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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나길 Dec 30. 2022

게으름 다시 보기

책 <게으르다는 착각> 리뷰

 -<게으르다는 착각>/데번 프라이스/이현/웨일북

 -출간연도: 2022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우리는 곧잘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아마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이런 의문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해.'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질책다.


 같은 곳에 머물기 위해서는 힘껏 달려야 해. 만일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하고’ - <거울 나라의 앨리스> 中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의 말을 몸소 실천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간다. 다들 열심히 살고 하는 게 많은 것 같은데 항상 나만 늘어져 있는 것 같다. 더없이 찬란해보이는 남들의 성취를 보다가 내 보잘 것 없는 성취를 보니 자꾸만 속이 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세상에 널린 게으름에 대한 수많은 말을 듣다보면 세상엔 참으로 게으른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만큼 소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려온다. '번아웃'.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사람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현 사회가 사람들이 내달리도록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내 생각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은 게으르다는 생각에 쫓겨 끝도 없이 내달리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게으르다고 말할 때의 '게으르다'는 말은 단순한 형용사가 아니라 비난의 뜻을 품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게으른 사람은 도움이나 연민 따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문제는 '게으름'이라는 것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들쭉날쭉한 잣대를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거침없이 들이댄다.


 저자는 게으름을 '착각' 또는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게으름이라고 믿는 것의 실체는 뭘까? 우리는 게으름을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를 생산성과 연결짓도록 배운다. 성취하면 할수록 나의 가치는 높아진다. 나의 가치는 나의 생산성이 높을수록 올라간다.


 이는 산업사회,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과도 연관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성공 신화, 성실함의 신성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성실함은 성공의 열쇠이며 노력하는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고. 그러니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 노력해야만 한다고.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흔히 노력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온다고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노력의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대성공을 거둔 스타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행운이 전적으로 그들의 성실함 덕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부가 실제로 배분되는 방식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된다. 매체는 내재된 선택 편향이 있다. 똑같이 열심히 일했지만 실패했거나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 (p.53)


 더구나 이와 같은 생각은 모든 사회 문제를 개개인의 노력 탓으로 돌릴 위험이 있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약자들의 처지에 대한 명분이 되기도 한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희생자들이 당하는 억압이 그들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편견에 맞서 성공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욕구는 뒷전으로 미뤄두면 된다고 한다. 이것은 그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경계에 대한 감각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매우 해로운 사고방식이다. (p.270)



 현대, 21세기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기 쉬운 시대다. 우리는 터치 몇 번만 해도 손쉽게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일구어냈는지, 얼마나 많이 학습했는지 각자의 성취를 눈에 보이도록 전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인스타그램에 올린 포스트가 '좋아요'를 몇 개나 받았는지, 올해에 책 몇 권을 읽었는지, 우리의 성과가 친구들의 성과와 비교해서 어떤지 쉽게 평가할 수 있다. 그것이 요리든, 공예든, 여행이든 자유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조차 기록되어 공유되고 타인들과 비교해 본다. (p.177)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한다. 이 세상에 한두 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다. 당연히 항상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게임처럼, 레벨업을 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올라가듯 결과를 측정하고 성취를 해나간다. 다음, 또 다음. 리스트를 지워나가고 결과를 쌓으며.


우리 모두 성취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도록 배웠다. 하지만 어떤 대단한 일을 해냈을 때 그것에 안주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해도 사회는 멈추고 숨 고르기를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다음은 뭔데? 다른 건? 하고 끝없이 궁금해한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열심히 할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된다고 가르치지만, 수용할 정도의 '열심히'가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정의하지 않는다. 약한 모습이나 쉬어야 함을 결코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애초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p.40)





 게으름은 하나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집중을 못하거나 피곤하고, 스스로 게으르다고 느끼는 것은 몸과 뇌가 휴식할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동기가 없을 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게으름은 우리의 한계와 욕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이런 신호를 게으름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아무것도 알아챌 수 없다.


 게으름은 조직에서도 어떤 신호 수 있다. 직원들이 보이는 게으름의 패턴은 일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신호다. 겉보기에 '게으르다'고 판단되는 행동들을 통해 무언가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소진되는 것을 피하고 게으르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행해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나온다.


 가장 먼저, '의식적으로 한가한 시간을 만들기'를 들 수 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 기계조차 많이 사용하면 마모되고 고장이 난다. 소진은 의 이상뿐 아니라 마음의 이상도 가져온다. 소진된 사람은 무뎌지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면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하고 친절해질 수 있다.


 기력을 회복하고 여유가 생기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거나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해법이 떠오를 수 있다.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자. 휴식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에게 시간을 주자.



 그 연장선상에서, 정보 소비나 관계에 있어서도 그 모든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려고 하지 말자.


 우리는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메일 등을 모두, 최대한 많이 소화해야 할 것만 같이 느낀다. 그런데 정보과부하에 걸리면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잘 눈치채지 못하고 정보의 질이나 진위여부를 평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즉, 가짜 뉴스에 속아넘어갈 위험이 크다.


 어차피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보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적은 정보를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에 집중하자.


책에서는 '고장난 레코드 기법'을 제시한다. 경계를 설정하고, 고장난 레코드처럼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개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고 느낀다. 부모님이 원하는 자식으로서의 모습이든, 배우자로서 어떤 기준을 충족하려는 것이든 말이다.


 진정성 있고 편안한 관계를 만드려면 타인을 실망시키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만일 누군가의 기대나 요구가 지나치게 크거나 나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그것에 부응하려는 마음을 줄여 나가자.



 다음으로는 '음미'하기가 있다. 음미란 경험을 깊이 만끽하는 과정이다. 음미는 다가올 순간을 낙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인식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경험을 바라볼 때 나타난다.


 그리고 '잘 못하는 활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우리가 계속 성공적으로 '잘' 하고 생산적일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잘 못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진정한 느낌을 바탕으로 선택하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작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달팽이가 나아가듯 지난하게 느껴지더라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그 커다랗던 문제가 지나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일 할 수 있는 소소하고 구체적인 방법'에 집중하자.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건 현재의 삶을 즐기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들에 집중하자. 그러면 커다란 문제의 덩어리를 볼 때보다 훨씬 불안이 줄어들고 동력도 많이 생긴다.


 한 번에 게으름이라는 착각을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고 시간이 흐르면 차츰 이 게으름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자신을 타인의 마음에 들도록, 이해받도록 작게 만들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당위'에 저항할 때, 우리는 게을러지는 게 아니라 강해진다. (p.299~300)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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