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와 충분 사이에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2019년의 초입이었다. 여기서 저기로, 다시 저기서 여기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횟수가 잦아졌다. 그만큼 만나는 사람도 해낸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여유란 여전히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예정된 만남과 일들은 새 달력 장을 이미 메운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동하는 사이, 차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새도 없이 짬짬이 글을 쓰고 짬짬이 계획을 세우고 때때로 기획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고효율적 인간이 되어갈 때쯤 나와는 다르게 시간을 쓰는 이를 발견했다. 그건 새삼스러운 발견이었는지도 모른다. 늘 곁에 있었으므로. 그럼에도 분명 새삼스러웠다.
내가 일정을 마친 시각과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각 사이에 조금의 틈이 생길 때면 망설임 없이 내게 와주는 사람. 때때로 마주하는 시간보다도 운전대를 잡는 시간이 더욱 길지만 아무렇잖은 얼굴로 짧은 대화를 나누다 돌아가는 사람. 오늘도 어김없이 내게 주어질 틈의 시간을 기다렸다가, 만나 함께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 그 고요한 차 속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시간은 필요에 의해 흘러가야 할 것이 아니라, 때때로는 그 자체로 충분하기에 혹은 필요 충분하기에 유의미한 것이 아닐까. 가끔은 쉼 없이 돌아가는 생각과 움직이는 손가락을 멈추고 가만히 두 눈을 마주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가장 가치 있고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시간이 될 거라고. 정신없이 등 떠밀려 사느라고 이 소중한 것들을 잊었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쳐 다행이었다. 다가올 새 달력 장에는 필요만이 아닌 필요충분의 날이 드문드문 채워지기를.
당신의 인디, 가랑비 @garangbimaker
/매일 한 문단을 남깁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를 출간했습니다.
*딥토킹에세이 <쓰담> 3기 춘삼월반 모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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