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섬의 발전과 커뮤니티의 확장
2024년에 진행한 잠시섬 연대기를 공유합니다. 이야기는 2013년 협동조합 청풍의 시작에서 출발해, 2024년까지 이어집니다. 이 기록은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아온 강화유니버스의 친구, 새보미야와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1년 여의 유료화를 통해 잠시섬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협동조합 청풍은 사업 방향성을 재정비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 연말 펍 스트롱파이어의 영업을 종료했고, 2023년 초 그 자리에 강화유니버스 라운지가 개설되었어요. 잠시섬이 가진 커뮤니티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거였죠. 팀 차원에서도 재정비가 이루어져, 유마담에서 파도로 대표가 변경되었죠. 협동조합 청풍의 새로운 막이 오른 겁니다.
마침 잠시섬빌리지가 완공되기도 한 참이었죠. 잠시섬빌리지는 2021년, 지역 내 유휴공간 매입 자금을 지원해주는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신축한 협동조합 청풍의 건물이에요.
애초 잠시섬을 위해 짓지는 않았지만, 잠시섬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삼기로 결정하면서 잠시섬 공간으로 자연스레 용도가 변경되었습니다. 이제 도미토리인 아삭아삭순무민박, 스테이아삭에 이어 2023년 1·2인실 위주인 잠시섬빌리지까지, 세 곳의 공간에서 잠시섬이 운영될 수 있었죠.
유료화 첫해였던 2022년의 운영이 분석되고 다듬어져, 2023년의 잠시섬은 조금 더 발전했습니다.
단순한 여행 프로그램에 머무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몰입감을 주고 싶었어요. 마치 게임처럼요. 강화유니버스 ‘세계관’이라는 개념도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거였고요. 협동조합 청풍은 NPC가 되는 셈이죠.
MBTI가 인기를 얻는 것처럼, 사람들은 페르소나에 몰입하곤 하잖아요. 잠시섬이라는 게임에 들어왔을 때 스스로를 정체화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동안 잠시섬에 참가한 사람들을 분석해 7개의 섬살이 유형을 도출하고 스토리텔링을 한 거죠.
또 잠시섬은 자율 여행 프로그램이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재밌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션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고요. 유형별로 약간씩 변화를 주고, 또 뉴-로컬 키워드에서 직접 따올 수 있도록 미션지를 만들었어요.” - 파도
미션을 완료한 경우에는 진달래섬 상품권을 지급했습니다. 로컬 상점에서 사용 가능한 웰컴 쿠폰은 5천 원으로 조정되었고, 인근 카페 네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죠. 강화유니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 1회 참가권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숙소별·숙박일수별 참가비에 차등을 두기 시작했고, 얼리버드 제도도 도입했어요.
기수마다 콘셉트를 달리하며, 3월부터 10월까지 잠시섬 5~9기가 운영되었습니다. 매 기수가 마무리될 때마다 내용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다음 기수에 반영했죠. 그 결과로 잠시섬에 1회 이상 방문했던 사람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해 보는 ‘잠시섬 프렌즈’가 시도되기도 했어요. 잠시섬이 발전하며 참가자들의 경험은 풍성해졌고,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운영하던 카페를 폐업하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여행지를 찾던 중에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는 슬로건을 보고 2023년 3월 처음 잠시섬에 오게 됐어요. 혼자 여행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멀지 않은 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별로면 바로 돌아올 수 있도록요. 집이 일산인데, 버스를 타면 1시간 10분 정도 걸려요. 첫날 회고를 잠시섬빌리지에서 했어요.
그리고 그날 별을 봤어요. 혼자 생각하고, 스스로를 추스르는 경험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4박 5일을 여행하고, 바로 한 달 뒤에 5박 6일을 꽉 채워서 왔죠. 두 번째가 더 좋았어요. ‘이 사람들이 여기서 이렇게 지낼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지더라고요.” - 토백, 잠시섬 10~13기 크루
잠시섬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청년 여성의 귀농귀촌 탐색 프로그램인 ‘시골언니 프로젝트’도 2022년에 이어 진행되었고, ‘잠시섬 연극제 스테이’나 숙박형 전시 ‘19호실로부터 온 편지들’처럼 예술인과의 협업도 있었죠. ‘뜻밖의 상담소’와 협업해 「잠시섬에서 숨, 쉼」이라는 번아웃 워크북을 제작하기도 했고요.
잠시섬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강화유니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 역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10월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 ‘강화유니버스 총출동: 뉴-로컬 라이프스타일’을 개최하는 등 외부에 강화유니버스를 선보이는 자리가 생기기도 했고요. 느리지만 차분히 계속된 연대와 협업은 지역의 분위기에도 분명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6월에 세 번째 왔을 때 강화유니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요가를 들었어요. 선생님한테 얻는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아예 ‘섬, 요가’에 등록을 하고 정기적으로 강화를 오가기 시작했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연결되고 조금씩 조금씩 관계가 생기면서, 여행지였던 강화가 일상의 영역이 된 것 같아요. - 토백, 잠시섬 10~13기 크루
비건 카페를 찾아보다 ‘희와래’를 알게 되면서 강화에 처음 왔어요. 그 근처 숙소를 이용하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 ‘잠시섬’이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계속 뜨는 거예요. 강화로의 이주를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탐색해 보자는 마음으로 참가했죠. 정말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잠시섬이 전적인 계기는 아니었지만, 내가 앞으로 연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가까이 있다는 든든한 안정감이 확실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 혠시, 2023년 12월 강화 이주
Editor 새보미야 (2015년부터 꾸준히 잠시섬을 찾는, 강화유니버스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