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도 내어주는 이웃, 빵냄새도 돈을 받고 싶어하는 이웃

샌지와 빵집 주인(코키 폴 그림, 로빈 자네스)

by 가온슬기


샌지와 빵집 주인이라는 어린이책이 있다. 샌지는 빵집에서 풍겨오는 빵 냄새를 맡으며 즐거워했다. 야박한 빵집 주인은 자기가 고생해서 만든 빵을 사가지는 않고 냄새만 맡는 샌지가 못마땅해서 빵냄새 값을 받으려 한다.





나도 샌지와 같은 때가 있었다.



열다섯 살의 여름.


나는 친구와 또 다른 친구의 집에 들락거렸던 기억이 난다. 가게 방이었던 우리집 과는 달리 번듯한 아파트였고 꽤 넓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아이와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책이 매개였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당시 우리집에도 책이 많았지만 아버지가 결혼 전에 모았던 책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도 빛바랜 책이었다.(이 책에 관한 에피소드들도 꽤 있다)


반면 그 친구 집은 새로운 책이 많았다. 당시 우리 반 친구들은 퇴마록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는 것이 유행이었다. 당시 우리집은 책을 사는 것 특히 소설을 사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이 친구의 집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로서 더 놀라웠던 것은 집에 서재가 있었다는 것이다. 집에 서재가 있다니..


집에 책 만을 위한 방이 있는 집을 본 것은 지금까지도 거의 없다.(도서관을 제외하고 오직 '책'만을 위한 방을 본 것은 내 생애에는 그 때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서재라고들 하지만 서재의 역할과 겸해서 다른 용도로 쓰이는 방들을 제외해보면 그렇다.)


아무튼 그 서재에는 당시 계속 출간되고 있던 신간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당시를 생각하면 무언가 교양있는 사람의 삶을 엿본 것이 아닌가 한다.


샌지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나는 친구네 집에서 빵 냄새를 맡은 것이다. 갓 구운 빵냄새. 하지만 그 아이와 그 아이의 가족은 빵 냄새에 값을 매기지 않고 마음껏 나누어주었다. 당시 내 친구와 나는 그 아이 집에서 꽤 많은 책을 빌려서 보기도 하고 간식도 대접받는 호사를 누렸다.


문화적으로 누리지 못한 아이는 문화적인 것을 직접적으로 누릴 수 없으므로 빵냄새라도 맡아야 한다. 그것은 나의 아이 만이 아니라 다른 가정의 아이도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하다는 그 친구의 부모님의 친절이 아니었을까. 나는 빵냄새만이 아니라 그 어머니가 직접 내 준 간식과 그 집의 온기를 내주었으니 샌지가 맛보지 못한 빵까지도 먹은 것이리라.


현재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경계를 긋는 사회다.


남과 달라야만 살아남는 경쟁 사회.


소외된 사람 가난한 사람과 섞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회.


내 아파트에 다른 아파트 사는 아이가 오는 것을 막으려고 번호 출입구로 막는 사회.


내 아파트 놀이터에 다른 아이들이 와서 노는 것을 싫어하는 사회 .


그러나 이 세상은 서로에게 존재를 기대라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세대로 지은 바 되어져있는 것은 아닐까..


권일한 선생님이 쓰신 <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이라는 책이 있다.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시는 권일한 선생님이 초등학생이었던 제자들과 그들이 계속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이루어진 독서토론 이야기를 쓴 책이다. 이 책의 서문에 선생님은 '부스러기'라는 표현을 쓴다. 과자를 나누어먹고 싶어하지 않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로 시작해서 서울로 모든 것이 몰리는 서울 집중 현상까지. 그러다 선생님은 자신의 교육적 역량을 부스러기로 빗대어 내가 가진 이 부스러기라도 강원도의 이 아이들과 나누어가지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빵냄새를 맡게 된 샌지와 같은 나


선생님이 나누어 준 부스러기를 잘 받아먹어서 어엿한 독서토론을 잘 해낸 권일한 선생님의 제자들


누군가가 값없이 댓가없이 나누어준 그 사소한 친절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또다시 나도 그 빵냄새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도 부스러기를 나누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다시 그림책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결론은 이렇다.

샌지와 빵집 주인은 결국 재판장 앞에 가게 되서

재판을 받게 되는 데 이 현명한 재판관은 샌지에게 빵집 주인에게 짤랑 짤랑 동전 소리를 들려주도록 하는 판결을 내린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상대의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돈 소리만 듣고 지갑을 닫는다.


사람들은 사탕발림에 속지 않는다.

정말 사람들의 인정을 얻고 싶다면 베풀어야한다.

그것이 진리이다.


2023년 7월에 어느날 블로그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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