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죽음'에 대한 언급이 있어 '죽음'에 대한 트리거가 있다면 뒤로가기 해주세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원하는 어떤 상태나 모습을 달성하려면 더 더 많이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삶은 나를 더 채우기 위한 여정이었다. 언젠가의 미래를 위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부족함을 채우는데는 끝이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나를 더 채우면 글을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매번 '이 책만 다 읽고 글을 쓰자. 그러면 쓸 수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스스로 되뇌어왔다. 그 '이 책만 다 읽고'라는 주문은 그 다음 책을 읽을 때도, 그 다다음 책을 읽을 때도 반복되었다.
삶에서 나는 대개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이제는 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또 그 다음이 있을 거라는걸.
삶에서 많은 일들이 그런 식으로 뒤로 밀려났다. 내게 분명하게 주어진 건 지금 이 순간 뿐인데, 막말로 오늘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죽을 수도 있는건데 나는 항상 내게 가장 중요한 일들은 '너무도 중요하니까' 뒤로 미뤄왔다.
내게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의 몫으로 미뤄왔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짧고 내게 확실하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괜찮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유예될 뿐이고, 어차피 난 평생 부족함을 느낄 테니까.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그냥 순전히 내 믿음일 뿐으로,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그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내 짧은 삶을 정말 '해야만 하는 것들'로 채워야 할까? 그게 정말 즐거운가?
마음이 올라올 때 종종 '살아가는 게 너무 지겹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 삶을 정말 지겹게 만들고 있는 게 누구인가?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지금을 나는 뭘로 채우고 있지?
그래서 이쯤에서 내 삶을 다시 정돈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사랑으로, 즐거움으로, 따뜻함으로 채우고 싶어졌다.
그야 나 좋은 일만 하고 재밌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좋아하는 걸 우선으로 두고, 점차 그 비중을 늘려가며 차곡차곡 그 시간들을 쌓아가고 싶어졌다.
지금 이 순간을 보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