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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on Jun 15. 2023

질문과 선택으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

최근 드라마의 복합장르 트렌드의 특징분석  (킹덤&재벌집 막내아들)

 19년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킹덤>과 22년 Jtbc에서 종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복합장르 트렌드의 특징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김은희 작가의 <킹덤>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도운 고무적인 작품이다. 16년도 한국 상륙 이후 별다른 성과 없이 미드 마니아 사이의 입소문에 머물던 넷플릭스는 <킹덤> 공개 이후 70%의 성장을 보였다. <킹덤>을 시작으로 한국형 K좀비물의 열풍이 시작됐고 이후 넷플릭스 1위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등장했다. 이 작품은 ‘신의 나라’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기존 정통사극과 달리 좀비 아포칼립스를 접목한 팩션물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17년 연재를 시작해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재벌물이다. 연재 당시 월간 매출액 1억 원을 기록해 이미 그 상업성을 인정받아 22년 드라마로 각색/방영됐다. 각색을 맡은 김태희 작가는 <성균관 스캔들>, <60일, 지정생존자>을 통해 기존 유명원작의 성공적 각색을 이미 입증한 바 있다. 배우 송중기와 이성민은 작품출현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김태희 작가에 대한 신뢰를 꼽은 바 있다. 이 드라마 역시 역대 종편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현대사와 회빙환을 결합한 재벌물이라는 복합장르로 성공한 사례이다. 이 두 성공사례를 통해 최근 드라마에서 사랑받는 복합장르 트렌드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첫째, 과거 영웅과 달리 변주를 준 영웅상의 주인공이 빌런을 해치우며 성정하는 영웅의 여정을 따른다. 크리스토퍼 보글러에 따르면 스토리의 영웅은 3막 구조 속 여정의 12단계를 거친다. <킹덤>의 세자 이창은 조선에 창궐한 역병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은 국가적 경제위기에서 순양 재벌가의 승계싸움으로 희생되는 국민들을 대신해 순양가에 복수한다. 과거 한국 스토리 속 영웅들이 아래에서 위로의 반역을 꿈꿨다면 이 작품들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변주를 준 영웅 서사를 보여준다. 

 

 9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역사소설의 영웅들 가령 임꺽정과 장길산은 아래에서 위로의 반역을 도모한다. 하지만 다변적인 현대인들이 공감하기에 이들은 지나치게 정의롭고 유연하지 못하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가진 것은 없으나 선한 의지만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스토리에 설득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환생을 통해 인생 2회 차를 살며 재벌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와 재력을 이용해 정의를 구현한다. 주인공에게 많은 능력을 부여해 시청자들은  안전하다는 감각과 ‘사이다’를 체험할 수 있다. 새 시대의 영웅들은 이제 빌런보다 영악하고 교활하다.  

 

 하지만 출중한 능력의 주인공들은 결핍 역시 부여받아 위에서 아래로의 반역의 서사에 당위성을 획득한다. 주류사회에서 배제되는 둘의 공통적 결핍은 핏줄로 이창은 후궁의 아들, 진도준은 혼외자 자식이라는 설정이 그것이다. 왕조의 유일한 계승자인 세자와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강력한 능력과 동시에 소수자라는 결핍으로 시청자들의 연민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둘은 주어진 관문을 통과하고 안타고니스트들을 해치우는 과정을 통해 그 자리에 있을만한 인물인가에 대한 시험관문마다 능력을 입증하고 대표성을 갖는다.


“내가 역모를 꿈꿨다” 
“아니 왜요? 가만히 있어도 일국의 왕이 될 세자 저하가 아니십니까? 근데 왜요?”
“세자, 그래. 나는 이 나라의 세자다. 아버지의 하나뿐인 아들이지만 적통인 계비가 아들을 낳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후궁의 몸에서 태어난 반쪽자리 세자. 그래서 그리하였다. 살고 싶어서.” 


“주제넘게 굴지 마! 네 분수 지켜. 이렇게? 우리 집 식구들이 혼외자인 네 아빠를 왜 받아 줬을까? 세상 입질에나 오르내리던 너희 엄마는 왜 또 군소리 없이 받아주고. 답은 하나야. 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세상에 보여주려고. 순양의 상속자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 너희는 우리랑 달라.” 

“고모가 가르쳐주셨잖아요 저한테. 전 순양의 상속자가 될 수 없다고. 그럼 사야죠. 지금처럼 이렇게.” 


