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롤모델> 9

ep09

by 가람

9


그간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벌써 회사 건물 앞에 다다랐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도중 동기는 침묵이 싫었는지 우리 팀 팀장 얘기를 꺼냈다.


“이번에 퇴사 결정하면서 정말 고민 많이 했었는데, 수진님네 팀장님 덕분에 도움 많이 받았어요. 수진님 정말 팀복, 인복 하나는 타고난 거 알아요?”


나는 여기에 또 어떤 미사여구를 써야 본심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까? 마스크 덕분에 순간 굳어진 내 표정을 보지 못했는지 동기는 말을 이어나갔다.


“진짜 팀장님 롤모델로 삼고 싶어요. 성격도 좋아 보이고.”



그녀가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너.



나도 불과 몇 개월 전에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녀처럼 빛나고 싶었다. 같은 팀으로 일하기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양치를 하고 내 자리에 엎드려 잠시 잠을 청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이 팀원들과 웃으며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식사 후 카페라도 다녀왔는지 소파에 앉아 인스타 스토리에 업로드할 사진을 찍는 듯한 소리도 난다.


“아, 이제 양치해야지.”


소파에서 일어나 자기 자리로 걸어오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지고 그녀가 내 자리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의자 바퀴가 살짝 밀린다.


이것도 기분 탓일까?


우빈 팀장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있는 동기를 향해 팀장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표님이랑 얘기는 잘 끝났어요?”라고 묻는다. 밝게 대답하는 동기의 목소리.


내 롤모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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