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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하 Jan 15. 2021

일자목 치료하려고 해 본 일들

1. 베개 바꾸기

SNS에서 유명했던 TV 프로그램 캡처 화면이 있었다. 수건 하나를 돌돌 말아 목에 베고, 또 하나는 네모로 접어 머리에 베고, 다른 하나는 길게 접어 척추에 대고 자라는 설명이었다. 이렇게만 자면 거북목과 일자목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일자목으로 두통과 팔 저림까지 겪던 나는 당장 그 방법으로 누워보았다. 놀라울 정도로 목이 편안했다. 그렇게 이틀 정도를 잤지만, 평생 옆으로 누워자던 버릇이 한 번에 바뀔 리 없었다. 어느새 옆으로 돌아누우면 껄끄러운 수건에 얼굴이 쓸려 잠이 깼다. 자다가 수건을 던지고 쓰던 베개를 가져와 베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이 방법을 포기했다. 이후 솜베개를 쓰던 나는 메모리폼 베개가 목에 좋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높이가 낮아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메모리폼 베개 중 고가에 속하는 템퍼 매장에 갔다. 매장에서 직접 사용해보니 가장 낮은 베개가 편해서 바로 구입했다. 이번에도 놀라울 정도로 목이 편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자 다시 목이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그즈음 카이로프라틱을 받고 있었는데, 교정사가 너무 낮은 베개를 베는 것이 아니냐며 조금 높은 베개를 베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두 번째 템퍼를 구입하게 된다. 첫 번째 제품보다 2단계 높은 제품으로 샀지만 너무 높았다. 그래도 높은 걸 베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적응해나갔다. 옆으로 자는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다 옆으로 자면 슬슬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 동네에서 잡다한 제품을 파는 상점이 생겼다. 그곳에서 롱 베개를 구입해왔다. 옆으로 잘 때 뭐라도 껴안으면 어깨가 덜 아플 것 같았다. 하지만 롱 베개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불편했다. 이번에도 실패였다.


결국 옆으로 자면 척추 틀어짐과 어깨가 안으로 말리는 현상을 치료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요즘에는 의식해서 똑바로 누워있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직 완벽한 베개는 찾지 못했다.

 


2. 대학병원

일자목이 심해지면 신경이 눌려서 두통이 온다. 지끈지끈이 아니라 찌릿찌릿한 통증으로 절로 미간이 좁아지고 목 근처에 근육에 긴장을 불러온다. 이 통증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려서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잠에 들기도 쉽지 않다. 참지 못하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서는 엑스레이를 찍어본 후 일자목이고, 근육 긴장도가 높다면서 신경을 누르고 있는 쪽의 근육을 풀어주는 주사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근육을 풀어주는 알약도 처방받았다. 주사를 맞은 후 거짓말처럼 통증을 사라졌지만 목을 뒤로 넘길 때 목을 가누기 어려웠다. 자꾸 목이 훌렁거리며 흔들렸다. 근육이 풀어진 까닭이었다. 목에 힘이 빠지는 증상은 잠시 뿐이었고 몇 시간 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이후에 약을 챙겨 먹으니 통증도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응급처치일 뿐이었다.



3. 통증의학과

마찬가지로 일자목으로 인한 목 근처와 어깨, 팔 저림으로 찾아갔다. 이때도 주사를 맞았는데 목에 5대 정도의 주사를 맞았다. 이건 대학병원에서와는 다른 주사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라고 했다. 치료비가 비싸서(7-8만 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다시 가지는 않았다.



4. 정형외과

역시 엑스레이를 찍고 일자목 소리를 듣고, 저주파인지 충격파인지 하여간 3-4 종류의 치료를 받았다. 효과가 없었다.



5. 한의원

침 맞고, 물리치료하고 부황 뜨고 풀코스 1시간 받았다. 효과 없음.



6. 마사지

당장 뻐근한 건 나아지지만 근본적인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7. 마사지 기계 구입(어깨에 걸치는 타입)

뭉친 어깨를 푸는 데에는 효과가 있는데 목 통증과는 별 연관이 없다.



8. 카이로프라틱

받고 나면 통증이 사라진다. 의사들이 주사만 놓아주는데 비해 평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9. 백 년 목 구입

이 방면에서 가장 유명한 정성근 선생님의 책과 유튜브를 보았다. 나의 일자목 원인을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10. 약국

근육이완제를 사 먹어봤다. 효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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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목이 된 이유 : 사무직으로 하루 8시간을 의자에 앉아있고, 당연히 안 좋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집에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당연한 것. 교정을 받으며 알게 된 것인데, 앞으로 삐딱하게 무게 중심을 두고 걸어서 허벅지와 종아리에 무리하게 힘을 주게 되고, 그로 인해 하반신의 근육도 뭉쳐있다고 했다. 무게중심을 바꾸어 걷자 이전과 확연히 다리에 가해지는 힘이 덜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허리를 펴는 것에만 신경을 썼는데 어깨도 심각하게 말려있어서 지금은 어깨를 펴는 것에도 집중을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일자목은 결국 코어 힘을 기르고 평소 자세에 신경을 써야 하며, 잠잘 때도 똑바로 누워서 자야 하고 자신에게 맞는 베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이 필수이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해결책을 병원에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병원에서는 당장의 고통만 줄여줄 뿐 평상시 취해야 할 자세라든지, 스트레칭 등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병원을 찾을 때는 극심한 고통으로 견디기 어려울 때 응급처치로 방문하는 것이지 병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교정을 전문으로 하는 마사지 샵이나, 도수치료, 카이로프라틱을 하는 업체에서는 올바른 자세나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 자세, 운동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


현재는 매일 스트레칭,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있고 항상 자세에 신경쓰고 있다. 아직 예전 같은 심한 고통은 없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필라테스 레슨을 받으면서 자세 교정을 해볼 생각이다.



*전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후기입니다. 정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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