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망설임으로 웅크린 것들의 유의미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산수에 비한다면 덧셈보다는 뺄셈에 가깝다. 긴 새벽을 머금고 자라난 원고들을 솎아내고 줄을 세워 차례를 정하는 일. 그리고 원고들에 근사한 옷을 입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필요한지, 무심코 책을 펼쳐 보기만 했던 시절의 나는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너무도 잘 알아서 “이건 사실 밖으로는 안 나올 표지”라는 덤덤한 말과 표정 너머의 시간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긴 시간 쏟았을 애정과 시간들을 꺼내 보일 세도 없이 사라질 존재처럼 보이는 것들. 그러나 어떤 것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하다. 잠시나마 원고를 감쌌으나 끝난 선택되지 못한 표지들은 영영 기억 속으로 사라질 것만이 아니다. 그 언젠가는 밖을 나설 수도 있을 것이고 다음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이다. 이제는, 혹은 아직은 세상에서 만날 수 없을 가제본의 책을 나눠 받고서는 비밀스럽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지도 모른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의 외출을 위해 몇 번이고 갈아입는 바람에 여기저기 웅크린 채 바닥에 뒹구는 옷가지들을 대충 모아둔 것들이 보였다. 오늘 거울 앞에서 보냈던 시간들, 고민과 망설임을 떠올려보았다. 허둥대며 밖을 나섰던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잠시나마 외면되었던 옷가지들을 정성스럽게 게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지금 이 시간들의 유의미함에 대하여
하루 가운데 한 장면, 한 문단을 나눕니다.
당신의 인디, 가랑비 @garangbimaker
[문장과 장면들] @sentenceandscenes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을 썼습니다.
책을 펴고 영화를 씁니다. 마주하는 두 눈을 통해 세상을 보며 에세이를 함께 쓰는 시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댓글과 좋아요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