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인터넷 검색창에 증상을 검색한다. 병원에 가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불과 며칠 전 겪은 일이었다. 제목과 같이 귀에서 '뚝, 뚜둑, 드드득, 드득' 하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렸다. 처음에는 재채기를 심하게 해서 귀속의 압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소리가 물속에 있는 듯 먹먹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번뜩 어쩌면 벌레가 내 고막을 두드리고 기어 다녀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귀 안쪽에 이상이 생긴 것보다 벌레 들어간 것이 가벼운 일이겠지만 실제로 느끼는 공포는 벌레 쪽이 컸다. 어떤 벌레인지는 몰라도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생명체가 귀안에서 기어 다니는 상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일 눈뜨자마자 꼭 병원에 방문하리라.
병원에 가면 꼭 그 증상이 사라지거나 고통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날도 그랬다. 아침엔 아무 증상이 없었다. 그래도 병원에 방문해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이야기했고, 곧바로 의사는 소형 카메라로 내 귀속을 들여다보았다. 내 걱정과는 달리 벌레는 없었다. 깨끗한 귀속과 제대로 붙어있는 고막을 확인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곤 검사를 해보자는 말이 이어졌다. 진료실에서 나오니 간호사가 검진 시간은 2~30분 걸릴 거고 검진비는 35,000원이라는 설명을 해주었다.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곧 간호사는 나를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방 안에는 또 하나의 부스가 있었다. 마치 오락실에 딸려있는 노래 방만한 공간이었다. 그 안에 들어가 앉은 후 건네주는 헤드폰을 썼다. 소리가 나면 누르라며 작은 버튼도 쥐어주었다. 예전에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해본 적이 있는 청력 검사였다. 다만 헤드폰에 조금이라도 무언가 닿거나 숨을 크게 내쉬기만 해도 부스럭 소리가 나서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를 놓치기 쉬웠다. 그래서 거의 숨을 멈춘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헤드폰에서 단어를 들려주면 그 단어를 그대로 발음해보라던가, 여러 소리를 들려줄 테니 그중 이명과 가장 가까운 소리가 나면 버튼을 눌러보라는 실험도 했다. 병원에서 들려준 소리 중에 내 이명과 가까운 건 없었다.
의사는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나 같은 증상을 처음 보는 듯했다. 의사가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니 나는 내가 생각했던 원인에 대해 늘어놓았다. 비염이 있어서 재채기를 크게 하는데 그게 영향이 있을까요? 의사는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속과 밖의 압력이 맞지 않을 때 그걸 맞추는 와중에 소리가 날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비염약을 처방해주었다.
결국 37,000원의 병원비를 썼지만 명확한 원인은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귀속에 벌레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안도했다.
저녁에 누웠을 때 또다시 드드득 소리가 났다. 핸드폰을 들어 증상에 대해 다시 한번 검색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대부분 병원에서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도 같았다. 어떤 사람은 의사에게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으니 푹 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6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이후 잠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증상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