 하지만 결핍과 능력이라는 극단적 설정을 양손에 쥐어준다고 한들 이들이 주인공으로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치 않다. 비현실적 설정의 주인공들에게 시청자들이 이입하기 위해 이들은 인간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겪는 질문과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비극적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인공들은 안타고니스트들과는 다른 선택과 행동을 통해 차별점을 지니고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저하, 시간이 없습니다. 가셔야 하옵니다!”
“난 다르다! 난 이들을 버리고 간 이들과도 다르고! 해원 조 씨와도 다르다! 난 절대로 이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풋 옵션을요?”
“폭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니까! 이번 폭락장에서 나 어떻게든 살아남을 겁니다.”

“시장을 거슬러 가보자?”
 “폭락장에 베팅하는 풋옵션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도 있겠죠. 흘러가는 물에 올라타는 일이니까. 근데 제가 원하는 건 물줄기를 바꾸는 거예요.” 

- <재벌집 막내아들> 911 테러 이후 진동기와 진도준의 다른 선택 



 두 번째 해당 장르물을 소비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끌어들인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활용한 소구다. 회빙환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진 <재벌집 막내아들>도 좀비라는 마니아적 요소를 가진 <킹덤>도 장르의 특성상 많은 대중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장르 마니아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작품의 상징과 소재로 차용해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배고픔을 표현하기 위해 인육을 먹는 장면을 넣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작가는 이 작품 배고픔을 표현한 작품이니만큼 기획 초부터 그 장면을 꼭 넣고 싶었다고 한다. 이 같은 부분은 공중파와 달리 창작자들의 자유를 허락해 오늘날 OTT 오리지널 콘텐츠만의 강점을 만들어낸 지점이기도 하다.


 인과관계나 개연성 없이 피칠갑을 한 좀비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기존 좀비물과는 다르게 <킹덤>의 좀비는 긴 전쟁과 기근으로 인육을 먹었다는 역사기록과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을 생존욕구와 엮어냈다. 인간이길 포기하고 살아남겠다는 생존욕구로 이웃의 인육을 먹은 하층민의 비인간성이 역병의 전염성과 좀비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됐다. 더불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와 계급론으로 무장한 상류층의 권력욕이 좀비 바이러스로 치환돼 왕부터 아래로 퍼져가는 것 역시 역설적이다. 이를 보여주는 연출로 왕에서 바이러스가 극 중 ‘동래’라는 공간으로 이어지는데 작품 속 동래의 지리적 이미지는 대표 양반가인 안동 하회마을과 일치한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배고픔과 권력욕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라는 공통점으로 시청자들은 여러 철학적 질문을 자문자답하게 된다. <킹덤> 속 좀비들의 살육장면은 연출과 대본을 통해 잔인하고 역겹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서글픔과 깨달음을 준다. 조선왕조를 지탱하는 삼강오륜도 배고픔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배치시킨다. 가령 아픈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아들이 좀비로 변해 아버지를 물어뜯고, 좀비로 변하기 직전 어미가 둘째 딸은 뒤주에 숨기고 좀비로 변한 후 그 앞에서 장녀를 물어뜯는다. 배고픔의 역사를 겪어보지 못한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좀비라는 스펙타클을 보며 현대에도 통용되는 철학적 질문을 공유하며 다양한 카타르시스로 체험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회빙환 장르는 웹소설 내에서는 대중적이나 아직 드라마/TV매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 작품은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많은 젊은 세대가 느끼는 감각을 회빙환이라는 장르, 걸출한 능력을 통해 사이다전개라는 통쾌함을 경험한다. 아직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현대사에 돈과 계급갈등을 녹여내 아직도 한국경제에서 기대하는 낙수효과 한국식 경제민주화의 장면들은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을 반성케 한다. 오늘날은 물론 미래의 시청자들 역시 공감할 수 있는 공통감각을 영리하게 건드린 이 두 작품은 현대의 시청자들에게 오늘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갈 선택을 내리라 종용한다. 


“지난 생에 윤현우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은 이번 생에 진도준의 세계에서도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내 노력과 열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내 몫의 선택뿐이라는 것을.”  

