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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강훈 Oct 06. 2023

제주도우다

<작가와의 만남, 스토리를 담다.>

제주도에서는 아지매를 삼촌이라 부른다.


1. 순이 삼촌을 만나다.

나는 ‘순이 삼촌’은 모른다. 현대문학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적어도 제목은 알았을 텐데 말이다.

영어 교사로 재직 중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이 당선되어 창작활동을 시작하셨다.

당시 작가님은 34세였으며 지금 내 앞에 계신 그분은 올해 82세의 큰 어른이시다.

‘순이 삼촌’은 1978년 출간된 현기영 작가님의 첫 문학의 시도였다. 그것도 4.3 사건의 주제로...     

이 책을 발간하면서 국군 보안사의 서빙고에 3일간 감금과 고문을 당하며 다음 집필의 포기와 함께 고뇌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4.3 원혼들이 꿈에 나타나 “네가 뭘 한 게 있냐?”라고 꿈속에서 괴롭힘을 당하게 되어 다시 글을 쓰게 되셨다고 한다.     


2. 책의 탄생

원혼을 달래기 위한 아주 훌륭한 공물의 이 책이 탄생이 된 셈이다.

원고지 1,500장 분량의 대작 현기영 장편소설 <제주도우다>     

제목만 보아 ‘제주도가 울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우린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우다!”

제주도의 본질을 담은 제주도 그 자체.

정치적 세력의 결집에 희생양이 된 제주도.

그 제주도의 정체성을 강조한 부분으로 이해가 되었다.     

북 이야기 마당에서 4.3의 세월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4.3 사건이 재조명되기까지는 몰랐다.

성인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 역시 공산주의자, 남로당, 폭동 이렇게 알고 살았으니까.

3만 명의 무고한 제주시민들의 죽음, 그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제주도 도민들은 입을 닫고 살 수밖에 없었다. 내 가족, 내 동무, 내 이웃이 눈앞에서 주검을 당한 것을 목격했지만 무섭고 엄두가 안 나고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할지라도 그 누구 하나 믿어 주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민만 아는 뼈아픈 진실 속에서

모진 세월 가슴이 썩어온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3. 책 속으로

참을 수 없는 책의 가벼움.     

경소설이 많이 팔리고 젊은 세대들은 진지한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은 진지해도 너무 진지한 책이다.

류근 시인은 진지하면 반칙이라고 했는데 이 정도의 대작은 반칙해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이야기는 탄압, 항쟁, 학살의 시기를 다룬다.

야만성 속에 인간성을 엿볼 수 있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문학의 힘으로 목숨을 건진 이야기

거창한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문학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정확한 정보 습득과 나의 가치관을 세우기 위함이다.

널리 알려져서 역사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질 뿐이다.     


4. 마무리

작가님이 4.3을 겪지 않았다면 순수문학과 사랑과 인생에 관련된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회고를 남겼다.

하지만 숙명적인 그의 책임으로 그 삶을 받아들인 것이다.

작가님 사진을 보면 숀 코너리 같다. 헤밍웨이 같다는 후문도 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작가님 본인 입에서 나오신 말씀은 아니지만, 제법 그럴싸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계신다.      


#제주도우다 #현기영작가 #창비    



<제주도를 사랑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프랑스의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의 제주기행문 中


“오늘날 제주에는 달콤함과 떫음,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포록과 검정. 섬의 우수(憂愁)를 우리는 동쪽 끝 성산 일출봉 즉 ‘새벽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남한을 뒤흔들고 한라산을 생성한 마지막 화산 폭발로 바다에서 솟아오른 화구다. 바위는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한 검은 절벽이다. 한국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첫 해돋이의 마술적인 광경에 참석하러 오는 곳이 바로 여기다. 설날 햇빛은 그들이 일 년 내내 간직한 상서로운 일들을 가져올 것이다. 이 바위는 다른 터, 모리스 섬의 모른(Morne) 바위를 내게 상기시킨다. 풍경은 같은 비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48년 9월 25일 아침에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 위하여 트럭에서 해변으로 내리게 했을 때 마을사람들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다. 나는 그들이 이 순간에 느꼈을 것,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모리스 섬의 모른에서는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이 인도양으로 불쑥 나온 바위 꼭대기까지 올라갔고, 군인들이 도착하는 걸 보았을 때 – 사람들은 군인들이 노예들의 해방을 알리러 가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총을 들고 사람들을 해방하러 가겠는가? – 그들은 허공에 몸을 던졌다.”-르 클레지오의 < 제주기행문> 중에서(『지오(GEO)』2009년 3월호).


“성산일출봉을 보고 있노라면 마다가스카르 동쪽의 화산섬 마우리티우스의 모른 봉이 떠오른다. 똑같은 비극을 담고 있다. 성산일출봉은 제주 4·3 사건 때 민병대에 끌려온 성산 마을 주민들이 죽어가면서 봤던 바로 그곳이다. 마우리티우스의 모른 봉은 반란 노예들이 인도양으로 솟아오른 봉우리 끝까지 기어올라 허공에 몸을 던진 곳이다.”-르 클레지오의 < 제주기행문> 중에서(『지오(GEO)』2009년 3월호).


“이 모든 것은 1948년 4월 3일에 제주에서 군대와 경찰이 양민학살(인구의 10분의 1)을 자행한 진부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이 잔인한 전쟁의 기억은 지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자신들 부모의 피를 마신 모래에서 논다. 매일 아침 휴가를 맞은 여행객들은 가족들과 함께 바위 너머로 솟는 일출을 보러 이 바위를 오른다. 숙청 때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을 읽은 시인 강종훈 조차 시간의 흐름에 굴복했다. 그가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그의 시 한 편 한편이 그 9월 25일의 끔찍한 흔적을 지니고 있다. – 그걸 뛰어넘을 필요성도 알고 있다.” -르 클레지오의 < 제주기행문> 중에서(『지오(GEO)』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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