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졌다고 느꼈지만 어느새 가까워진 것들
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불쑥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오랜만에 들어간 이메일함에서 발견한 메일 한 통, 오래도록 닫혀있던 서랍 안에 웅크리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 같은 것들.
오늘, 나의 경우는 작은 천 조각이 그랬다. 매년 선교를 다녀오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벙꿀루. 벌써 3년째 묵는 호텔의 세탁 서비스, 세탁물마다 머문 객실의 호 숫자가 적인 작은 천이 붙여진다. 나와 우리 대원들은 벙꿀루에서 만난 천사 같은 사람들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이 세탁 서비스를 참 좋다 했다. 수줍고 친절한 키퍼들이 매일 오후, 반듯하게 접어다 방에 두고 간 열대과일 향 가득 머금은 세탁물. 그 향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오래갔다. 매년 겨울에 다녀오는 그곳에서 입은 얇은 옷가지는 입국과 동시에 서랍에서 잠을 잤어도 돌아오는 여름이면 늘 따듯했던 그곳이 고스란히 기억에 날 만큼. 오늘은 그곳에서 입은 반팔을 입고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옷가지를 겹쳐 입고 나왔는데 우연히 삐죽 나온 옷 끝에 대롱대롱 달려있던 작은 천과 26이라는 숫자가 걸음을 묶어두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옷장 안에 조심스레 넣어두고서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면, 다시금 만났던 고맙던 사람들이 선명하게 떠오를 거다.
당신의 인디, 가랑비
인스타그램 @garangbimaker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를 출간했습니다.
춘삼월 <쓰담러> 3기 모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