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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롭지엥 Mar 29. 2023

네덜란드의 생존수영

엄마의 물 공포증

나에게는 물 공포증이 있다.

뭐 이리 공포가 많은지, 개 공포증, 물공포증, 그리고 각종 벌레...공포증..


물 공포증이 있는 나는 수영장이 싫다.

특유의 소독약 냄새도 싫다.

가능한 수영장은 안가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냄새도 싫고, 물 쳐다보는 것 조차 싫은 나는 지금 6년 째 수영장을 매주 간다.

이건 뭐.. 오늘은 좀 성질이 난다.


우리 아드님의 수영수업.

매주 1번씩 45분 수업을 받는다.

네덜란드는 생존수영을 가르친다.


수영자격증( 디플로마, DIPLOMA)  A ,B, C 순서로 자격에 맞게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수료증을 준다.


네덜란드는 땅이 바다 해수면 보다 낮고

곳곳마다 운하, 수로가 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암스테르담 에서는 운하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도 매년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생존수영 수업은 필수과목이다.

보통 4학년에 모든 학교의 정규 수업으로 수영수업이 있고

가장 기본 필수 수료과정 Diploma A 를 따도록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의무교육이 실행하기도 전에

보통 네덜란드 부모들은 아이가 4살이 되면 수영을 배우도록 한다.


우리 아이들은 영국에서 부터 수영을 했지만

네덜란드에 이사오면서 A 디플로마를 수료하기위해 또 수영을 등록했다.


보통 A과정을 수료하는데 1년~2년 걸린다고 하는데, 아이마다 편차가 심하다.

우리 첫째는 10개월동안 A,B,C 디플로마까지 수료한 반면 우리 둘째 꼬마는 2년 째 !아직 A 디플로마 준비반이다.............


물 공포증이 있는 나는 ,

아들에게 뭐라 충고 할 말이 없다.



우리 아들은 물을 좀 무서워했다.

물론 그 또래 아이들이 물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실제로 수영장에 갔을 때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던 터라 유달리 걱정은 없었다.


또한 이곳은 네덜란드 아이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천천히 공포를 모두 극복하게 해주고, 기다려 주고, 기다려주고, 기다려주고,,,,,,,,,


너무너무 기다려서,, 오늘은 화가 많이 났다.

너무 오랫동안 수영장을 다니니, 너무 오늘은 화가 난다.


처음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영장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 불가항력으로 수영장을 못나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수영장이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네덜란드는 코로나가 다 사라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만 네덜란드 에서 한국의 삶을 살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이 조금만 감기 기운이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되어 몸 컨디션이 안좋다 느끼면, 무조건 수영수업을 결석했다.


이건 나의 변명. 이렇게 이차저차 해서 우리 아들의 수영수업기간이 늘어난거다.

코로나로 수영장이 문을 닫았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안되니까, 그리고 컨디션이 않좋으니까 쉬어야지.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변명거리가 없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도 끝났고, 우리 아이는 물공포도 없어진거 같은데, 왜 이리 진도가 않나가는거니!

내가 보기엔 충분히 다음 레벨로 넘어가서 이제는 좀 A 디플로마 시험을 볼 때가 된거 같은데!!


처음에는 수영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나는 이 아이의 엄마인데 아이의 현재 수영성취도가 어떠한지 대화를 걸었다.

다음주에는 내가 저 아이의 엄마라고 다시 소개하고, 또 아이의 수영성취도를 물었다.

선생님은 아직 멀었다고 했다..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라고..


다음주가 되었다. 나는 선생님께 레이저를 발사했다.

수업시간 내내 레이저를 쏘았다.

우리 아이좀 봐달라고, 속으로 외치며, 우리 아이 빨리 레벨업되게 신경 좀 써주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께 찾아갔다.

"마담, madam! ", 기다리란다..아직 멀었단다.


그렇게 몇주를 반복한거 같다. 선생님은 기다리라고만 했다. 이번 코치는 영어로 말하는게 영 시원치 않다.

대부분의 암스테르담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가끔은 우리 수영코치처럼  영어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번주는 하도 답답해서 아이가 깊은 물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중간에 선생님께 걸려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나를 쫓아내심)


이런 극성스런 여자가 다있나! 라고 생각할 거 같다.

6년을 수영장을 다니면, 이렇게 된다! 하하하


처음에는 무슨 자격증이 필요하냐, 자격증 늦게 따도 되고 어짜피 수영은 운동이니까 규칙적으로 매주 한번씩 운동하는 거니까 체력증진을 위해서도 좋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들은 서둘러 자격증을 따고 수영수업을 마치는데,

나는 6년 째 수영장 보모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저 뼈 속 깊은 곳에 있는 나의 빨리빨리 근성이 자꾸 표출되어서,, 난감하다.


네덜란드에서는 수영장에서도 생일파티를 많이 하는데,

디플로마 A가 없으면 엄마아빠 등 보호자가 같이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서 아이들 봐주어야 한다.

다른아이들은 자유롭게 수영장 생일파티에 즐겁게 참여하는데, 우리 아이만 엄마가 따라가서 돌봐준다면?!


으,,, 자존심이 허락 하지 않는다.

맘이 조급한데, 우리 수영코치는 아직 멀었단다.


나도 수영장에 등록했디.

나도 수영을 못하는데 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호흡을 이렇게 해라, 팔을 이렇게 해라 라고 조언할 자격이 안된다.

나도 남들처럼 휴양지에서 어푸어푸 수영하면서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호기롭게 수영장에 등록했다. 나도 A디플로마에 도전이다!


Madam,,, wait..


또 기다리랜다.... 너무 웨이팅이 길어서 내 이름을 그 명단에 올려준단다.

기다리래..

전화한단다.. 1년은 기본으로 기다린단다..


기다림의 연속.

생존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 기다려야 한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이제 고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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