉천민과 같은 개념은 이토록 강하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은 힌두 사회의 불가촉성에 대한 개념에 소스라칠 뿐, 여성에 대해서는 그리 놀라지 않지요. 우리와 비슷한 것은 잘 보이지 않고, 다른 것만, 눈에 확 띄는 인간 세상의 보편적 현상일 겁니다.


일단, 힌두 최고의 법전 [마누법전]에 나오는 여성에 대한 관점부터 살펴보지요. 여성은 고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행위를 정당하게 하지 못하게 차단당하는 사회적 불구의 존재였습니다. 법전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여자들은 몸을 정결히 하기 위해 적절한 의식을 행하되, 그렇다고 최고로 성스러운 베다 구절은 읽어서는 안 된다.”, “스승에게 인사를 하되 스승이 멀리 선 채로는 인사해서는 안 되고, 화가 나 있거나 여자가 가까이 있을 때도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줄 때는, 갓 혼인한 여자나, 나이 어린 소녀, 병든 여자, 임신부 등 여자에게는 손님들 다음에 먹게 해야 한다.”, “브라만은 어떤 경우에라도, 베다에 정통하지 않은 자 혹은 아무에게나 제사를 치러주는 브라만 혹은 여자 혹은 고자(鼓子)가 봉헌하는 제사에서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식사 후에 토하면 입을 헹구기만 한다. 그러나, 여자와 성관계를 갖고 나서는 반드시, 목욕해야 한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여성을 성의 욕망을 드러내게 하는 존재, 즉 남성을 타락하게 만드는 팜므 파탈femme fatale로써 혹은 지혜가 없는 우둔한 존재로 보기 때문입니다. 법전에서는 이렇게 말하지요. “여자들의 본성이란 남자들을 타락하게 하므로 여자들에 대해 방심하지 말고 방만한 여자들을 멀리해야 한다.”, “여자는 어머니, 누이, 딸일지라도 한 자리에 같이 있지 말라. 거센 감각들은 (제아무리) 현명한 자일지라도 꼬실 수 있다.” “여자는 어리석은 자뿐 아니라 학자조차도 타락하게 하여 성욕과 분노에 현혹되게 만든다.” “여자는 천성적으로 남자에 관심이 많고, 변덕스럽고, 인정머리가 없는 본성 때문에 남편이 자기를 애써 보호해줘도 남편에, 순종하지 않는다.” “여자들에게는 다르마로 정해진 베다 구절로써 행하는 의식이 없다. 그것은 여자는 분별력이 모자라 베다 구절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욕심이 없는 자라면 누구든 증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여럿일지라도 그리고 설령 그들이 정(淨)하다 할지라도, 여자의 지혜란 믿을 수 없으므로 증인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여성을 다르마 즉 법도를 통해 강하게 제어합니다. 그 가장 기본은 [마누법전]에 이렇게 나옵니다. “여자는 어린 여자든, 젊은 여자든, 늙은 여자든 간에 집에서조차도 그 어떤 일도 독립적으로 행해서는 안 된다. 어려서는 아버지 집에, 젊어서는 남편의 집에, 남편이 죽어서는 아들의 집에 머물러야 한다. 여자는 독립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아버지, 남편, 아들과 떨어져 살려고 해선 안 된다. 그것은 양쪽 집안에 화가 되는 것이다.” “여자는 자식을 낳는 일, 태어난 자식을 양육하는 일, 매일의 일상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모든 일의 직접적인 기반이다.”, “정숙한 처는 남편이 잘못된 행동을 할지라도, 욕정에 빠지더라도, 좋은 점은 전혀 없더라도 그를 항상 신처럼 섬겨야 한다.”, “여자에게는 따로 제사, 서계, 금식이란 게 없다. 남편을 잘 섬기면 그것으로 천상을 얻게 되는 법이다.” “죽고 나서 남편의 세계에 가고자 하는 정숙한 여자는 그녀의 손을 받아준 남편이 살아있는 경우나 죽은 경우나 그를 불쾌하게 하는 일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남편에게 충성스러운 여자, 마음과 말과 몸을 절제하는 여자는 다음 세상에서 남편의 세계를 얻는다.”, “남편에게 충성스럽지 못한 여자는 이 세상에서 비난받고 자칼의 자궁에서 태어나고, 죄악과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여자가 그 친족이나 자기 능력을 믿고 남편을 무시하거나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경우에, 왕은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개가 그 여자를 먹게 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여성이 행해야 할 덕목을 삼종지도(三從之道)라고 규정했지요. 힌두 세계관에도 이와 똑같은 게 있음을 방금 위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힌두 세계관에는 한 구절이 더 강하게 붙어 있습니다. “여자는 독립할 수 없다.” 인류 문화 그 어느 곳에서도 이 정도로 강한 여성 혐오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1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델리의 집단 윤간 후 한 여성을 살해한 니르바야Nirbhaya 사건의 주범이 “여성이 밤에 돌아다니면 스스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라고 발언하거나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보수주의자들이 힌두 전통에는 여성의 자리가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은, 고대부터 내려온 이런 여성에 관한 혐오의 관점에서는 이를 이 아직도 상당히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5-9. 삼종지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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