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제

25.12.23

by gaosanma

어릴 때는 엄마 아빠가 학교에 오는 걸 좋아했다.


유아기 교회 행사 무대에 섰을 땐, 그 많은 사람 중에서도 엄마를 금방 알아채고 눈 마주치며 쓱 웃어줬었다. 유치원 참관 수업에는 엄마 아빠가 모두 온 게 너무 좋아서, 한 시간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는, 비록 할머니를 좋아했지만 할머니 말고 엄마가 와달라고 몰래 부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아이는 학교 행사를 알리지 않는다.


기말고사 끝나고 학교에서 뭐 하냐고 물어보면, 합창 연습 어쩌구... 얼버무려서, 그냥 학생들끼리 연말 행사를 준비하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리미에 행사 안내가 오고, 학부모 단톡방에 초대장이 올라온 걸 보고, 연례 행사인 것을 알았다. 후에 알고 보니, 코로나 이후부터 작년까지 취소되어 몰랐던 것.


사실 나는 학교 가는 것을 썩 즐기는 엄마가 아니다. 중학교 때는 졸업식 때 딱 한 번 학교를 방문했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주변 부모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것처럼 느껴져, 눈치껏 발걸음만 맞추는 정도이다. 아이는 오지 말라며 극구 만류했지만, 혹시나 또 섭섭해할까 그 맘을 알 수 없어서, 아이 학급 순서에 맞춰 잠깐만 머물 요량으로 스케줄을 비웠다.


고3을 앞둔 아이들 공부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언제 합창 연습까지 할 수 있었을까? 의아해하며 방문한 첫 번째 반의 무대를 보며, '아... 공부만 한 거 맞나 보네' 하며 웃었다. 아이들이 지휘자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박자를 끌고 가는 모습에 주변 학부모들과 함께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네 번째 순서였던 우리 아이 학급의 무대는 훨씬 좋았다. 연습을 많이 했고, 지휘자와 호흡도 맞았고, 중국어 발음과 성조도 매우 좋았다. 잘하네... 생각하며 따라서 읊조리다가, 무대가 끝나자마자 슬그머니 나왔다.


사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교 가는 것이 점점 즐겁지 않다. 언제나 내가 속한 그룹에서 최상위였던 나와 달리, 아이의 위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마음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걸 이 글에서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에게 미안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 아빠가 학교에 오는 걸 좋아했다. 이제는 오지 말라고 하지만, 어쩐지 가기 싫어하는 내가 더 문제이다. 앞으로 1년은 진로 상담, 원서 때문에 학교 갈 일이 더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길 기도한다.


Gemini_Generated_Image_wn4pmxwn4pmxwn4p.png 이미지 출처 Gemini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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