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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훈 May 10. 2019

지극히 주관적인 여행기

쿠바 여행기 2

 

 브라질부터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까지 7개의 남아메리카 국가를 거쳐 첫 중앙아메리카이자 8번째 국가인 쿠바에 도착했다.

 쿠바에서는 아바나Havana 3박, 히론Playa giron 2박, 시엔푸에고스Cienfuegos 1박, 트리니다드Trinidad 4박, 바라데로Varadero 2박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아바나 2박의 약 2주간의 일정을 보냈다.

 지난번에 쿠바에 대한 느낌을 ‘쿠바 여행기’라는 이름으로 썼으니, 이번 글은 ‘쿠바 여행기 2’가 되겠다. 그리고 쿠바에 대한 나의 입장에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







 쿠바에는 불편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인터넷, 화폐, 위생, 치안 등이 불편한 요소로 손꼽히는데, 지난 글에서 물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괜찮았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쿠바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지혜가 생긴 덕에 물가에 관한 스트레스는 많이 사라졌다.

 교통비가 비싸다는 사실은 여전하지만, 한낮엔 활동을 자제하고 저녁시간을 이용해 움직이면 걸어 다녀도 충분히 괜찮았다.
 그리고 비아술 버스(도시 간 이동 버스)보다는 차라리 택시 콜렉티보(동승자와 함께 택시 대절)로 도시 간 이동을 하는 게 가성비가 좋았다. 터미널에 내려서 또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 비용과 수고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 비용은 블로그나 맵스미의 정보를 통해서, 가능하면 그것보다는 발품을 통해서 모네다(현지인 화폐) 식당을 찾아내면 절반 이상이나 줄일 수 있었다. 확실히 재료를 사서 숙소에서 요리를 해 먹는 게 저렴한데, 쿠바의 까사에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니 모네다 식당을 찾아내어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휴양지의 경우만 놓고 보자면, 쿠바의 물가는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저렴하다고 할 수도 있다.

 쿠바의 대표적인 휴양지는 히론과 바라데로다.


 히론에서는 15쿡(1쿡=1달러)으로 해변에서의 모든 식사와 음료를 이용할 수 있는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오전 10시부터 보통 오후 4시까지이며(6시까지 가능) 스노클 장비 대여는 유료(5쿡)이다.


 바라데로는 카리브 해를 품고 있는 지역으로 멕시코의 칸쿤과 견주는 곳이지만, 칸쿤보다 훨씬 싸게 올 인클루시브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인당 5만 원 정도부터 10만 원이 넘는 호텔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인당 8만 원 정도의 호텔에서 묵었는데 뷔페, 레스토랑, 음료, 수영장, 해변 등을 마음껏 이용하며 쉬어서 꿈만 같은 하루를 보냈다.

 바라데로가 백사장이 펼쳐진 해변에서 파도를 맞으며 놀기 좋은 해운대 같은 곳이라면, 히론은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며 물고기와 놀 수 있는 곳이다.

 바다만 놓고 보자면,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히론의  바다 편을 들어주고 싶다!


 이렇듯 저렴하고 안전하며 아날로그의 향수에 빠질 수 있는 쿠바지만, 이 모든 매력을 날려버릴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위생이었다.


(식사 중이거나 비위 약하신 분은 읽지 마세요;;)








 기대를 품고 숙소를 나와 목적지로 걸어가는 길 곳곳에 있는 개와 말의 배설물 지뢰밭을 상상해보자. 심지어 쥐 사체도 두 번이나 봤다. 게다가 담배든 쓰레기든 길거리에 던지는 게 당연해 보였고 산책 중인 키우는 개의 배설물도 치우지 않았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며 식당에 갔는데 파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걸 상상해보자. 밥 먹는 내내 파리를 쫓아내기 위해 팔을 휘저어야 했다.


 일정을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쉬려는데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걸 상상해보자. 나도 소름 끼치고 잡기 싫지만, 내가 자는 동안 방을 기어 다니는 걸 생각하니 더 끔찍해서 잡아야만 했다.


 클럽에서 살사를 추며 흥에 취하고, 맥주 한 캔을 들고 말레꼰에서 잊지 못할 일몰을 보고, 카리브 해에서 수영을 즐기다 선베드에 누워 모히또를 마신다.


 이렇게 듣기만 해도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는 여행이,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위생 때문에 모두 망가져버리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값비싼 호텔에 묵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만 간다면 위생에 관한 불편들이 많이 해소될 테지만,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그 나라를 가까이서 느껴보는데 더 큰 의의를 두는 여행자라면 나와 비슷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낙후되어 있고 발전이 더딘 곳이기에 그렇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용인하기보다는, 관광이 주요 산업인 자국의 현 위치를 적극 인지하고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의식 개선과 제도 정비를 장려하여 좀 더 깨끗한 쿠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원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멕시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좋았던 순간이 분명히 많았지만, 쿠바를 탈출한다는 느낌으로 비행기에 탄 게 사실이다. 이제 더 깨끗하고 답답하지 않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번 쿠바를 여행하고 싶은 건 사실이다. 매력이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그 매력이 정말 익숙지 않은 불편함에서 나오는 건지, 아니면 쿠바 자체의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불편과 불쾌는 다르다는 것이고, 불쾌한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유쾌한 여행지인 쿠바가 되기를 기대하며 몇 년 후를 기약하려고 한다.



 좋았던 순간을 남긴 사진들을 끝으로 쿠바 여행기를 마쳐야겠다 :-)


씨엔푸에고스
씨엔푸에고스
바라데로
트리니다드
말레꼰의 일몰
모로 요새의 일몰
모로요새에서 본 아바나 전경





*세계여행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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