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2025년 10월 20일

by 정성훈

우리 부부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기로 했다. 예전처럼 무작정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모아 둔 돈으로 여행을 즐기고 여행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일을 하며 돈을 모으는 그런 불안정한 삶을 살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어느덧 나는 40대가 되었다.


현재 태국 북부의 큰 도시인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다. 한 달 살기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너무도 만족스럽고 평화로울 수밖에 없는데 역시나 물가로부터 비롯되는 만족감이다. 당장 1층으로 내려가면 약 50m 길이로 펼쳐진 수영장이 있고 보안, 위생 등의 관리가 철저한 콘도에서 한 달 동안 묵는 가격이 80만 원대이다.


주말을 맞아 택시를 타고 올드타운에 가서 5년 연속 미슐랭 배지를 받았다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디저트 가게에 가서 갖가지 과일이 들어간 스무디 볼을 먹었다. 그리고 또다시 카페를 옮겨 시원한 커피를 마시다가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서 에코백을 사고 숙소 근처에 있는 쇼핑몰 푸드코트에 가서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 들어왔는데 쓴 돈이 채 4만 원이 안 된다.


그러고 보니 또 돈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뿐만 아니라 블로그는 물론이고 내 지인들이 볼 수 있는 인스타 게시물이나 심지어 부모님께 연락하는 카카오톡에서까지 내가 하는 말의 기저에는 돈이 깔려 있다.


가끔은 돈걱정 안 하고 살고 싶기도 하고 돈 이야기를 꺼내는 와이프가 불편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의 생산능력이나 안정성 같은 것들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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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살며 그저 친구 만나 술마시고 TV 보는게 삶의 낙이던 삼십대 어른이가 범상치 않은 그녀를 만나 결혼과 세계여행을 한번에 맞이한 후의 솔직한 속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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