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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훈 May 01. 2019

지극히 주관적인 여행기

쿠바 여행기


 약 두 달 반 동안의 남미 여행을 마쳤다.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긴장, 치안에 대한 걱정 등이 복합적으로 다가와 여행의 재미를 증감시켰다.
 모두 남미 국가들이고 땅덩어리는 이어져 있지만 나라마다 혹은 도시마다 사람과 거리의 분위기가 다 달랐다.

 하지만 두 달은 너무 긴 기간이었을까. 솔직히 무뎌져 가고 있었다. 다 다르다곤 하지만 똑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고, 이제 그 다음은 어디 가서 뭐하지? 정도로 걱정은 사라지고 적응되어 버렸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여행하는 느낌이 아니랄까... 여행에도 매너리즘이 있다는 걸 실감할 즈음이었다.

 그때 나에게 쿠바가 다가왔다. 느리고 불편하고 파리와 말똥이 즐비한 이곳이,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줄 줄은 미처 몰랐다.
 사실 불편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이기에, 일정에서 쿠바를 빼자고 거듭 권유해왔다. 그런 내가 미울 법 하지만, 쿠바는 나를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설렘과 긴장을 선물해주었다.






 무뎌져 가는 여행에 재미를 더해 준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닉 하게도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쿠바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곳에서 와이파이 카드를 구매한 후,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모든 것을 검색에 의존하여 마치 와 본 적 있는 나라인 것처럼 갈 곳, 먹을 곳을 미리 정한 후 다녔던 나였다. 남들이 갔던 곳을 답사만 하며 다녔던 나였다.

 그러나 쿠바에서는 그럴 수 없다. 모든 걸 직접 물어보며 다녀야 하고 먹는 것도 매번 도전이다. 흥정을 하고 사기를 의심하며 마음 상하는 것까지 모두 여행의 일부가 된다.
 오프라인 지도가 있긴 하지만, 방향이 헛갈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더운 날씨에 지치거나 짜증이 날 법하지만 ‘Corea?’ 하며 밝게 웃으며 인사해 오는 쿠바인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지어졌다.
 
 한 번은 다운로드하여 온 음악을 듣는데 ‘See you again’ 이 흘러나왔고, 이 곡이 폴 워커를 추모하는 곡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근데 폴 워커가 정확히 누구지?”


 하고 질문을 던졌고, 무수한 추측들이 오갔지만 지금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녹색창을 켜서 그에 대해 알아내야 직성이 풀렸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다. 그게 좋았다. 어차피 안되니까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위생문제는 애초에 마음을 비우고 왔기 때문인지 그럭저럭 괜찮았다.
 ‘군인 시절에는 야산에서도 잤는데 뭐.’
 하며 군부심을 좀 부리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전이나 단수 또한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했다. 모터를 돌려 다시 물을 틀어주는 모습이 그저 재밌었다. 물론 평생 여기에서 살 건 아니기 때문에 재미로 넘길 수 있는 것이겠지만.






 치안 문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어둡고 위험한 분위기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보니, 관광객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한 번도 위협이나 인종차별적 행동을 겪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나 여행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한국인을 볼 수 있으며, 쿠바인들도 한국인이 익숙한 눈치다.






 하지만 한 가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여전히 용납할 수 없는 건 물가이다. 이 정도의 낙후된 시설과 불편에 이 정도의 값을 매겨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의견인데, 이건 애초에 화폐 체계가 문제이다. 내/외국인 화폐가 따로 있는데, 내국인 물가와 외국인의 물가 차이가 상상초월이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올드 아바나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가려면 택시비가 10 쿡 정도 든다. 1 쿡은 1달러 정도이다. 차로 10분도 안 걸릴 수 있는 거리인데 10 쿡이라니, 벌써 한국보다 비싸다. 택시가 아닌 마차나 자전거 택시를 타도 되는데, 이것도 흥정해야 겨우 5 쿡에 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마차는 보통 1 쿱, 심지어 버스는 0.5 쿱이다. 1 쿱은 1/24 쿡이다.
 즉, 100원짜리 마차를 관광객은 12,000원 내고 다니는 셈이다.
 관광객 특수라 치고 넘어가더라도 이것보다 훨씬 더 괘씸한 게 있다. 바로 관광객을 등쳐먹으려고 한다는 건데, 그 친절하고 순박한 쿠바인들이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버린 느낌이라 언짢아지고, 쿠바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이처럼 의외의 재미와 언짢음을 함께 주고 있는 쿠바 여행의 절반 정도가 지났다. 쿠바 여행을 끝마쳤을 때는 또 어떤 감정이나 느낌이 나를 사로잡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생긴 것과 다르게 비싸다는 것만 제외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지인 것 같다.

 지금도 지금의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조금 더 편하고 깨끗한 쿠바를 여행하고 싶다면 더 기다렸다가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곳곳에서 호텔이 증축되고 있고,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와이파이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중, 남미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에 도전했다가 북한의 수장이 되어 버린 나의 모습. 그리고 쿠바에 오면 즐길 수 있는 카리브해의 사진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늘 밤 매일 밤 자꾸만 네 생각만~ 나는 그대의 쿠바 쿠바 쿠쿠 쿠바 ^___^



아름다운 카리브 해


내래...





*세계여행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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