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커뮤니티인가?

2차 위기와 강화유니버스 세계관 정립

by 강화유니버스

2024년에 진행한 잠시섬 연대기를 공유합니다. 이야기는 2013년 협동조합 청풍의 시작에서 출발해, 2024년까지 이어집니다. 이 기록은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아온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새보미야와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러던 중,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다면 청풍의 존재 의의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죠.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고 어떤 행동을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 유마담


협동조합 청풍은 전적으로 피해자 편에 연대했습니다. 가해자와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진행하고, 자문을 받고, 이야기를 나눴죠. 로컬에서 청년-여성이 마주하는 삶을 다룬 성평등 매거진 「상상하는 기지개」를 만들어 배포하고, 성폭력 이후의 회복을 위한 가이드북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지개」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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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매거진 「상상하는 기지개」


조심하자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친목 중심의 네트워크에서 계속 유지되었던 것들이 있었어요. 가령 술자리를 위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맺어진다든지, 통용되는 유머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 문제라든지. 어떻게 보면 그게 지역 커뮤니티의 주류 문화였고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며 이런 문화가 다시 얘기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 결


그동안은 구성원의 개별성을 중시하다 보니, 걱정되는 지점이 있어도 크게 관여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합의점도 일부러 만들지 않았던 것 같고요. - 유마담


협동조합 청풍이 마주한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예전부터 반복되어 온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지역에는 이런 지점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선배 그룹도 많지 않았죠. 직접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겁니다.


생존이 우선순위였다면 중재자 역할 정도를 하며 그대로 묻고 지나갔겠죠. 하지만 우리에겐 생존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의 지향점에 대해 기본적인 틀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 유마담



강화유니버스의 탄생


2021년, 협동조합 청풍의 ‘강화유니버스’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에 선정되었습니다. 청년마을은 청년의 지역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 사업이죠. 협동조합 청풍은 우선, 지역 내 안전망을 확보하고 커뮤니티의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마을이 사업을 중심으로 편성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강화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어떤 사업을 할 건지는 그다음 문제라는 확신이 있었죠. - 유마담


오랜 친구, 지역의 청소년, 잠시섬에 다녀가며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두루 참여해 사업 기간 동안 청년마을을 만들어갈 팀이 꾸려졌습니다. 가장 먼저, 의견을 수렴해 11개의 ‘뉴-로컬 키워드’가 정리되었어요. 로컬·주체성·존중·다양성·소통·재발견·생태·환경·안심·즐거움·연결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해나가는, 강화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의 천명이었습니다.


91aafc364ad0c.jpg 강화유니버스의 새로운 로컬을 만드는 키워드 11


다들 강화유니버스라는 문화를 궁금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가고자 의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 결


내가 언제 이렇게 다양한 업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일해볼까 싶었어요. 서로 챙기고 응원하는 문화도 좋았고요. - 파도


잠시섬 위주로 활용되기 시작한 아삭아삭순무민박의 규칙도 정비되었습니다. 술 반입이 금지되었고, ‘웰컴퀴즈’와 ‘약속문’이 마련되었어요. 여행자들은 체크인 전 웰컴퀴즈를 풀며 존중의 대화법을 점검하고, 약속문에 동의하며 보다 나은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에 동참할 수 있었죠. 이는 환대와 존중, 안전의 감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다회용기 포장이 가능한 가게를 소개하는 ‘텀블러 들고 가게’, 채식 옵션이 가능한 상점을 확인할 수 있는 여행 지도 ‘강화유니버스 플레이맵’ 등 뉴-로컬 키워드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프로젝트도 진행되었어요. 잠시섬 여행자들의 참여는 차츰 누적되어 지역의 문화를 바꾸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건에게 편식을 한다고 야단치던 식당 사장님이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채식 메뉴를 먼저 안내해 주신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e7244b808e1e5.jpeg 동네 가게에서 텀블러와 다회용기 이용하는 캠페인 '텀블러 들고 가게'
f2d52ed584fb4.png 채식 옵션, 동네의 작은 상점의 이야기를 담은 '강화유니버스 플레이맵'



Editor 새보미야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는,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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