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괜찮다는 것

by 가온나길

차마 오랫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을 통해 내 자신의 부족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날까봐 무서웠다.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써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부족한 나, 무능한 나에 대한 두려움이 그토록 컸나보다.


머리로는 안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결국 평생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거란 걸. 알게 된 만큼, 채운 만큼 내 부족함이 더 보일 거란 걸.


부족함을 채우려 애쓰느라 그 자리에 멈춰있기보다 차라리 부족함을 안은 그대로 행동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내 부족함을 내보이는 것이,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는 게 너무 무서워서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없었다. 글이란 어쩔 수 없이 내 자신이 묻어나게 되어 있으니까.


내 부족함을 어느 정도 채워 그럴싸해보여야, 다른 사람들에게 그나마 부족해보이지 않아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그냥 내 관념이라는 걸 안다.


내 부족함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부족한 나를 끌어안은 채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움직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사실은 부족함을 느낄 수 있기에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건데. 그게 인간인건데.


사람은 부족함을 느낀 만큼 성장을 갈구하며 그만치 자라난다.


오랫동안 결핍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일종의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설령 형편없더라도, 아무도 내 글을 좋아하지 않는대도 그래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 부족함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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