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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오리즈 Nov 12. 2020

4-2. 벗어날 수 없는 임대업의 굴레, PC방(상)

낮은 진입장벽의 굴레



<오늘의 글 미리보기>

1. PC방의 PC 대여 사업은 지속 가능한가

2. PC방이 가질 수 있는 경쟁 우위로는 무엇이 있는가





각기 다른 코로나 대응법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을 소개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본다. 우선 일을 하는 방식에 있어 많은 기업들이 슬랙으로 대표되는 협업툴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판매하는 상품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여행업계는 항공사와 협업하여 가상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기도 하고, 영화관은 저렴한 가격(CGV의 경우 2시간에 3만원)에 영화관을 통째로 대관해주는 등 오프라인 상품을 판매하던 기업들은 궁여지책으로 사회적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누릴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후자에 해당되는 업계 중 한 곳이 PC방이다. 먼저 다음의 기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컴퓨터 대여 사업에 뛰어든 PC방 (출처 :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9/914511/)


     여행사의 궁여지책과 영화관 및 PC방의 궁여지책에는 차이가 있다. 하나투어는 아시아나항공과 협업하여 ‘스카이라인 여행'이란 명칭의 가상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았는데, 그 패키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의 A380을 탑승해 인천에서 이륙한 후 한반도를 일주하고 다시 인천에 착륙하는 상품이다.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아시아나항공이고, 하나투어는 A380이 이륙하고 비행한 후 착륙할 때까지 하는 일은 없다. 앞선 글에서 다룬 바와 같이 하나투어는 유통사이고, 하나투어가 하는 일은 실제적인 여행보다 앞 단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여행사는 여행 상품을 실제적으로 생산하지 않으며, 그저 유통시킬 뿐이다. 유통사로서 하나투어의 자산은 1) 현지 여행사 및 가이드와의 커넥션, 2) 지역별 대리점과의 커넥션, 그리고 3) 항공사와의 커넥션이며, 기존의 여행 상품을 유통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3) 자산을 활용해 임시 상품을 만들고 유통시켰다. 



유통업과 임대업은 그 본질도, 코로나 생존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PC방 = [게임->공간->먹거리]


      영화관이나 PC방의 본질은 여행사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이들은 임대업자들이다. 영화관은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에 공간을 확보한 후, 영화를 매개로 고객을 끌어들여 티켓값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음식을 팔아서 이익을 창출한다. 영화관이 보유한 자산은 1) 배급사와의 커넥션, 2) 영사기 제조사와의 커넥션, 3) 식품 공급사와의 커넥션도 있으나 이것들보다 우선한 0순위 자산은 ‘공간'이다. 영화를 보여주건, 식품을 판매하건, 그 외 부대시설을 운영하건 그 모든 활동의 매개체는 공간이다. 공간에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그 이후의 활동들이 가능해진다. 공간을 놀리기 시작하는 순간, 영화관은 매 순간 손실이다. 똑같은 논리가 PC방에도 적용된다. PC방은 절대적으로 게임을 하러 가는 곳이고, 게임을 통해 공간을 사람들로 쉴 새 없이 채워야 한다. 그래도 PC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니 PC방이 게임하는 곳이라 단정짓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으나, 다음의 그래프를 보면 이견의 여지는 없어질 것이다. 

PC방에서 주로 하는 활동 (출처: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주)한국갤럽조사연구소)


    PC방은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에 공간을 확보한 후, 게임을 매개로 고객을 끌어들여 사용료로 비용을 충당하고, 음식을 팔아서 이익을 창출한다. PC방이 보유한 자산은 1) 게임 제작/배급사와의 커넥션, 2) PC 제조사 및 PC 부품 유통사와의 커넥션, 3) 식품 공급사와의 커넥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보다 우선한 0순위 자산은 ‘공간'이다. 게임을 하게 하건, 식품을 판매하건, 그 외 부대시설을 운영하건, PC방에서도 그 모든 활동의 매개체는 공간이다. 공간에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그 이후의 활동들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며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없게 되자 PC방 업체들은 임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1) 게임 IP를 빌려준다거나(물론 IP 대여는 불법이다), 2) PC를 빌려주거나, 3) 음식을 배달해주려는 시도이다.  


