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VIII. 기복, 그 순수한 바람 11. 딴뜨라 Tantra 딴뜨라
지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대상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 그 지식에 관한 학문을 인식론이라고 하고요. 지금 우리 현대인은 과학이 크게 발달하고,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해서 그 지식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어렵지 않게 분별할 수 있지만, 고대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학과 종교 혹은 미신의 사이가 매우 애매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소 오줌이 정말로 멸균, 소독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듯이, 눈에 보이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 저변에 어떤 기운이 깔려 있고, 그 기운이 한 인간의 운을 좌우한다고 믿었던 것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는 사실 지금도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지요. 저는 장사하는 집에서 자라서, 아침에 여자가 울거나 큰 소리 내면 하루 장사 다 망친다는 말씀을 아버지에게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와 제 아내는 우리 딸이 언제 어느 때고 울든 웃든 소리 지르든 뭐든 하는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억압당하면 안 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네가 가지고 있는 지식입니다.
고대 인도에도 두 가지의 지식 체계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아리야인들이 인도 땅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온 베다의 세계관에 속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리야인들 이전에 이미 살고 있던 여러 종류의 원주민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입니다. 당연히 베다는 비교적 단일적인 성격을 가질 것이고, 베다 아닌 쪽은 이질적이고 혼종적이겠지요. 우선, 베다에 따르는 세계관이라면, 우주에 관한 지식, 특히 그 절대적 존재에 관한 것, 사회 질서에 관한 지식 특히 인간의 분류와 그에 따른 법과 도덕이라는 것, 모든 종교 행위의 중심이 되는 제사에 관한 지식, 모든 것에 생명이 들어 있고 그것이 신격을 가진다는 것 등을 말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논했던, 브라흐만-아뜨만, 다르마, 바르나, 아슈라마, 데와 등을 말하는 거지요. 이 베다의 세계관을 가진 아리야인들이 인더스강 유역에서 갠지스강 유역으로 이동하면서 이미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만나 서로 싸우고, 협력하고, 경쟁하고 통합하면서 문화도 섞이고 피도 섞이면서 비로소 인도의 민족과 문화 그리고 세계관이 정립된 겁니다. 물론 아리야인이 힘이 더 강했으니, 베다 세계관이 중심이 되었고, 비(非)베다적 세계관은, 군데, 군데 흡수되었습니다. 그 비(非)베다적 세계관으로는 물질 숭배를 축으로 하여 부적이나 주문이나 점복 혹은 주술 혹은 연금술이나 의약 지식을 말합니다.
그 비베다적 세계관은 베다 세계관에 밀려 한동안 체계화하지 못하고, 그냥 미신 비슷하게 취급당했지요. 그러다가 여러 이질적인 파편의 세계관으로 베다 문헌에 통합되었습니다. 그런 비非베다 전통은 경전으로 체계화되지 못했지만, 실제 신앙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널리 행해졌습니다. 마치 우리가 미신이라고 무시하는 그런 세계관처럼 말입니다. 그런 신앙으로는 지모신 숭배, 남근 숭배, 만뜨라, 부적, 저주 등으로 힌두교의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바로 이 베다 바깥의 종교 전통이 베다 전통과 통합한 것은, 기원전 6세기경 즉 붓다가 활동하던 때부터 인도사에서 중세가 시작괸 기원후 6세기경 사이에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 낮은 카스트에 속하고, 땅 농사를 주로 하면서 천대당하는 사람들의 이 물질적인 그러나 여러 이질적인 종교 전통이 베다 전통의 형식을 빌려 체계화되고 집성됩니다, 7세기의 일이고, 그것을 바로 딴뜨라(tantra)라고 합니다.
그러니, ‘딴뜨라’란 넓은 의미로는 어떤 특정의 지식을 뜻하지만, 좁게는 ‘주술적이고 신비적인 지식’을 의미합니다. 베다가 보이지 않는 세계, 비실재의 세계, 영靈의 세계 등에 관한 인식임에 비해 딴뜨라는 매일의 실제 생활, 즉 목축, 농경, 야금, 연금, 의약 등과 같은 경험세계 내에서의 절대 원리에 관한 인식이지요. 베다가 우주와 인간의 본질 일치를 정신적인 면에서 찾은 것인데 딴뜨라는 그것들의 본질적 일치를 물질세계 특히 그 가운데 인간의 육체에서 찾아 완성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딴뜨라 안에는 이전부터 존재해 오던 비베다 전통에 속하는 여러 잡다한 사상, 신조, 의례, 컬트cult 등이 체계화 되어 있는데, 다만 그 형식을 우빠니샤드의 지혜 중심 세계관, 인격신 숭배, 의례주의 등과 함께 섞인 겁니다.
딴뜨라 안에서 사람들은 괴기스러운 만신전(萬神殿), 복잡하고 난해한 의례, 육체적으로 행하는 하타 요가hatha yoga, 점복과 점성술 등을 통해 복을 구하고 질병 치유를 기원하는 신앙을 갖습니다. 그 세계관에 의하면, 우주의 진리와 모든 신들은 다 육체 안에 존재하니,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육체 안에 존재하지 않은 것은 없지요. 이러한 세계관 안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해탈은 정신을 통해 브라만-아뜨만의 일치를 찾거나 깨달음을 이루는 게 아니고,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것은 육체적 힘 특히 그 가운데 음의 에너지 샥띠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지요. 여성성을 최고 가치로 간주하다 보니 어떤 수행자들은 여자와 성교하는 일을 음양합일을 통한 해탈, 즉 최고 대법열에 이르는 길로 보았는데, 그러한 급진적 윤리관은 브라만 중심의 보수적 사회로부터 비난과 혐오의 표적이 되어,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당했습니다. 지금은 딴뜨라에 의거한 기복 신앙이 힌두교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