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습니다. 일전에 같은 감독 주연의 심볼도 그렇고 영화의 스타일 전개 그리고 나름의 유머 코드까지 꽤나 인상적이고 맘에 쏙 들다가도 극 최 후반부의 모호하거나 과하거나 무성의하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 결말은 이번에도 반복이 되고 완결성 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누군가에겐 실소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아마도 이 부분들이 이 감독 입장에선 대단한 펀치라인이나 메타포 또는 기성영화들과의 차별화로 의도된 듯싶기도 하지만 짧지만 단단한 영화사의 시선으로 볼 때 그리 대단하거나 놀라울 것도 없는 작은 허세처럼 느껴져서 그리 반갑지는 않답니다.
하지만 장점과 개성이 분명히 공존하는 영화임은 확실합니다.
대일본인이라는 거대한 존재로 변하여 짐승(혹은 괴수 혹은 카이주)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찍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이 영화의 기본 컨셉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클로버필드 같은 엄청난 스케일과 리얼함 대신 이 영화는 소소한 콩트적 개그와 뻔뻔함으로 무장되어 있는데 상당히 개인적으론 맘에 들었답니다.
게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거대 괴물들(일본 전대물 혹은 로봇에니 또는 에반게리온 팬이라면 익숙한)과의 액션씬은 아기자기하고 여러모로 불편한 골짜기가 의도된 이 장면들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가당치 않는 짐승들의 콘셉트이나 디자인도 마찬가지고요.
영화의 전반적인 드라마나 인물의 감정라인은 의외로 대런 애러노브스키의 레슬레의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메시지는 그보다는 일본전통의 문화(전대물, 레슬링, 영화산업)들의 쇠퇴와 그를 대체하는 미국 문화의 폭력성과 가식 등에 대해서 한탄하는 푸념가처럼 여겨집니다.
아마도 마츠모토 히로시에 대해서도 그의 유머코드나 화술 그리고 가깝지만 낯선 일본 문화코드에 대해서 익숙하다면 보다 나은 영화로 여겨질지도 모를 영화였습니다.
이 존경받는 성공한 희극인이자 작가이자 배우이자 감독인 마츠모토 히로시의 천재성 혹은 작품성은 다음 영화 r100까지 보고 확답을 내려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