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섬으로 어떻게 먹고 살래?

잠시섬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by 강화유니버스

2024년에 진행한 잠시섬 연대기를 공유합니다. 이야기는 2013년 협동조합 청풍의 시작에서 출발해, 2024년까지 이어집니다. 이 기록은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아온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새보미야와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잠시섬


커뮤니티 문화의 변화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변화도 많았습니다. 아삭아삭순무민박이 재정비되었고, 강화도서관 인근의 주택을 임대 및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 ‘스테이아삭’이 문을 열기도 했죠. 수용 인원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숙소와 남성 숙소가 분리 운영되며 좀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진달래섬도 접근성이 좋고 넓은 새 공간으로 이전해 쾌적해졌고요.


2022년,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활동을 함께했던 파도가 협동조합 청풍에 합류했습니다. 청소년 멤버가 둘로 늘어나며 팀의 시야도 더 넓어졌어요. 강화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막상 졸업 후 강화에 남기가 녹록지 않음을 실감했던 청소년 멤버들의 화두는, 지역사회가 다음 세대에 응당 내어줘야 하는 자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도시를 떠나와 지속가능성을 도모했던 청년 멤버들의 고민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결이었죠.


이는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청풍이 본격적으로 청소년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시도는 ‘유스 잠시섬’이었어요. 2022년 4월부터 6월, 5회차에 걸쳐 16~24세 청소년들이 초대되었습니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진행된 유스 잠시섬은 기존의 잠시섬과 약간 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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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캠프를 직접 청소년이 기획한 유스 잠시섬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일기 작성이 면제되었고, 대신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역사회를 만나볼 수 있도록 지역 청년 워크숍 참가와 로컬 미션 수행이 제안되었습니다. 1일 1식의 식사 쿠폰도 주어졌고요. 전체적으로 쉼보다는 탐색에 좀 더 중점을 둔 방향이었죠. 이듬해인 2023년에는 청소년이 직접 호스트가 되어 잠시섬을 기획하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유스 잠시섬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유스 잠시섬과 더불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구현해 보는 ‘마음껏 실험장’ 프로젝트도 열렸습니다. 협동조합 청풍은 지역 대안학교의 청소년들과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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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청소년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또래 청소년을 초대했던 '마음껏 실험장'


잠시섬은 저에게 ‘우연’히 만나서 만들어지는 어떤 기회 같은 순간들이에요. 같이 밥을 먹거나, 바다를 보러 갔던 것 같은, 다양한 순간이 사진 앨범처럼 남아 있어요. 다른 사람의 잠시섬이 바쁘게 지내다 멈춰서는 거라면, 제 잠시섬은 누워 있다가 일어서는 거에 가깝죠. (웃음)

덕분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고, 좀 더 강화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졸업해서 강화를 떠난 후로도 잠시섬 크루로 다시 강화에 왔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내지 않을까요? 불러주면 오고, 보고 싶으면 오고, 서고 싶으면 오고.

- 우연, 유스 잠시섬 여행자 겸 기획자, 잠시섬 12기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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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마음껏 열여덟 프로젝트를 통해 4명의 청소년이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묶어서 책을 냈어요. 발표 자리에는 지역의 다양한 친구들이 함께해 응원해주었답니다.


학생들이 잠시섬 연극제와 유스 잠시섬에 참가하며 강화유니버스를 알게 됐어요. 처음엔 학생들을 통해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고, 마음껏 열여덟 프로젝트의 발표 자리에 초대되면서 직접 만나게 됐고요.

