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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하 Mar 01. 2019

저는 인스타를 못하는 인간인가봐요

힙한 인스타그래머가 절대 되지 못하는 트잉여입니다

자기 PR시대라고 한다. 으.. 단어만 들어도 싫다. 하지만 동의한다. 열심히 뭔가를 만들었다면 알려야지. 아무리 끙끙 앓으며 엄청난 결과물이 나왔다 해도 누가 알아서 찾아와 박수 쳐주지 않는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봐야 그중에 나와 소통하는 사람도 생기겠지.


그래서 인스타를 열심히 해보려고 결심했다. 팔로워 단 아홉 명. 지인이 전부. 원체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이라 이 아홉 명 중에도 친한 사람은 한둘뿐. 나 같은 인간이 sns를 한다고? 벌써부터 아득한 기분이다.


밥 먹기 전 음식 사진을 찍거나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등 대부분 반응이 좋은 일상적인 사진부터 시작했다. 가끔 브런치에 글을 쓰면 그것도 알리고. 예전 여행 갔던 사진도 뒤적거려 등록하고.. 그런데 어째 하나하나 올릴수록 어렵기만 하다. 짧게 한마디를 써도 인상에 남고 와 재치 있네!라고 느낄만한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미지와 어울리는 멋진 문장 하나쯤 써줘야 사람들이 반응해주겠지. 그 모든 게 갑자기 지겨워져서 트위터에 들어갔다. 인스타가 싫다고 140자가 꽉 차도록 투덜거렸다. 내 트위터 계정은 혼자 떠드는 계정이다. 나의 어둡고 구질구질한 면을 모두 담고 있는 창고와 같다. 그제야 맘이 편해졌다. 난 이런 사람인데. 일하기 싫어하고 씻기 싫어하고 살기 싫어하고 무엇하나 긍정적인 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인데 인스타는 내게 너무 밝은 세상이다.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들만 봐도 그렇다. 다들 행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어쩜 그렇게들 힙하고 사교성이 좋은지. 사람들은 친구가 많다. 게다가 돈도 많은 거 같다. 항상 좋은 곳에 가고 좋은걸 먹고 친구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한다. 나도 그렇게 보일까? 내 인스타도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스타만 보면 구질구질한 나와는 거리가 있다. 포장된 모습이다. 그래. 누군가도 내 계정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몰라. 여행 다니고 팔자 좋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어려웠나. 난 원래 그런 멋진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저 불평불만 많고 재밌는 거 하나 없는 사람이니까 아무 말이나 하는 트위터가 훨씬 어울리는 사람인 거다. 그래도 여기서 트위터 계정을 공개할 순 없어요. 저도 수치심이라는 게 있답니다. 아무튼 그러니 프로필에 있는 인스타 계정을 가봐도 뭐도 없고 업데이트를 지지리도 안 한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거의 반강제로 하고 있거든요.


혹시 모르지. 친구가 많아지고 매일 즐거운 일이 넘치고 희망찬 삶이 된다면 즐겁게 진정성 있는 인스타 글을 올리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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