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25
(발행 시점 기준으로는 많이 늦은 인사이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방학 시작 전 마지막 휴일이라 생각하고, 성탄 예배를 마치고 쇼핑몰로 갔다. 마지막 휴일이라 생각했어도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까닭에 영화는 포기하고 스타벅스에 들려, 휴식 겸 방학 계획을 짜기로 했다.
영화를 포기한 게 좀 미안해서, 원하는 메뉴를 시켜 보라고 했더니, 눈사람 바움쿠헨과 핑크팝 릴렉서라는 음료를 시키더라. 세트 할인도 적용 안 되는 이 둘의 가격은 웬만한 밥값에 준하는 16,000원. 혼자 몇 시간을 머물 때에도 이런저런 혜택을 계산하고, 원모어 쿠폰도 꼭 챙겨 먹는 나와는 달리, 주저함이 없는 철없는 딸 앞에서 잠시 말문이 막히는 나는 쪼잔한 엄마일까? 보란 듯이 모닝 세트 할인 항목을 선택한 내 주문은 6,900원. 크리스마스라 특별히 바람 한 번 쐬자며 데려온 사람도 나인데, 또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영수증을 눈앞에 들어보인다. 16,000원 vs 6,900원
몇 만 원 소비를 감당 못 할 정도로 궁핍하지는 않지만, 효율성을 따지는 버릇이 평생 몸에 밴 나에게 이런 계산은 본능에 가깝다. 물론, 단순한 금액 비교에 그치지는 않는다. 금액을 떠나, 그걸 100% 만족스럽게 다 쓰느냐가 중요한데, 6,900원도 아까워 한 방울을 안 남기고 싹 비운 엄마와 달리, 예상했던 것처럼 절반을 넘게 남긴 딸의 음료는 엄마 마음을 더 상하게 한다. 귀한 줄 모른다며 잔소리하고, 그걸로 모자라서 남은 음료를 사진으로 남겼다.
방학 스케줄을 짜기 위해, 필요한 인강 리스트를 정리하고, 교재를 주문하면서, 또 한 번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반드시 필요할 거라며 일단 신청하고 주문하자는 딸과,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니 하나씩 순차적으로 주문하자며 머리를 쓰는 엄마. 알고 보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먼저 오해부터 하고, 언성이 높아지고, 곧 마음이 상했다가 겨우 다시 화해하는 서툰 모녀.
겨우겨우 기분을 추스리고, 절반 넘게 남은 음료를 정리하며, 성탄절 우리의 짧은 외출을 겨우 마무리한다.
(독자들에게는 늦은 감이 있겠지만)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의 소망이 이 가정에 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