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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로 Nov 25. 2022

베스트 오퍼(2013)

어느 70대의 생애 첫 연애 도전기

<시네마 천국>의 감독은 아직도 영화를 찍고 있다
한 완고한 노인네의 처절한 성장기


개봉시점은 지난 영화지만 필자는 영화모임을 기회로 최근에서야 봤다.

나에겐 최근 영화가 아닌셈.

<시네마 천국>을 기억하는가. 흔히 명작, 인생영화를 꼽을 때 흔히 회자되는 그 작 말이다. 영화에 관한 영화기도 해서 더 아련히 남는 영화. 이게 1988년 작이다.

지금에 와서 <시네마 천국>의 배우, 감독은 뭐할까를 생각할 때 그 영화의 고색창연한 느낌 탓일까 진작에 작고했겠거니 생각하게 된다. 이상하게 <시네마 천국>은 유달리 오래되었다 느낌을 주는 영화다. 필자도 글을 쓰면서 찾아보며 의외로 놀랐다. 6, 70년대작이 아니었어?! 내용의 특색이 주는 감상도 그에 한 이유로 있을테지만.

실제로 영화관의 영사기사로 나온 배우 필립 느와레는 지난 2006년에 별세하였다. 중년의 토토로 나온 자끄 페렝도 겨우 올해 22년 4월에긴 하지만 사망했다.

그렇다면 이런 오래된 영화를 찍은 명감독은 당연히 진작에 작고했겠지 할만하다. 그런데 의외로 팔팔하게 최근까지 영화를 찍고 있다. 좀 정정하신가보네 했는데, 아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이 냥반 생각보다 젊었던 것. <시네마 천국> 찍을때가 30대 초반이었으니. 그렇다 이 감독 안 죽어서 멀쩡히 영화찍고 있는, 생각보다 '젊은이'다. 나도 모임서 이 영화를 추천받고 찾아보고서야 불현듯 알았다.


나온지 꽤 됐다. 중간에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무료로 풀린적도 있다. 지금도 천원이면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영화다. 나도 그때쯤 공짜로 받아놨었다. 그러고서 별로 안 땡겼던지 웹하드에 방치해 두었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하곤하는 영화모임에서 강하게 추천을 받았다. 여운이 강렬하게 오래가는 영화라며. '호오, 그래?'하면서 이 걸 그때서야 보기로 했다.

그런 영화가 있지 않은가, 혼자 보고나서는 생각보다 그저그렇다 느끼는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비로소 진가가 드러나는. 이 영화도 필자에게 그러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모임에서의 다른 분들의 열광적인 반응도 영화만큼이나 인상깊었다. 이건 이 정도로 감명을 이끌어낼만한 영화였구나. 이런 의미로도 <시네마 천국>의 감독은 아직 안 죽었던거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네마 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찍은 2013년작 <베스트 오퍼>다.

1. <베스트 오퍼>는 70세가 넘은 한 까다로운 미술감정가가 주인공이다. 이 사람은 여기저기서 진품과 가짜를 판별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는 이 분야 최고권위자이며 막대한 가격을 호가하는 미술품들의 경매사이기도 하다. 이 사람에게 어느날 의문의 여자가 감정을 의뢰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평들은 '진짜와 가짜'의 범주나 경매에서 최고가격 입찰을 의미하며 영화제목이기도 한 '베스트 오퍼'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이 영화를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그건 맞는 얘기다. 이 영화를 추동하는 주요테마는 그게 맞다.


3. 그러나 이와는 달리 나는 이걸 늙어서야 본인의 결핍을 처음으로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한 노인의 처절한 성장기로 봤다. 이 사람의 감정 능력은 어느 차원에까지 타당할 것인가. 이 사람은 자신의 결핍으로 몸서리치던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 앞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비로소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이 살아온게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자신이 진짜로 살아온건지, 가짜로 살아온건지.

주인공의 물리적 나이만 떼어놓고 보면 성장 드라마다. 노인이라고 꼭 성장을 다한건 아니지.


4. 그래서 이 영화의 얘기는 이 한문장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생각한다.

평생 2D 여자만 알고 살아온 오타쿠는 현실의 3D 여자에게 제대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엄연한 미술 영화다. 실제 미술사에서 알려진 회화작품들도 제법 나온다.


5. 엔딩이 강렬한데,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갔을지가 정말 궁금해지는 영화다. 요모조모 상상해보게 되더라.  


6. 여기저기 다른 작에서 눈에 띄던 배우들도 꽤 나온다. <킹스 스피치>에서 언어장애 치료사로 나오는 제프리 러시가 주인공 올드먼으로 나오고 <천일의 스캔들>이나 도박영화<21>, <업사이드 다운>에서 훈훈하게 나오던 짐 스터지스도 그에 걸맞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블레이드 2049>에서 앙칼진 레플리칸트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실비아 훅스도 여기선 같은 배우라고는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신비스러운 여주로 굉장히 아름답게 나온다.


7. 시네마 천국도 영화가 끝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든 영화지만, 베스트 오퍼도 못지 않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서 온몸이 울릴만한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늙어서야 본인의 결핍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성장을 시작하는 한 노인의 처절함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 작도 마지막 장면 후 엔딩크레딧에서 바로 몸을 일으키기 쉽지 않은 영화다. 사람에 따라선 그 여파가 며칠 넘어 길게 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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