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by 이광수

IX. 이야기로 만민을 교화하라. 10. 윳다 Yuddha 싸움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을 하나만 꼽으라면, 다르마입니다. 진리이고 도덕이며 법이고 의무지요. 이 말은 그 진리를, 도덕을, 법을, 의무를 어기는 자는 살아서 사회에서 반드시, 처벌을 심하게 받는데,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는 등 여러 이야기로 그렇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지요. 그래서 신이 하는 일은 이 다르마가 잘 지켜지는 사회를 유지하는 일이고, 그 유지의 방식은 다르마를 어기는 것을, 악으로 간주하여 죽여 없애는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힌두교는 악과의 싸움, 그 싸움에서의 승리가 최종 주제가 되는 것이지요. 바로 이 ‘싸움’을 산스끄리뜨어로 ‘윳다’(yuddha)라고 합니다. 물리적인 전쟁이 아닌 세계 질서를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전쟁을 의미합니다.


태초에 관한 여러 힌두 신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게 ‘태초의 바다 휘젓기’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태초의 바다에서 데와(신)과 아수라(악마) 간의 싸움이 있었는데, 아므리따 즉 불사영생의 즙을 얻기 위해 우유로 된 바다를 휘젓기로 하고 합력합니다. 마지막 단계에 아므리따가 등장하자 아수라들이 그것을 독차지하려고 하자 큰 싸움이 벌어지고 그 싸움에서 신 쪽이 불리하게 몰리자 세계 질서의 유지자 비슈누가 등장하여 신들이 승리하여 아므리따를 차지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우주 질서는 선과 악의 대립으로 조화를 이루지만, 선은 항상 위태롭게 되고, 그때마다 비슈누는 강림하여 선을 회복하여 균형을 맞추지요. 싸움을 통한 선의 회복, 이것이 다르마 질서의 유지이고 이것이 힌두교의 근본 세계관입니다. 따라서 신화 속에는 이 싸움이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로 변형되어 나타나니, 이는 세계가 항상 균형을 잃었다가 다시 회복되는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 질서란 끊임없이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 의해 위협당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그때마다 신이 개입하여 그 질서는 회복한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통해 만민에게 주지시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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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화의 의미는 싸움을 피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하바라따] 신회의 핵심 행위인 사촌 형제 사이에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지요. 같이 자란 가족 사이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가, 라며 괴로워하는 주인공에게 비슈누 신이 나타나 그런 달달하고 낭만적인 감성에 젖을 때가 아니다, 문제는 세계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싸우지 않으면, 세계는 무너진다는 뜻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참전합니다. 그때 주인공 아르주나가 싸우기를 망설일 때, 비슈누 화신 끄리슈나가 이렇게 말합니다. “윳담 끄리뜨와 다르맘.” 즉, 싸움 연후에 다르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싸우는 것이, 너의 다르마, 의무니라, 싸우지 않으면 다르마는 없다, 등으로 풀어서 이해할 수 있는 거지요. 이 말을 듣고 아르주나는 싸움을 결심하고, 끄리슈나가 참전하여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다르마 질서의 회복을 의미하지요.


그러면 다르마 질서의 유지라는 게 뭘 의미하는 겁니까? 앞에서 몇 차례 말씀드렸듯, 브라만을 최상층으로 하여 정한 불평등한 카스트 체계, 남자를 주인으로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질서, 신을 믿고 따라야 하니, 사원과 브라만에게 모든 걸 다 바쳐야 하는 문화 등이 가장 중요한 의미지요. 물론 마하바라따 전쟁에서 악의 세력으로 규정된 꾸루 가문은 욕망과 권력에 눈이 멀어 다르마를 무시하고 깨뜨리는 선택을 반복했다는 게 다르마를 어긴 것으로, 규정되지요. 욕망, 시기, 조롱 등을 행하고, 불의한 방법으로 남의 권력을 빼앗는 것으로 규정하니 누가 봐도 다르마를 어긴 자들로 보이지만, 그 반면에 주인공들은 그에 맞서 정의를 지키려 노력을 했기 때문에, 다르마 수호자로 보이지만, 그 작은 도독 덕목들이 모여 더 큰 다르마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결국 다르마란 신분 불평등, 남성 가부장, 제사 와 의례를 중심으로 하여 구조화한 이데올로기란 말입니다. 이 말을 달리 풀면, 어떤 현명한 왕이 나타나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브라만과 사원의 힘을 줄이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을 금지한다거나, 사원에 토지를 하사하지 않는다거나, 어떤 거부 상인들이 많이 등장해 브라만을 함부로 대하거나 부린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그런 왕은 다르마 질서를 따르지 않는 악의 세력으로 쳐서 신이 강림하여 그 왕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세상 널리 퍼뜨린다는 겁니다. 실제 역사에서 인도 최강 군주인 아쇼까는 브라만 세력의 힘을 빼기 위해 불교를 후원하고 제사들 금지하여 브라만 세력의 돈줄을 차단하는 정책을 폈는데, 브라만들에 의해 엄청 큰 불만을 많이 샀고, 갈등이 나중에 폭발하였습니다. 당시 힌두교 신화에는 실제 아쇼까와 비슷한 정책을 펴는 왕이 악마로 해석되어 사제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 사회에서 백성을 위한 사회 개혁이 일어나겠습니까? 카스트 신분을 무시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주장을 누가 감히 할 수 있겠습니까? 인도 사회가 지금까지도 매우 봉건적인 것은 바로 그 봉건적 사회 체계를 이야기가 잘 지탱해주고 있고, 그 봉건 관념이 아주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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