우리 산마을고등학교 친구들만이 아니라 지역의 다른 대안학교인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나 선생님, 또 강화도 사람이 아닌데도 잠시섬의 인연으로 외부에서 놀러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관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역에서 청소년들과 살아가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 너굴, 산마을고등학교 교사



잠시섬, 자생력을 갖추다


이 시기 가장 큰 변화는 잠시섬의 유료 운영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는 지역 체류형 사업 최초의 유료화였죠. 지난 5년 동안 누적된 잠시섬 데이터를 점검한 결과 비즈니스 모델로의 비전이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었어요.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잠시섬을 시작한 건 아니었잖아요. 협동조합 청풍은 비즈니스 모델과,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사회적 자산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있었거든요. 돈은 다른 데서 벌고, 잠시섬은 우리가 가진 고민이라든지 미션과 연계되는 기반이었죠. 물론 이 사회적 자산이 언젠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요. - 유마담


사실 그동안 잠시섬은 협동조합 청풍에서 일종의 사회공헌사업처럼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지원사업을 통해 비용을 충당하곤 했고요. 잠시섬의 유료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협동조합 청풍은 가치 있는 일로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였죠.


2022년 6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4기의 잠시섬이 운영되었습니다. 최소 2박에서 최대 5박까지, 참가비는 5만 원으로 체류일수와 상관없이 동일했어요. 당연히 회고와 일기 쓰기는 필수 프로그램이었고요. 참가자들에게는 전용 일기장과 1만 원의 로컬 상점 쿠폰 혹은 인천e음카드가 제공되었죠.



강화의 이웃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동시에, 잠시섬 일정과 거의 맞물리도록 ‘강화유니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오픈했습니다. 그동안 협동조합 청풍이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진행해온 로컬 투어와 워크숍 등을 집대성한 프로그램이었어요. 누적된 관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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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섬,요가'라는 요가원을 개원해 그곳에서 요가와 대화가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어요. @haru_sumyoga


"도시에서의 삶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몇 년 전 강화로 이주를 했어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이, ‘섬, 요가’라는 이름으로 프리랜서 요가 강사 생활을 했죠. 우연히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잠시섬’이라는 문구를 보고, 이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벽에 DM을 보내고, 다음날 바로 토스트 가게(한판식당)에 찾아갔죠.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회가 된다면 잠시섬에 오는 게스트 분들에게 대가 없이 요가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어요.

시간이 좀 지나, 회고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회고를 마친 후 스트롱파이어의 식탁을 다 밀고 다이소 매트를 급하게 사다 깔아 요가를 했죠. 듣기로는 외부에서 협동조합 청풍에 이렇게 협업 제안을 했던 게 제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첫 목적은 친구 만들기였지만 (웃음) 자연스럽게 함께 재능을 나누게 되고, 물 흐르듯이 이어진 것 같아요.


잠시섬을 찾는 분들은 강화에 대한 궁금증이라든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오시잖아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맞아, 내가 이래서 강화도를 좋아했지’, ‘강화에는 이런 매력이 있지’ 하고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 찾는 즐거움이 있어요." - 섬, 요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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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풍물시장에서 장을 보는 루아흐 성현님을 따라서, 잠시섬 게스트 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ruach_kanghwa


"잠시섬 손님들이 ‘루아흐’에 정말 많이 오세요. 잠시섬이 끝나고 돌아간 후에도 다시 방문하시기도 하고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에게 늘 말해요. 여기는 나쁜 사람들이 안 온다고요. 잠시섬 손님들을 보면, 세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저도 알게 되고, 배우는 부분이 많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지내다 다시 강화로 돌아온 후, 스트롱파이어에 자주 갔었어요. 자연스레 협동조합 청풍과 친구가 됐고, 회고 시간에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 잠시섬에 참가하게 됐어요. 지난 몇 년 동안 협동조합 청풍과 뭔가를 하면서, 이 친구들이 나에게 나쁜 일을 시키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바로 알겠다고 했죠.


매일 아침 풍물시장에서 재료를 보고, 사고, 영감을 받고, 요리를 하거든요. 이런 일상적 행동을 특별히 인지하거나 되뇌며 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풍물시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명확하게 언어화되며 스스로도 새롭게 와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거기다 저는 엄청 루틴이 엄격한 사람인데, 투어를 하다 보면 그런 데에서 좀 자유로워지니까 릴랙스 되는 부분도 있고요.” - 루아흐 성현


Editor 새보미야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는,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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