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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감독 Feb 02. 2021

1917과 800

2020  전쟁영화 비교하기

'1917'과 '800'

1월은 역시 비수기
남아도는 시간은 나를 다시 시네필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꽤나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을 관람하였는데
그중 두 편의 전쟁영화를 이어서 보게 되면서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을 글로 남겨보려 한다.

두 편의 영화는 모두 공교롭게 숫자가 제목이다.

'1917'의 경우는 영화의 배경이 된 시기의 연도가 제목인 듯하고 '007 스카이폴', '아메리칸 뷰티'의 거장 샘 멘데스가 자기의 할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극화한 실화 전쟁영화로서 작년 오스카에 주요 후보에 올랐지만 '기생충' 덕에 상대적으로 가려진 영화이고

'800'의 경우는 중국의 거대 자본이 들어간 블럭버스터로 중일전쟁 시 20000여 명의 일본군에게 맞서 싸운 800명의 중국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관후'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엄청 난자 국내 흥행으로 연결된 영화라고 한다.

이 두 영화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시기에 개봉했고 둘 다 각자 꽤나 이슈가 된 전쟁영화이지만 스타일 면에선 완벽히 반대 지점에 서 있습니다.

'1917'은 스케일과  전투씬의 스펙터클에 힘을 주기보다는 전쟁 안에 놓인 개인을 담아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여정 개인의 두려움, 개인의 감정....

그에 반해 '800'은 전장의 치열한 감정들과 총격씬의 화려한 연출, 총과 포격에 피해당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전시하며
이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둘 다 유효한 전략이겠으나  후자는 아무래도 전쟁영화의 시초부터 추구되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정점을 찍은 연출 지향점이기에  새로울 게 없지만
'1917'의 경우 제법 신선한 발상을 원테이크라는  고난도 촬영기법과 스타일까지 접목시켜 전혀 새로운 전쟁 영회로 보였답니다.

'1917'은 전쟁 영화계의 '버드맨'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사실 어느 영화가 더 좋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두 영화 모두 놀라운 지점이 있기에 특급칭찬을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한 것이죠.

'800'의 경우 메시지나 연출들은 크게 타 전쟁영화와 그리 다를 게 없는  영화였습니다. 후반 영웅주의나 국뽕? 이 들어간 부분도 대외적인  국가에 어필하기 힘든 연출이었고요. 하지만 영화 전체의 색감, 미술, 특수효과, CG 등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는 수준입니다,  이전에 '유랑 지구' 때도 그랬지만 중국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할리우드이 부럽지 않을 수준인 게 분명한 듯합니다. 이건 자본력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생각됩니다.

'1917'의 경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오르는 소재이지만 그걸 교묘히 비틀어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전장에서 라이언 일병을 찾아 헤매듯 '1917'은 블레이크 중사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집단(소대)이 개인을 구하는 이야기라면 '1917'은 개인이 집단(연대)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연출 방식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압도적인 스케일로 시작하는 것과 반대로 '1917'은 참호 속을 거닐며 대화하는 개인들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개인의 모습으로 종결 지어버리죠.
전쟁영화의 교과서에 정반대 지점에 있는 영화를 완성함으로 그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한 영리한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전쟁영화 중 개인 서사로 포커싱이 된 영화는 이미 '덩케르크'가 있지만 '덩케르크'는 상대적 시간 개념과 다른 인물들 간의 교차 등 보다 스타일리시한 플롯과 연출로 좀 다른 방향의 결과물이 되었죠.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알퐁소 쿠아론'의 '그라비티' 같은 느낌의 차이랄까요. 아마도 '1917'은 그라비티에 더 가까운 영화겠죠.)

사실 개인적으론 전쟁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전쟁영화를 고르라면 두말할 것 없이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재킷'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니 알만하죠.

'1917'은 그런 저에게 놀랍도록 인상적인 전쟁영화였습니다. 물론 신기하기 그지없는 이 원테이크 스타일 이 영화에 득이 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쟁영화들이 갖고 있는 그 오글 거림이 거의 없는 이런 전쟁영화라면 언제든 사랑하게 될 듯하네요.

P.S 다음 주는 시네필 주간입니다.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원 없이 영화 좀 보려고요.^^
볼 영화는 소울, 가짜 사나이 2, 귀멸의 칼날이고 모두 리뷰 남길 예정입니다.
ㅎㅎㅎ 요즘 한가해요. 지금은 비수 기니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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