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가 뭐길래

by 한가온

2010년 중반 즈음이었을까. ‘영화관에서 허니버터칩을 먹으며 인터스텔라를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표도 구하기 힘들었고, 과자는 한 봉지가 아니라 한 개씩 소분해서 거래되던 기이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때 인터스텔라를 보지도 않았고, 허니버터칩을 찾아 동네 편의점을 돌지도 않았다.


이상하게도 늘 그런 유행에는 한 발 떨어져 있던 나였다.

그 시절 줄 서서 먹던 벌집 아이스크림이니, 대만 카스테라니 하는 것들도 그저 보고만 지나쳤다. 아이들이 마라탕을 먹고 곧장 탕후루를 사 먹는다고 할 때도 “그거 진짜 맛있어서 먹는 거니.” 하고 묻던 쪽이었다. 마라탕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말에 아이들은 일동 경악하며, 제발 오늘 저녁만큼은 옥수수면을 추가해서 먹어달라고 애교 섞인 애원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날 끝내 마라탕을 먹지 않았다.


참 별스러운 기질이다. 남들이 재밌다, 맛있다 하는 것에 나까지 달려들어 합류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른바 천만 영화라는 명작의 줄거리도, 월드스타라는 아이돌 멤버의 이름도 뒤늦게 외우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지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꽤 불리한 태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이들은 속으로 저 선생님, 촌스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만 조금 지났다 뿐이지, 요즘도 마찬가지다. SNS를 켜면 온통 ‘두바이 쫀득 쿠키’, 줄여서 ‘두쫀쿠’ 이야기뿐이다. 쿠키라고 부르기엔 초콜릿 가루를 묻힌 찹쌀떡에 더 가까운 모양새, 크기는 돌쟁이 손바닥 만해서 가격은 슬그머니 올라 어느새 6-7천 원. 게다가 1인당 구매 개수 제한이 있기도 하고, 어느 판매점에서는 메인 메뉴를 시키지 않고 ‘두쫀쿠’만 주문하면 안 된다는 희한한 규칙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전부리는 매번 품절이다.

그래, 내가 안 사 먹는다고 해도 누군가는 다- 사 먹는 거지.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두쫀쿠를 내 돈 주고 사 먹을 일은 없겠거니 했다. SNS 숏폼만 보더라도 재료와 만드는 법, 맛과 식감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으니 굳이 비싼 돈을 지불하며 확인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상상 가능한 맛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러다 어느 날,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카운터 옆의 쇼케이스를 바라보다가 그 말로만 듣던(사실 영상으로만 보던) 두쫀쿠와 눈이 마주쳤다. 쇼케이스의 조명을 받아 유난히 영롱하게 빛나던 그것은 마치 ‘이래도 날 안 사?’라고 묻는 것 같았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사장님께 두쫀쿠도 두 개 포장해 달라고 말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그것을 어떻게 맛보아야 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위로 반을 잘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씹는 순간 와그작 소리가 나며 눅진한 달큼함이 입안을 채웠다.

‘아- 이래서 먹는구나.’

확실히 맛있긴 했다. 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서 정확히 더 달고 맛있었다. 개인의 호불호를 판단하는 기준은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인정하게 됐다. 괜한 반골 기질로 놓쳐버린 나만의 취향이 최소한 몇 개는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며칠 뒤, 나는 그 카페에 다시 들러 두쫀쿠 두 개를 또 샀다. 이번엔 부모님에게 드리려고. 치아도 좋지 않고, 달고 기름진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쯤은 먹여 보고 싶어서.

솔직히 미적지근하거나 아예 싫어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게 바로 그 ‘두쫑코(절대 ‘두쫀쿠’라고 하지 않는다)’냐며 표정이 고조되더니, 동창들이 모여있는 톡방에 자랑하게 사진 좀 예쁘게 찍어보란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고는 “야아, 이거 맛있긴 하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너무 달다며 한숨부터 푸욱 내쉴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내 부모도 그동안 취향일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굳이 확인하지 않고 외면하며 지나쳐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나, 부모님은 모르는 게 있다. 반으로 가른 두쫀쿠를 먹으며 “한 입에 2500원을 털어 넣네.”라고 하셨지만, 사실 3500원을 털어 넣으셨다는 걸.

그냥 원래 가격은 모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글에나마 슬며시 고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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