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빠 일기 - 9편(25년 9월)

삶의 가장 강력한 이자, 선의

by 강남 아빠 일기

치발기계의 에르메스

얼마 전, 아빠가 아는 분이 자녀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됐어. 아이가 곧 100일이라고 해서 식사를 하면서 간단한 선물을 줬어. 100일정도 됐을때 입으면 이쁜 아기옷을 골랐지.


딱히 계산하거나 깊이 고민해서 고른 건 아니야. 그저 그분이 부모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고, 네가 태어났을 때 우리가 받았던 관심과 축복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기억나서였어. 순수한 공감(empathy)의 마음이었지.


그런데 며칠 후, 그 지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택배가 도착했단다. 아빠는 잘 몰랐지만 엄마는 이게 치발기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제품이라고 하면서 좋아했지.


아빠는 그 선물을 받고 나서, “선의가 주는 복리 효과”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 내가 먼저 베푼 작은 선의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더 큰 마음으로 돌아오는거지. 그래서 9월호 주제는 “복리로 돌아오는 선의”가 됐어.


선의는 반드시 돌아온다.

아들, 아빠가 30년 넘게 살아보니 세상엔 참 묘한 일들이 많아. 어떤 경우 선의는 곧 바로 돌아오고, 또 어떤 선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와. 심지어 몇 년이 흐른 뒤에, 전혀 다른 상황에서 마주하기도 하지. 하지만 분명한건, 선의는 결국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거야.


이번 9월, 아빠가 진행한 KBW 피클볼 대회도 그런 일이야. 올해 초, 몇 년 전 블록체인 관련 협업을 했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어. 아빠가 피클볼을 열심히 하는 것을 우연히 보고 자신도 하고 싶다면서 말이야. 피클볼에 진심인 아빠는 열심히 이 지인을 도왔지. 기초 동작을 가르치기도 하고, 쓸 만한 패들도 하나 선물하고 말이야.


오랜만에 다시 본 지인과 종종 나누던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올해의 KBW 대회로 이어졌어. 아빠가 대회 준비 이야기를 꺼냈더니, 자신의 친구를 소개시켜줬단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소개받은 지인의 친구가 이미 작년 싱가포르 행사장에서 아빠가 만났던 경험이 있는 분이라는 점이야. (세상 참 좁지, 재밌는게 아빠는 그때도 후원사를 구하고 있었단다!)


그 덕에 더 쉽게 연결됐고, 이번 대회 공동 준비로 이어졌지. 이 친구분과 함께 노력한 덕분에 아빠는 다양한 후원사를 확보할 수 있었고, 결국엔 참가자들이 모여 즐기는 KBW 주간 최고의 행사가 됐단다.

몇 년 전의 인연으로 시작된 관계에 아빠가 베푼 아주 작은 친절이 지금의 큰 성과로 복리처럼 돌아온 셈이지.


신뢰 통장 잔고 쌓기

아빠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해. ‘우리가 살아가며 베푸는 관심과 선의는 보이지 않는 통장에 입금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통장은 언젠가 이자가 붙어, 꼭 필요할 때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계산하지 말고 베풀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ROI를 따지는 순간, 그 선의는 순수성을 잃고, 복리의 마법도 사라지는 듯해.


항상 진심으로 남을 대하고, 작지만 진심을 담아 베풀고, 그게 몸에 베이게끔 오래 지속하는 사람이 결국엔 복리로 돌아오는 선의의 힘을 경험하는 거야.


물론, 그런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도 가능하겠지.하지만 아빠는 겉모습보다 그 마음이 진짜이길 바라.(그리고 정말로 효과적인 건, 그 마음이 의식의 디폴트값이 되는 거라고 믿어.)


그래서 아빠도 매일 연습하고 있어. 선의를 기본값으로 품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말이야.


너에게 주고 싶은 가르침 하나

아들, 아빠는 네가 “먼저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단다.
계산보다 기억을 남기고, 결과보다 태도를 우선하는 아이 말이야.


어느 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누군가가 너를 도와주거나,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너에게 찾아온다면 그건 아마도 너의 보이지 않는 통장에 쌓인 선의가 복리로 돌아오는 순간일지도 몰라.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눈앞의 이득보다 진심을 우선하며 네 방식대로 선의를 먼저 보여주길 바란다.

아빠는 그걸 믿고 살아가고 있어. 그리고 그 믿음은, 너에게도 이어졌으면 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오늘도 마음속에 선의를 입금하고 있는 너의 아빠가.


정신없는 KBW를 끝내고 난 뒤 서울에서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작가의 이전글강남 아빠 일기 - 8편(25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