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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선미 Nov 23. 2018

숨은그림찾기

류선열, <안 보이는 그림>

안 보이는 그림

류선열



하얀 들에

눈사람 하나


하얀 말이 끌고 오는

눈썰매를 기다리나?


『잠자리 시집보내기』 (문학동네 2015)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일라. 술래가 되어 스물까지 세고 난 뒤 감았던 눈을 뜨고 뒤돌아보면 친구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혼자서 친구들을 찾아 나설 때, 텅 빈 골목길은 왜 그리 조용하고 넓었던지. 그러나 “여깄다!” “꺄르르” 숨어 있던 친구 하나를 찾아내고, 술래가 된 친구와 둘이서 골목길을 돌 때면 기분이 들뜨고 콧노래도 났었다. 하나둘 술래가 늘어나고, 우리들은 골목길을 누비면서 구석구석을 점령하였었다.


「안 보이는 그림」은 ‘숨은그림찾기’로도 읽을 수 있고 ‘술래잡기’로도 읽을 수 있지만, ‘술래잡기’로 읽는 쪽이 동적이고 더 재미있을 것이다. 술래잡기 놀이에서 눈사람은 숨어 있다. 하얀 들에 숨어 들킬세라, 꼼짝 않고 눈도 꼭 감고 있다. 그러길 얼마가 지났을까.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데도 술래가 눈사람을 잡으러 오지 않자, 왜 안 오지, 잠깐 고개를 들어 술래를 찾아본다. 「안 보이는 그림」 속 눈사람이 “여깄다!” 우리 눈에 발각되는 순간이다. ‘술래’라고 상상해볼 수 있는 “하얀 말이 끌고 오는/ 눈썰매”가 어디 있나 살피려고 눈사람이 살짝 고개를 드는 순간, 2차원 평면으로 납작했던 그림은 3차원 입체 카드로 바뀌며 새로운 풍경으로 선다. 그 술래잡기 시절, 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술래가 오지 않아 깜깜한 골목길을 울면서 집에 간 적이 있다. 「안 보이는 그림」 속 눈사람은 술래에게 걸렸으니 울면서 집에 가지는 않겠다.


[도서관이야기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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