    위와 같은 PC방의 시도는 지속 가능한 것인가? 환언하면, 코로나 시기 이후에도 PC방들은 위의 세 가지 사업을 지속할 것인가? 1)은 이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나 불법인만큼 활성화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2)는 코로나가 잠잠해진다면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자체적으로 음식을 조달하고 가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일부 기업형 프랜차이즈들은 3)을 유지할 수도 있겠으나, 전국 PC방 중 프랜차이즈 소속은 전체 10,464개(2019년 2월 기준, 국세청 사업자 현황) 중 1,545개(2019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로 14.8%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PC방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PC방일 수밖에 없다. 그 밖의 역량을 달리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PC제조사, PC 부품 유통사 및 식품 공급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할 채널이 다양하다. PC방의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고, PC방이 또 다른 배달의 경로라면 이들 입장에서는 굳이 PC방을 통할 이유는 없다. 호텔이 본격 PC 게임을 즐기기 위한 대체적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호텔들은 PC방으로부터 PC 임대를 할 것이 아니라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를 하든 리스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이후 현재의 미봉책은 사라질 것이다. 



PC방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가



     결국 다시 PC방은 공간을 임대한 후 그 공간을 잘게 쪼개서 재임대하고, 그 공간의 객단가를 올리며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PC방의 매출은 다음의 식을 통해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PC방의 1일 매출
= (전체 공간 너비/1인당 공간 너비) * 1일 좌석 회전율
    * (좌석당 평균 PC 이용 시간 * 시간 당 PC 사용료 + 좌석당 평균 부가서비스 이용료)


PC방이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1) 전체 공간을 넓게 하거나, 2) 1인당 공간을 좁게 하거나, 3) 회전율을 높이거나, 4) PC 이용 시간을 늘리거나, 4) PC 사용료를 늘리거나, 6) 부가서비스 이용료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가지 씩 살펴 보면서 PC방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2000년대 초에 비교하면 2020년의 PC방은 쾌적 그 자체이다


1)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거나. 

    이는 최근 PC방 추세가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전국의 PC방은 2009년 14,212개이던 것이 2013년에는 11,535개로 크게 감소했고, 2019년 2월 기준 10,464개까지 줄었는데 (출처 : 한국 e스포츠협회) 이는 PC방 업황이 악화된 것도 있으나 소형 PC방들이 사라지고 대형 PC방들이 일반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어느 PC방을 갈지 선정함에 있어 고려하는 요소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주변에서 PC방에 가는 경우를 살펴보면, 주로 친구들 3-4명이서 잠깐 남는 시간에 같이 간 것이니 되도록 모여있으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혼자서 PC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립PC도 구비하고 있으며, PC방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PC방에서는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친구 3명과 함께 게임을 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인근 PC방에는 모여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없어 조금 더 걸은 후 다른 PC방에 찾아갔던 경험이 있다. 위치, 가격, 컴퓨터 성능, 제휴된 게임 등이 모두 중요한 요소일 수 있으나, 공간의 넓이 역시 소비자의 PC방 선정에 있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다. 


2) 1인당 공간을 줄이거나.

    1인당 공간을 좁게하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아무리 1인당 공간을 좁게 만들더라도 그 한계가 있으며, 나아가 게임을 하는데 있어 불편한 좌석은 인근 PC방과의 경쟁에 있어 열위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1인당 공간은 거의 평준화 되어 있는 상황이라 봐도 무방하다. 


3) 회전율 높이거나, 4) PC 이용 시간 늘리거나. 

