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역 탐색의 실험지, 잠시섬의 확장

다양한 층위로 공간의 한계를 넘어

by 강화유니버스

2024년에 진행한 잠시섬 연대기를 공유합니다. 이야기는 2013년 협동조합 청풍의 시작에서 출발해, 2024년까지 이어집니다. 이 기록은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아온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새보미야와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강화유니버스 속 잠시섬의 확장


행정안전부 청년마을은 도시 청년의 지역 이주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청년마을을 구축하며, 이주를 전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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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담은집 워크숍>, <강화 라이프 가이드 시즌 3>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현실적인 팁을 나눠 보는 ‘나담은집 워크숍’, 강화살이를 삶·일·주거 세 가지 세션으로 나눠 살펴보는 ‘강화 라이프 가이드’ 등이 대표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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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잠시섬>, <강화에서 2주하기>


강화유니버스에서 잠시섬은 도시의 청년들이 지역을 탐색하는, 유연한 머물기의 창구로 활용되었습니다. 2021년 5월부터 10월까지 여섯 기수가 모집되어 최소 2박, 최대 6박 강화에 머물렀죠. 이 시기 참가자들은 잠시섬에서 지역 주민과 협업해 만들어진 다양한 로컬 투어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19를 전후해 새롭게 강화에 정착한 청년 이웃이 많아진 참이었는데, 이들을 회고에 초대해 지역으로의 이주를 결정한 과정이나 강화살이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좀 더 긴 기간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2주 동안 진행되는 ‘강화 2주하기’ 프로그램도 열렸고요.


5e7339a72b317.jpeg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했던 참여자 (유진, 윤슬)의 인터뷰 이야기


거주 이전이 비교적 자유로운 청년 예술인들을 대상으로는 레지던시 형태의 잠시섬이 시도되었습니다. 4박 5일의 단기로 ‘Research Island: 체험형 레지던시’가 진행되었고, 여기 참가했던 예술인을 대상으로 3주 동안 머무는 ‘Contact Island: 정주형 레지던시’도 열렸어요. 정주형 레지던시에서는 창작비와 식사 쿠폰이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콘택트 아일랜드에서는) 첫 주에 워크숍이 진행되고, 이후론 자유 시간이 많았어요.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끼리 프로젝트를 많이 했죠. 예를 들면, 호스트인 베니스에게 아프리카 댄스를 배우고, 윤슬이 노래를 만들어 공연을 한다거나. - 유진


일주일로는 그런 과정이 만들어지기 어려웠는데, 기간이 늘어나며 가능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발성에서 오는 성취감, 만족감이 있었어요.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하는 일,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었죠. 다들 신나 했고,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 라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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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시골가게콜라보>, <잠시섬 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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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이야기를 담은 <강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 앨범


동시에, 청년 예술인들이 강화의 삶을 경험하고 업(業)을 구현해볼 수 있도록 다각적인 협업이 모색되기도 했습니다. 예술인 한 명이 지역 상점 한 곳과 연결되어 콘텐츠를 창작하는 ‘강화 시골가게 콜라보’라든지, 강화 청년과 도시의 뮤지션이 이야기를 나누며 음반을 발매하는 ‘강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 연극인들이 강화에 초대되어 머물며 받은 영감을 나누는 ‘잠시섬 연극제’ 등이 있었죠. 이런 프로젝트들은 참여 예술인은 물론 잠시섬 여행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어요.



정착으로 이어진 지역 탐색의 층위


한 해 동안 다양한 감도로 잠시섬을 경험한 참가자들 중 일부는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에 합류, 사업이 진행되는 7~8개월 동안 함께 일하며 강화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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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듣는연구소와 함께 팀빌딩 워크숍을 진행했다.


거대한 작업은 아니었고, 그냥 함께 즐겁게 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강화를 위해서나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체가 좀 더 좋은 커뮤니티가 되고, 같이 더 나은 주변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감각이었던 것 같아요. - 유마담


강화의 삶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준 거라고 느껴졌어요. 엄청난 팀워크로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해내겠다기보다는, 일주일, 한 달, 1년 정도로 강화를 경험하게끔 하는 매개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 파도,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활동을 통해 협동조합 청풍에 합류


물론 모든 일이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강화유니버스를 만들어가는 초반은 모두가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아직 공감의 영역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몰입의 포지션이 주어졌던 것 같아요. 영점 맞추기를 완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짧은 프로젝트 사업이기도 했고요. 지금의 ‘잠시섬 크루’ 같은 역할이 필요했던 것 같은데, 당시엔 그 개념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 결


강화유니버스 사업을 거치며 서로가 만날 수 있는 단계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예전엔 게스트 아니면 호스트, 그러니까 1단계와 5단계의 밀도만 있었다면, 잠시섬이 확장되며 1단계에서 2단계, 3단계, 4단계, 5단계로 중간 과정이 생기게 된 거죠. - 유마담


강화유니버스가 구축되는 과정 속에서 잠시섬 여행자들은 여러 층위로 강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강화로 이주한 청년 예술인의 사례도 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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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니버스 사업단을 통해 강화로 이주한 라밍@raming_ddullang과 고윤슬 @gojin_go


함께 레지던시에 참가했던 윤슬과 만나고 있을 때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참여 제안 전화를 받았어요. 곧장 좋다고 했죠. 사업 기간이 7개월 정도였으니까, 강화에 집을 1년 동안 계약하고 사업 후 남는 몇 달은 개인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라밍


사업 기간이 끝나고도 협동조합 청풍의 제안으로 강화에서 예술인 파견 지원사업에 참가하면서 더 머물게 됐고요. - 윤슬


협동조합 청풍이 우리가 강화에 머물 수 있도록 뭔가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걸 계속 느꼈어요.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나고 나니,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삶의 밸런스도 맞는 느낌이에요. - 라밍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강화유니버스는 오프라인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소통하기 위한 실험도 계속 이어졌어요. 2021년 5월부터는 강화유니버스의 소식을 담은 ‘강화쿠키레터’를 발송하기 시작했고, 로컬 굿즈와 프로그램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뉴-로컬 멤버십’을 론칭하기도 했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꾸준히 시도된 이러한 원격 소통은 잠시섬 여행자들에게 연결의 감각을 유지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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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니버스의 소식을 담은 '강화쿠키레터', 2021년 운영한 '뉴-로컬 멤버십'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잠시섬이 처음 시도된 2017년에는 여행자들이 강화 주민들의 커뮤니티에 잠시 들렀다 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 잠시섬 여행자들은 거주지와 관계없이 함께 강화유니버스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죠.



Editor 새보미야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는,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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