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기지 강화 수
강화에는 머무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어떤 이는 오래 해 오던 일을 이어갑니다.
강화유니버스와 함께한 이웃을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잠시 더 강화>.
강화에 잠시 더 머물며 갖게 된 100개의 업,
그들이 만들어가는 강화의 100가지 모습을 담습니다.
일곱 번째로 초대한 이웃은 ‘청년 지원 매니저’ 유유기지 강화의 수입니다.
강화에는 친구들과 자주 마주치는 곳이 있다.
용흥궁 앞을 지나는 골목,
저녁의 공설운동장일 때도 있지만
그중 단연은 청년공간 유유기지 강화이다.
그곳에는
장바구니에만 담아놨던 책이 있고,
나 몰래 인기 있는 간식이 있고,
신청을 참기 어려운 재밌는 프로그램이 잔뜩 열린다.
다양한 청년에게 눈과 귀와 마음을 기울이며
촘촘하게 ‘안전 기지’를 만들고 있는
청년 지원 매니저 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수는 수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청년 지원 매니저예요. 청년들을 지원하는 모든 일을 하는데, 여기서 ‘매니저’라는 건 어떤 직급이라기보다 두루두루 돌본다는 의미가 담긴 것 같아요. 이곳 유유기지에서 프로그램과 공간 운영도 하고 또 여러 가지 지원 사업과 상담, 정책 연결도 해드리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직업의 이름이나 일하고 있는 것에서 미루어 보았을 때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공간과 청년들을 이어주고, 또 청년들이 필요한 자원들도 연결해 주고. 청년들 간의 연결도 만들고 또 저희 매니저들도 청년들과 연결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연결하는 사람이 되었나요?
이전에 중소기업을 여러 군데 다녔는데 회사가 폐업한다든지 등으로 갑작스레 일을 중단하게 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 일이 거듭되며 무기력에 빠지고 무업 기간을 길게 겪게 됐는데요. 그때 ‘니트컴퍼니’*를 알게 됐어요.
무업 기간이 길어지면 스스로가 쓸모를 다 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죄책감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나의 백수 기간이 다른 친구들에게는 근속 연수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니트 컴퍼니에 있으면서는 나의 무업을 설명하거나 해명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 일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관계들을 만나니까 나의 무업 기간이 내가 잘못돼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생각해 봤던 것 같아요.
니트컴퍼니 10기가 열렸을 때, 니트컴퍼니의 다지와 쿵짝이 제게 출석 체크를 해 주는 팀장 업무를 맡겨주신 거예요. 프로그램 참여자에서 커뮤니티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보게 됐는데, 기존의 일과는 보람이 남달랐어요. 내가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던 일이라 더욱 뜻깊었어요.
*연결이 필요한 청년 누구나 신청(입사) 할 수 있는 가상 회사. 100일 동안 온라인 출근을 하고 내가 정한 업무를 단톡방에 인증하고, 서로의 인증을 격려하고 응원하며 연결되는 커뮤니티이다.
수가 니트컴퍼니에 있으면서 느끼게 된 것들이나 알아차린 부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움직이고, 시도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신났던 것 같아요. ‘해도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 무렵에 “그래서 그거 하면 월급만큼 벌어?” 하고 항상 친구들이 물었는데, 그렇지 않지만 살아있는 것에 죄책감이 덜해지기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거의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이지만 그 일이 너무 좋고, 이끌어주는 친구도 있는 거예요. 니트 친구들을 보면 다 너무 성실하고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없거든요. “나 그냥 놀면서 정부한테 지원금 타 먹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다 자기의 일을 찾고 싶어 하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해요.
그 친구들이 어떤 경력이 있고 스펙이 있는지 다 알 수 없지만, 왜 저 친구들에게 기회가 안 갈까 생각하다 보니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청년은 약자로서라기 보다 그 자체로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시도했다가 잘 안 돼도 괜찮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니트컴퍼니부터 니트인베스트먼트*까지 참여했을 때, 스스로 정한 업무를 하고 스스로 정한 목표까지 달성하는 일을 해보면서 사회에서 필요한 내가 아닌 내가 나 되는 과정을 겪었어요. 그래서 그때 받은 지원금을 ‘삶에 대한 보증금’이라고 생각하고 꼭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청년 활동가, 청년 지원 매니저가 되고 싶었어요.
*니트컴퍼니 참여자들 중 해보고 싶은 내 일을 실험할 수 있도록 투자금을 주는 가상 투자 회사이다.
수가 청년 지원 매니저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강화에서 니트컴퍼니를 3 기수 째 하고 있는데,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그중 집에 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컴퍼니에 들어오니 너무 감사한 거예요. 그 자체로도 그랬는데 저는 뭔가 해보라고 부추기는 편이거든요(웃음).
그 친구가 되게 여러 가지 워크숍에 참여를 잘해줘서 혹시 이런 데 관심이 있으면 운영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 지속적으로 물어봤어요. 근데 처음에는 계속 “저는 참여만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또 한 번 물어보니 “네! 좋아요!” 하는 거예요. 고민도 없이!
그 대답을 듣기까지 몇 달이 걸렸는데, 그 친구가 거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모아 활동하는 걸 보니 마음이 찡했어요. 그 친구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운영하는, 진행자로 데뷔를 한 거죠. 선뜻 “네” 하기까지 그 시간들에 대해 니트컴퍼니 함께 운영하는 민자랑 주디랑 돌이켜보며 정말 행복했어요.
수가 청년 지원 매니저로 일하며 꿈꾸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계속해서 그냥 시도해 볼 수 있는, 청년들에게 안전 기지가 되어주고 싶어요. 사실 뭔가 시도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하지만 여기는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마련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사실 그거 해서 갑자기 강사로 데뷔하고, 갑자기 막 화가로 데뷔하고… 하지 않아도 돼요! 해 보고 싶은 거 해 보고, 사실 조금 망해도 되고. 그래도 괜찮은 곳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망해도 망한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내가 시도해 봤고 내 경험이 생겼으니까 망한 게 아니잖아요. 사실 지원 사업은 돈을 드리는 거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많은 걸 드릴 순 없지만 그래도 경험을 만들고, 연결도 만들고. 시도해도 괜찮다는 마음도 좀 받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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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끈질긴 다정함 덕분에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져 있다.
작은 책 한 권이 생겼고,
함께 글을 쓰는 친구들을 알게 됐다.
그중 수가 준 가장 묵직한 선물은
“해 볼까?” 하는 마음이 아닐까?
“유유기지에서 볼까요?” 하고
물을 때도, 묻지 않을 때도
우리는 자주 유유기지 강화에서 만난다.
많은 친구들에게 이곳은 이미 안전 기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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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무히
Interviewee 유유기지 강화 수 @jagumuch @inuu_ganghwa
Photographer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