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수척을 가진 선주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재산이 공중분해 되었다
유조선 검사가 접수되어 검사 현장으로 갔다.
선주는 나이가 70대였다.
정기 검사이기 때문에 선체 두께 계측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두께를 측정하니 부족한 부분이 다수 발견되었다. 그래서 일부 두께가 부족한 부분은 교환을 하도록 하였다.
선주께서는 중년 시절까지 대형 선사에서 공무감독으로 근무하였다고 한다. 수천 톤의 유조선을 관리 감독하셨으니, 선박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고 운용 부분에서도 20대 시절부터 유조선 관리 업무를 하여서 유조선 계통에 정통하신 분이셨다. 검사를 위해 일부의 수리를 하였으나 예산을 마련하여 선체 외판과 골재를 전체 교환할 것이라고 하셨다.
내가
“이 배는 많이 노후되었으니 다른 배로 전환하거나 신조선을 건조하시는 계획이 없습니까?”
고 물으니
선주는
“이 배는 나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주어 재수가 좋은 배야 고쳐서 쓸거야”
라고 하였다.
그리고 1년 후 그 배의 검사 신청이 되어 전화했다.
그 배의 외판과 골재 전체를 교환하기로 설계업체와 공사업체와 계약을 마쳤다고 하였다.
먼저 강재 입고 검사를 하고 조립부터 용접까지 검사를 진행하였다.
선주는 예전 공무감독 시절 꼼꼼한 성격 그대로 현장에 마이크로미터를 들고 다니며 일일이 강판과 골재의 두께를 재어 확인하였다.
나도 골재 조립 과정부터 꼼꼼히 확인하였다.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용접검사와 비파괴검사까지 마쳤다.
그런데 선주와 대화하면서 느낀 점은 갑자기 화를 잘 내신다는 점이었다. 선원들에게도 갑자기 화를 잘 내시곤 하였다. 나에게 크게 화를 내지 않으나 젊은 직원에게는 이따금 큰소리를 치기도 하였다. 나는 그냥 나이가 드셔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선주에게는 그 배외에도 여러 척의 배가 있었다. 전부 유조선인데 그 배는 배 길이가 30미터 정도인데 부산항에서 운송선에 기름을 이송하였다.
그런데 그 배의 선령이 30년이었는데, 해양오염방지법이 개정되어 모든 유조선에 이중 선체구조를 갖추도록 법령이 개정되었다. 그 배는 수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선저공사를 해야 할 형편이었다.
부산항을 지나다니면서 정박 중인 그 배를 보게 되었는데 주문이 많이 없어 운용을 안 하는지 배를 접안해 두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한참을 그 선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약 2년이 지나서 그 배의 검사 신청이 접수되었다. 그래서 바로 전화하여 검사 준비 내용을 알려주려 전화하였는데, 선주는 선체 페인트를 하기 위해서 배를 상가(진수대를 이용해 배를 들어 올리는 일) 를 하였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였다.
대화할수록 내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다. 답답함만 늘어 가고 있는데, 검사를 위해 영도 조선소 거리를 지나다가 선주를 골목길에서 만났다.
“선주님 배를 상가했어요?”
“응 선체가 더러워서 페인트만 할 거다.”
“그러면 검사는 안 하십니까”
“안 한다.”
“배를 올려놓고 검사를 안 한다고요?”
그런데 그 선주는 내 눈을 잘 보지 않고 눈을 피한다.
더 이상 긴 대화가 어려웠다.
나중에 조선소 담당에게 물어보니 어르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단다. 그래서 상가비를 받아야 하는데 못 받아서 딸이 와서 돈 지급을 했다고 한다. 대화가 어려웠던 것이 알츠하이머병 때문이었다.
아들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유명한 연구소에서 근무 중이어서 아버지의 가업을 이을 뜻이 없고, 선주의 아내는 십수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사유재산에 대해 증여하는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아들이 외국에 있어 자주 만나지 못했고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집에서 혼자 생활하다가 보니 병이 더 깊어진 것 같았다.
나중에 선주가 가지고 있던 배는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경매로 부쳐도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그 선주의 배는 부산항에 주인 없이 오랫동안 정박해 있었다.
나중에 선주는 요양병원으로 갔다는 소문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