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헤매는 것

by 가온나길




다들 헤맨다. 뭔가 각자에게 정해진 골이 있어서 거길 통과하면 평탄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삶이란 건 본디 헤맴의 여정인가보다.


나는 이미 자기 삶의 답을 찾고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부러웠다. 안정적으로 보이고, 나처럼 괴로워보이진 않으니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의 속내는 그 자신이 직접 까 보여주지 않으면 진정으로 알 수 없는 법이며, 설령 그렇게 까서 보여주더라도 각자의 필터로 또 한 번 걸러져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되곤 한다.


그러니까,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건 없다. 나는 그냥 '그럴 것이다' 하는 환상을 보며 홀로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아온 것 같다.



살아있는 한 다들 헤맨다. 그게 당연한 건가보다.


헤맨 만큼 내 세상은 넓어진다. 더 많이 품을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인정하자. 나의 부족함을. 미숙함을. 무지함을. 인정한 만큼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고 더 많이 넓어질 수 있을 테니.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미숙하고 무지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만큼 또 성장할 수 있다.


산다는 건 어쩌면 계속 나의 새로운 미숙함과 무지함, 서투름을 발견하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괜찮다'는 걸 알아가는 것. 그런 게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헤매도 괜찮다. 오히려 얼마든지 헤매자. 그게 바로 살아간다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계속 만나게 될 새로운 나, 미숙하고 서투른 나를 반기자. 그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자. 그 모든 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냥 알아주기만 하자.



난 삶이라는 건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더 괴로웠던 것 같다. 내 삶에서 그 어떤 것도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난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채, 너저분하게 흩뿌려진 파편 속에서 이도 저도 못한 채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다들 그럴 듯한 무언가를 쌓아가는데 나만 아닌 것 같아서, 아무래도 나는 살아가는데 재주가 없는 모양이라고, 노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오해했을 뿐이라면?뭔가를 완성해가는 게 삶이 아니라 '헤매는 것' 그 자체가 삶의 속성이라면?


어쩌면 삶이란 다른 거창한 그 무엇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완주하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걸지도 몰라.


그 어떤 기록을 세우지 못해도, 그 어떤 업적을 내세우지 못해도 상관없다. 삶은 그저 살아내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이고, 그 삶을 살아가는 그 자신이 다른 의미를 덧붙이는 것뿐이므로.



그러니까 잘 헤매고 있어. 잘 살아가는 중이구나. 참 멋지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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