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재즈의 시대, 개츠비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책장과 극장사이]
#book 1.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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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재즈의 시대 그리고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었던 점도 한몫했으나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이 책에 대한 내 감상을 자유롭지 못하게 묶어두었다. 도대체 왜 위대하단 말인가, 아직 책을 펼쳐 그 개츠비란 인물이 누구이고 무엇을 했나- 알아가기도 전에 표지에서부터 (어떤 의미이든) '위대한'이라는 단어로 그에 대한 첫인상을 갖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책을 읽는 내내 개츠비라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가볍게 지나칠 수 없었다.
개츠비 그에 대한 감상들의 대부분이 데이지를 향한 열렬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나 역시 처음 책을 읽었을 때 개츠비에 대한 이미지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한 남자, 딱 그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위대한 개츠비'라는 책이 각종 매체에서 선정한 추천도서, 100대 영문소설인 이유가 흔하디 흔한 문학의 주제인 '사랑'을 담고 있을 뿐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로 갈릴 수 있으나 "재즈의 시대였던 미국의 1920년대(제1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인한 물질적 풍요와 전쟁의 참화가 공존했던 시대, 도덕적 해이와 사치와 향락적 행태가 성행했고 많은 청년들이 이에 환멸을 느끼고 떠났다.)를 배경으로 무너져 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예리한 필치로 그려낸 20세기의 소설"이라는 의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개츠비'라는 인물이 소설 속에서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의미는 무엇이며 작가가 그에게 붙여준 '위대한'이라는 수식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개츠비는 표면적으로는 데이지라는 한 여성을 위해 자신의 이름과 함께 지난 과거의 삶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 주체적인 인물로 나타난다. 또한 당대 현실을 반영하는 신흥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매력적이며 상류사회에 속한 데이지라는 여성을 사랑했으나 데이지는 그보다 훨씬 더 부유한 톰과 결혼하게 된다. 그에 개츠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여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여는 베일에 싸 여진 신흥세력으로 거듭나게 된다.
개츠비는 이제 톰을 상대할 만큼의 부를 축적했고 데이지를 향한 사랑 또한 여전하다. 그렇다면 데이지의 마음은? 데이지는 개츠비에 대한 지난 사랑을 인정하나 톰을 사랑한다고 하며 개츠비의 사랑을 좌절시킨다. 자신의 평생을 걸쳐 데이지라는 여성과의 사랑을 꿈꿔온 개츠비는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데이지와의 사랑의 좌절이 단순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감정적 사건으로만 봐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간다면 '위대한 개츠비'가 대단한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개츠비라는 인물을 통하여 신흥세력 조차 뚫을 수 없는 상류사회의 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수단으로써 상류계층에 속해있는 데이지라는 여성을 사랑하는 비상류계층 개츠비라는 인물을 설정한 것이다.
비록 그가 데이지를 사랑한다는 것으로 감정적인 문제로 그려내고는 있지만 소설을 조금만 더 뜯어본다면 곳곳에 상류계층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개츠비라는 인물에 대한 따스한 혹은 동정적 시선이 따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술자가 되는 닉의 시선에서) 그런 시선을 통해 개츠비라는 인물이 담고 있는 의미는 시대적 의미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개츠비라는 인물 앞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의 의미는 무엇인가.
개츠비는 관찰자가 되는 닉의 시선에서 유일하게 온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가 후에 부를 축적하였으나 본래 상류계층이 아니었음에서 오는 그들과는 구분 지어지는 일말의 순수함(데이지를 향한 일관된 사랑)이 남겨졌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개츠비는 결국 최종 자신의 목적(데이지와의 사랑)을 이루진 못했으나 스스로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끝은 너무나 허망했다.
어이없는 죽음도 모자라서 그는 죽음으로써도 데이지의 사랑이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번 파티에 오고 가던 수많은 이들 가운데 그를 찾아와 애도하는 사람 없이 초라한 장례식이 치러질 뿐이다. 과연 이런 삶이 마땅히 '위대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
이렇듯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는 독자들은 어째서 개츠비가 위대한가,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렇다면 '위대한'이라는 의미는 이제 (문학적인 측면에서) 있는 그대로의 의미 이상의 역설적인 의미는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문학작품들에서 적잖이 그러하듯)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개츠비라는 개인의 삶에 대해 더 큰 의미(비극성)를 부여하기 위해 작가가 제목에 힘을 실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위대한'이 great의 의미를 넘어선 '참 대단한~'의 의미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위대한'이라는 수식 앞에 의견들은 분분하다. '개츠비의 순수한 사랑은 그 당대에 실로 위대하다 할 만 하다.' '개츠비의 사랑을 단순히 순수한 사랑이라 볼 수 있는가, 결국 그도 데이지라는 이상적 존재를 통해 상류계층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을 품은 것은 아닌가' 등
각자가 개츠비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깨달은 바에 따라 각자만의 정의를 내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츠비라는 인물은 내게, 당신에게 어떠한 인물로 기억될 것인가. 그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글쓴이 : 가랑비메이커 @garangbimaker
감상 : 위대한 개츠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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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네이버 영화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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