    PC방에 오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온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다 가야한다. 결국 놀리는 PC가 없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다만 이 요소들은 개별 PC방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C 성능이 중요하긴 하나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PC방이란 공간을 보고 그 공간을 찾는게 아니라, 게임을 보고 PC방을 찾는다. 휴식에 할애된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보내느냐는 그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스타크래프트의 성공과 함께 PC방은 태동했고, 스타 리그와 LOL의 성공으로 성장했으나, 그 성장 과정 모두 PC게임에 의존적이었다. 없던 시간이 생겨난게 아니라 오락실이 충족하던 기능을 PC방을 충족하게 되었을 뿐이고, 두 공간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점에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회전율을 높이고 PC 이용 시간을 늘리기에 용이하다. 그렇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곳, 소위 핫플은 그만큼 경쟁 점포가 다수 포진해 있으며, 임대료는 비싸다. 강남역 인근에는 16곳이나 있으며, 서울대입구역 인근에는 15곳, 신촌역과 이대역 인근에도 20곳의 PC방이 위치해 있다(출처: 네이버 지도). 


5) PC방 이용료를 인상하거나.

    PC방 업계에 있어 가장 심각한 부분 중 하나가 PC방 이용료이다. PC방 가격은 10년전에도 천원 수준이었고, 지금도 천원 수준이다. 시간당 500원도 안될 정도로 치킨 게임이 이어지던 시기에 비하면  인상되긴 했으나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군부대 앞 같이 특수한 장소를 제외하면 거의 평준화되서 천 원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PC방 이용료는 왜 이렇게 낮을 수밖에 없나. 가격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왜 가격 경쟁이 심한가. 진입장벽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금의 결심만 있으면 PC방 창업에 뛰어들 수 있다. PC방과 유사한 서비스로는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이 있을 것이다. 각 점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차별점이 거의 없다는 점, 공간을 쪼개서 빌려준다는 점이 그렇다. 브랜드 충성도가 존재하고, 상품에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PC방은 카페와 구분된다. 

    한편 가격 인하는 가장 쉬운 경쟁 방법이기도 하다.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있어 차별성을 부여하기 어려우며, 공간 넓이를 확장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한계가 있다보니 업주들은 인근 PC방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다. 


6) 부가서비스 이용을 늘리거나.

    PC방에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는 음료와 간단한 요깃거리에서 시작해 점차 식음료 판매와 관련한 정부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식사까지 왔다. 형편없이 낮은 수준의 PC방 이용료, 그리고 24시간 발생하는 인건비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본지출과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PC방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이 부가서비스 이용료이다. PC방은 왜 PC만으로는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는가. 사실 이 명제는 사실이 아니다. 부가서비스가 아닌 공간 임대 서비스 그 자체로 이익을 창출하는 PC방(공간)이 존재한다. PC방이 공간에 대해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A. 같은 돈에 대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B. 같은 서비스에 대해 더 적은 돈을 받거나  

    A는 PC게임 외에 노래방 기계, 콘솔 게임기, VR 기기, 나아가 만화책과 잡지까지 제공하는 등 이런저런 방법으로 진화해서 멀티방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B는 여전히 PC게임을 주축으로 하되 가격을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다만 더 적은 돈을 받는 방식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B는 식음료를 판매하는 부가서비스의 방향으로 전환했으며, A는 여전히 공간 임대로 이익을 창출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분명한 점은, 컴퓨터와 PC게임만으로는 차별적 우위를 얻기가 어려우며 각 공간은 어떻게든 형태를 변화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다룬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PC방 업계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PC방 사용료는 최저 수준으로 평준화되어 있다. 어느 PC방에 가든 PC의 성능은 대체로 비슷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은 공통적이다. 결과적으로 PC방 업계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넓은 공간, 핫한 입지, 기발한 부가서비스(그마저도 금방 베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들이다) 정도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대두된 PC방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며 시작에 불과하다. 이는 임대업의 특성에 의거한다. 공간이 있더라도 그 공간에 사람이 모일 수 없다면, 혹은 모이지 않는다면 그 공간의 가치는 무(無)로 돌아간다. 장치와 게임 IP로 모객한 후 좌석을 제공하고 식음료로 이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에서 현재 문제가 발생한 지점은 공간 자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향후 문제가 발생할 부분은 ‘장치로 모객'하는 부분일 것이다. 



본 글은 "벗어날 수 없는 임대업의 굴레, PC방(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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