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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amoi Oct 15. 2021

선유도 산책


태초의 첫 새벽에 눈을 뜬 그녀는 낮게 울먹였다.

작은 숨소리 조차 새벽이전으로 사라질까봐.


묶이지 못한 그녀의 바람끼.

첫 기침, 첫 울음을 타고,

대서양을 넘어, 뉴톤의 골짜기를 가로질러

고유한 선유도를 강력하게 지나치고 난 그날 밤.


강물은 양수같탁하면서 맑았다.


밤 섬은 짝짓기에 목마른 암수들로 북적였다.


확신이 없는  안타까운,

수컷만 애가 탄,

암컷이 적극적인,


같은 시간

적도가 갈라놓은 남태평양 좁은 섬.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짝을 찾는 물개들은 동쪽에서 올라와 서쪽으로 사라져 갔다.


(미아리에서 수컷은 다물어지지 않는 암컷을 뒤로하고, 남으로 들어가 북으로 사라졌다.)


한번의 번식기회만 허락된 암컷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고귀하고 영롱하다.

(무한정 차오르는 무기액체를 받아내었던, 나의 그 누이는 아직 그 숲에 있을까?)


모든 암컷에 혼신을 다해야하는 수컷의 숙명. 수컷의 열병. 수컷의 부조리.


한번의 '터짐'을 바라는 암컷은,

과장된 입술과 표정과 향수로 맘에 드는 수컷을 유혹하거나,

진중한 거리두기로 수컷의 충성도를 확인한다.

수컷은 속절없다


수컷은 차올라 슬프고, 암컷은 메말라서 슬프다.

슬픔이 서로의 목구녕으로 차올라

숨이

터억

막힐때,

암수는 빛이 닿지 않는 터에 모여

리바이스 청바지와 빅토리아 시크릿의 비밀스런 틈새 사이로

드디어, 슬픔을 터트린다.


인간 코뮤니티가 '이제서야' 제대로 돌아가는 풍경

푸르기도 했고 습하기도 했던 밤

섬, 물, 냄새



P.S

코뮤니티 리더의 지상과제는 구성원들이 맘 놓고 짝을 찾고, 사랑하고, 잉태하여 번식의 기쁨을 온전히 만끽할수있도록 하는 것.


‘암컷은,  자신이 출산할때까지 들인 노력의 크기보다 그 후손이 더 나은 조건에서 생존할 가능성의 크기가 작다고 판단할때, 수태를 거부하게 된다'-이기적 유전자에서 paraphr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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