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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아도 우리는 청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by 가랑비메이커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책장과 극장사이]

#book 2.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매거진의 모든 감상은 가랑비메이커의 개인적인 견해와 분석에 따른 것임으로 불법 복사를 금합니다.



매주 화요일은 서울 마포구 일대에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있는 독서토론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다.

신경숙의 외딴방, 토론 도서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문학, 인문, 사회, 철학, 역사 등의 다양한 도서를 채택하여 매주 독후감을 사전에 내고 발제문에 따라 토론을 진행한다.

10월 27일의 토론도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토론 준비과정

오늘은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가지고 토론을 하게 되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박민규작가의 다른 책들처럼 주류 혹은 상위에 위치하지 못한, 배제 되어야 했던 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로다운' 프로가 되지 못하였던 야구프로팀 삼미, 그리고 그들을 추종했던 마지막 팬클럽의 이야기.

토론이 진행되던 서강대 한 강의실. 정전이 있었다.

토론은 짧은 피티와 함께 6시 이후에 몇 개의 조로 진행된다. 오늘은 마포구 일대에 정전이 있었고 그로 인해 토론도 조금 미뤄졌다.

개인적으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분명했기에 이대로 토론이 미뤄질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20분 후에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눴던 발제문과 그에 대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각들은 이렇다.

프로를 원하는 세상에서 프로가 아닌 채로 살아남기


삼미슈퍼스타즈를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읽지 않은 이들도 알고 있듯이 세상은 프로를 원하며 프로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 이들은 출발선(환경)이 아닌 개인의 뜀박질(노력)에서 그 차이가 있다고 하며, 그들만의 시스템으로 새로운 낙인(n포세대, 낙오자)을 찍는다.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소속감을 찾아 헤매는 우리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각자만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인다. 내가 아직 무얼 원하는지도 모른 채, 사회가 인정해준다는 '그 길'을 찾아 헤매이면서 우리는 '내 자리'라는 것을 생각지 않는다.

결국 그 좁은 '그 길'에서 밀려난 다수의 프로가 되지 못한 이들 역시 '내 자리'라는 것을 찾지 못한다. 그저 '그 길'에서 배제된 낙오자 중 하나일 뿐.


순수한 노력과 구분되는 자기착취는 처음부터 구분되어지는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를 흥분하게 했던 발제문은 이것이었다. 자본주의, 성과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개인은 자기착취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자기착취라는 것은 어떤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는 순수 노력과 어떻게 구분되어질 수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을 개인의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보상에 대한 전망의 차이라고 보았다. 어떤 행위는 순수 노력이고 어떤 행위는 자기착취이다,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측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닌지.


착취라는 것는 어떤 노동에 대해 아무런 보상 없이 무상으로 취해가는 것을 말하는데 그것에 '자기'라는 것이 붙는다면 자기 스스로가 어떠한 보상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이 없이 그저 자본주의 세계에 헌납하듯이 노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나는) 그에 반해 노력이라는 것은 어떠한 목정이나 보상에 대한 신념 혹은 믿음을 가지고 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목적의식의 차이라고도 생각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 자기착취라는 것은 목적의식없이 강요되는 성과를 향한 노력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지 않아도 우리는 청춘이다.


자기착취가 아무렇지 않은 자연스러는 행위가 되어버린 세상, 정체성보다는 소속감을 챙겨야하는 우리 그리고 소수의 프로가 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찍혀오는 낙인들. 그 안에 놓인 우리는 "원래 그런거야, 청춘이란 아프기 마련이지.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더라." 라며 아무런 저항없이 타성에 젖은 삶을 살도록 강요되고 있다.


토론을 하는 내내, 그 어느때보다 열띠고 또 깊은 대화들이 오갔다. 각자가 쥐고 있는 여러 갈등들 그리고 내면의 결정들에 대해 털어놓았고 품은 꿈들도 제각각이었지만 '아프지 않아도 우리는 청춘이며' 때론 '잡히지 않는 공은 잡지 않아도,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아도 된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던 토론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면서 나는 조금은 엉뚱한 곳에서 우리의 힘을 느꼈다. (젊기에 아직 청춘이라기에 조금은 맥락이 흐려져도 또 다시 붙잡아가면 되는거라고 믿으니까.)

우리는 이리저리 흔들려도 빛을 잃지 않으면 되는게 아닐까

순수한 노력과 자기착취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해 늘어놓다가도 결국에는 이상형이 어떻고 이번 크리스마스엔 누가 먼저 홀로를 탈출할 것인가에 목청을 높이며 내일을 걱정하면서도 오늘 밤을 아쉬워하는 우리는 아직 젊다. 결국 남는 것이라고는 신기루 끝에, 허무함일지라도 우리는 또 달콤한 꿈을 꿀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대를 살아내는 하나의 방법이니까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숱한 노력 혹은 자기착취에 씨달렸을 청춘들을 응원한다.

나도, 당신도- 아프지 않아도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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