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나는 00지역에서 조사선 건조 책임감리를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감리업무 수주 실적을 독려하였다.
상주감리는 책임감리자만 상주를 하고 나머지 감리직원은 비상주로 감리업무를 담당하였다. 생산설계는 D설계사에서 담당하였고 계약도면은 A설계사에서 작성하였다. 조선소는 과거 목선과 FRP선박을 상가 하던 조선소옆에 부지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사장은 아버지의 부지와 공장을 물려받은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감리사무실은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하였는데 겨울에는 난로를 피워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전혀 방열이 되지 않는 추운 사무실이었다.
공사착수 하기 전 착수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발주처 감독관 3명과 나, 그리고 조선소 공사책임자, 설계사 2명이 참석하였다. 그런데 첫 회의에서 생산도면 담당 D설계사에서 폭탄발언을 하였다. 바로 초기복원성이 불량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한 경위를 살펴보니 도면은 선주제공이고 생산도면을 D설계사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복원성은 개선하기 위해 재설계를 하면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청구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계약도면의 잘못은 발주처에 있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회의에 계약도면 작성회사인 A설계사가 참석하게 하여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2차 회의에서 A사는 복원성 개선방안을 작성하여 참석하기로 했는데, 에서 A사에서 제시한 안은 밸러스트탱크에 물을 가득 채우면 복원성을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강판 절단전에 대책으로서 밸러스트탱크에 물을 채우는 것은 안된다며 크게 화를 내었다. 초기 대책이라면 무게중심을 낮추도록 배치를 바꾼다든가 상부구조물을 철거한다든가 하는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가만히 계시던 수석감독관이 나중에 나에게 발라스트탱크에 물을 채우는 방법으로 하자고 하였다. 선주의 의견이니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 담당실장님에게 이러한 내용을 보고하였다.
초기 계획대로 현장감리는 지사에서 담당하였으나 본사에서는 도면을 승인 외에 기술검토의 도움이 없는 실정이었다. 이전 직장동료인 복원성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였는데, 계획중량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D사에게 강판중량을 포함한 선체 경하중량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였다.
강판절단식을 마치고 나서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계속 추가적으로 경하중량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였으나 D사와 조선소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료 제공을 하지 않았고 공사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소규모 조선소(일명 마찌꼬바조선소)를 처음 경험해 본 나로서는 좀 당황하고 화난 경험의 연속이었는데, 예를 들어 소제의 전처리검사를 하고 도장을 하도록 검사계획서에 명기되어 있었으나 아침에 가보면 그 전날 야간에 전처리검사를 받지 않고 도장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검사를 다시 받도록 시정 문서를 보냈지만 이전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어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그렇게 수차례의 경하중량산출표 제출 독촉 문서를 보냈지만 시일은 지나서 진수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조선소에서 진수 20일을 남겨두고 폭탄을 터트렸다. 복원성계산을 해보니 발라스트탱크에 물을 채워도 복원성 값을 만족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복원성회의를 하기로 하고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는데 조선소에서는 ㅇㅇ톤 정도의 바킬(bar keel)을 붙이면 된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배 밑바닥에 두꺼운 철판을 길이방향으로 붙이자는 것이었다.
이 배의 경하중량 추정치는 약 ㅇㅇㅇ톤이었다. 내가 우리 회사의 복원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먼저 경하중량을 미리 계산으로 구하였지만 그 값이 오차가 있을 수 있고, 철판을 부착하고 나면 철거를 할 수 없다. 따라서 계산보다 더 많은 중량물을 부착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철거 조치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중량물을 달면 승용차 트렁크에 무거운 짐을 싣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경사시험을 해서 정확한 경하중량을 계산하고 다시 배를 들어 올려 추가중량물을 붙이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렇게 추가 조치 없이 진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복원성에 문제가 있으니 진수계산을 해서 선저탱크에 물을 채우거나 배 밑바닥에 중량물을 설치해서 배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하도록 권하였다. 그런데 조선소 공장장은 계산 결과 문제가 없다고 하며 추가 조치 없이 배를 내리기로 하였다.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진수일이 다가왔다.