 

 세 번째 주연보다 매력적이고 강력한 안타고니스트적 특성을 지닌 조력자 캐릭터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방영당시 주인공 진도준보다 극 중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진양철 회장이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진양철 회장 죽음 후 시청률이 급락하기도 했다. 종영 후 원작자 산경 역시 진양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제작의 압박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모두 알고 있는 진도준만큼의 선구안을 지녔지만 본체 윤현우을 죽음으로 내몬 순양의 창업주 진양철.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현대의 왕처럼 군림하는 듯 보여도 순양의 지분을 갖기 위해 가족마저 자신을 사지로 몰고 그로 인해 섬망증세를 보이며 고독한 말로 맞이한다. <킹덤>은 안현대감이 이창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그는 왕실과 종묘사직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가 큰 공을 세우고 국본인 세자를 보위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조학주의 논리에 넘어가 수망촌 사람들을 죽여 좀비로 만들고 왜로부터 조선을 지켜낸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던 그는 수망촌 사람들과 같은 죽음을 맞게 된다. 


“저하의 말이 맞습니다. 지금 전하 앞에는 세자를 폐위하라는 상소가 산처럼 쌓여있는데 궐 안에는 저하를 돌봐줄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지키십시오. 지금 저하는 저하 혼자만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불의와 싸우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일국의 국본을 좌지우지하려는 불의. 그 불의와 싸워서 이기시는 것만이 대의를 바로 세우시는 길입니다.” 


 작품의 조력자들 역시 주인공들과 같이 인간적 결함과 능력을 함께 부여해 주인공의 최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극을 이끌어간다. 이 밖에도 작품의 무게감을 덜어준 감초 캐릭터로 작품 내 밸런스를 조절하고 있는데, 가령 <킹덤>의 조범팔 캐릭터와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화영과 최장제 커플의 케미가 그러하다. 그 밖에도 이 두 작품은 부/권력에서 비롯된 계급구도를 느끼게 하는 대사들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저 사람들의 두 달은 고모 두 달과는 달라요. 고모한테는 겨우 옷차림이나 바뀔 시간이겠지만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 두 달 동안 매일매일 더 끔찍한 속도로 가난해질 겁니다. 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그래서? 가난하면 두 달도 못 참는다는 거야? 아휴 하여튼 지긋지긋한 인간들. 그렇게 인내심들이 없으니까. 평생 저 모양, 저 꼴인 거야.” 

“그럼 고모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 뭘까요? 계열 분리되자마자 백화점 지분 30%는 미라클에게 넘겨주고 주식투자로는 1,400억이나 날리고도 여전히 당당하게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건 다른 이유 없이 딱 하나. 순양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건 고모 능력이 아니에요. 행운이지. 저 사람들한테는 허락되지 않는 행운.”


“저하께선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저 왕의 아들로 운 좋게 태어났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주제에 아버지를, 저를 언제나 지금 그런 눈빛으로 보셨죠. ‘나는 너희들 같은 더러운 버러지들과는 다르다’ 그런 눈빛으로.” 


“이대로 정말 경상 땅을 버리실 작정이십니까? 기름진 전라도와 비할 바는 아니나 경상 땅의 백성들이 갖다 바치는 그 많은 세곡까지 진정 포기하자는 말씀입니까?” 

“너에게 권력이라는 것이 기껏 눈앞의 돈 몇 푼이었느냐. 이 연못 안에 시신이 몇 구가 있을 것 같으냐. 이 안에 시신이 몇 구가 있건 몇 십구가 있건 그 누구도 내게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권력이다.” 
“부를 상속받은 나. 가난을 대물림받은 너. 우린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다른 세계에 산다. 전생과 이번 생만큼이나 먼 궤도에서.”      <재벌집 막내아들> 14화 엔딩

 

 <킹덤>의 아신전과 <재벌집 막내아들> 마지막 회차는 개연성과 캐릭터의 붕괴로 시청자이 아쉬움을 사기도 했으나 탄탄한 세계관과 역사를 활용한 상징과 대사의 힘으로 두 작품은 최근 사랑받는 복합장르의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안타고니스트들과 혼란한 역사에도 불과하고 시청자는 작품에 이입돼 자신의 삶은 어떤 질문과 선택으로 채워나가 주인공 같은 영웅으로 거듭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오늘 우리의 역사를 만들자는 능동적인 주제의식을 던지는 작품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 사이트>

http://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54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24077

https://www.youtube.com/watch?v=aTWwonMDZyw&list=WL&index=8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4611079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375965?sid=105

https://www.mk.co.kr/star/broadcasting-service/view/2022/11/10306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1944#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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