진수 후 내부 조사차 조선소직원 10여 명이 미리 배에 타고 있었고 선대에서는 배를 받치고 있는 레일의 대차가 내려가지 않도록 용접이 되어 있는 철판을 절단하고 있었다. 나는 배가 내려가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는데, 드디어 드드득~ 하며 대차가 연기를 내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내려가는 대차가 물에 닿았다. 크게 첨벙 거리며 물에 빠진 배가 부력을 받아 서서히 솟아오르는데 나도 모르게 우어어~ 하는 소리를 질렀다. 배가 기울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울어진 배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기울어진 채로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예인선이 진수한 배에 로프를 연결하고 배를 끌고 접안장소를 이동을 하였는데 끌려서 가다가 배가 전복할 것 같은 불안한 상태로 끌려가고 있었다.
안벽에 접안한 배를 보니 조타실 갑판(상갑판 보다 위에 있는 갑판)에 두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배가 기울어져 있었다. 진수 후 배에서 후속작업을 해야 하는 작업자들이 배가 넘어질 것을 우려해 불안감을 호소하였다.
며칠 후 조선소에서 2톤 정도의 모래주머니를 상갑판에 올려놓자 배가 바로 복원하여 원위치로 돌아왔다.
진수 후 추가공사를 마치고 며칠 후 경사시험을 실시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시험선 검사기관은 K선급이었다. 복원성 시험 시 흘수, 중량물, 중량물 이동거리, 진자이동 측정값 등을 현장에서 확인을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그 측정값을 다르게 작성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장에서 경사시험 후 체크리스트를 확인 후 서류에 서명하기로 선급검사원과 미리 약속을 하였다.
복원성시험 하는 날, 선주감독관과 조선소 임원, 감리원, 설계사, 검사원 등 많은 사람들이 참관을 하였다. 순서대로 중량물을 중량측정하고 이동거리를 측정하고 흘수를 읽고 이동중량물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좌현과 우현으로 이동하면서 복원성시험을 하였다. 경사시험을 마치고 설계사에서 주섬주섬 정리를 하고 있었다. 정리된 체크리스트를 달라고 했더니 주뼛주뼛하면서 마지못해서 체크리스트를 제출하였다. 그래서 체크리스트에 선급검사원과 감리자인 나와, 설계자가 모두 서명하고 그 서류를 사진을 찍어 두었다.
복원성 시험을 한 것은 금요일이었는데 일요일에 전화가 불이 나도록 왔다. 설계사에서 경사시험 자체계산결과 복원성이 불합격이라는 것이었다. 복원성 대책회의를 소집하였고 본사에서 기본설계 담당자가 회의에 참석 하였다.
그 간의 과정을 보면, 공사 초기에 복원성불량 문제를 D사에서 처음 제기했을 때 A사에서 발라스트 탱크에 물을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을 때 발주처에서는 그것을 허락하였고, 나는 경하중량 관리를 위해 노력하였기에 감리자로서 역할을 다한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복원성대책회의에 우리 회사 본사의 기본설계 담당자와 발주처, 설계사, 검사기관, 감리책임자, 조선소 등 약 20명의 책임자가 참석을 하였다. 설계사에서는 다시 경사시험을 하지 않고도 중량물의 위치와 무게중심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며, 선급검사원에게 복원성시험을 면제요청하였으나 거절하였다.
회의의 결론은 배에 중량물을 채워 경사시험을 다시 실시하기로 하였고 추가중량물로써 쇳가루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상갑판아래로 ㅇㅇ톤의 추가중량물을 채우면 복원성이 만족하는 것으로 예상되었고, 철판을 상갑판 아래 통로와 기관실에 철판을 용접으로 고정 설치하였다. 철판은 가로, 세로와 두께만 알면 비중만 곱하면 중량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쇳가루는 전체가 몇 톤인지는 알 수 있지만 한 탱크에 전부를 적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탱크마다 충진 한 무게를 확인해야 했다.
저녁부터 쇳가루를 공탱크에 채우기 시작했는데 채울 때마다 무게를 확인을 받고 채우도록 하였다. 크레인으로 채울 수 있는 장소가 아니어서 양동이에 쇳가루를 담아서 일일이 공탱크에 부어 나갔다. 저녁부터 ㅣ작된 작업이 자정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다음 날 다시 경사시험을 하였고 복원성계산 결과 배의 무게중심값은 기준에 만족한 것으로 계산되었다.
그렇게 무사히 인도되고 나는 ㅇㅇ에서 부산으로 발령이 났는데 다대포에 업무가 있어서 갔는데 바로 옆에 있는 조선소에 그 배가 상가가 되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선장을 만났더니 선장은 안전하게 운항하고 있다고 하였다.
건조감리를 할 때는 고난이 많았지만 무사히 운항하고 있는 선박을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