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내는 일

작은 화초부터 자식 둘까지

by 가랑비메이커


매일같이 식물 일기에 가까운 메시지를 보내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버지, 중국에서 작은 한식당을 운영하고 계신다. 낯선 언어들 사이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일. 그 무료한 일상 속에서 아버지가 찾은 즐거움은 키워내는 일이다. 작은 알뿌리에서 푸른 싹을 키워내고 꽃을 피워내는 일. 자연히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볕이 드는 자리를 찾아 화분을 돌리고 썩은 잎을 속아내고 맞는 때에 물을 주는 일. 세심한 돌봄이 있어야만 향긋한 한철 꽃을 피워내는 일을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어렵지 않게 해냈다. 투박한 손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섬세하게 바라보고 안아주는 일을 평생처럼 해왔다. 베란다를 푸르게 물들여놓은 작은 정원 속 화분만이 아니다. 자그맣고 귀엽게 웃던 어린 두 딸에서부터 틱틱거리고 예민하기만 하던 사춘기를 지나, 이제는 제 삶을 책임지기 시작한 어엿한 어른이 된 두 딸까지. 키워내는 일이 힘들지만은 않았다고 말하는 우리 아버지. 그 마음을 손길을, 나는 언제쯤 헤아릴 수 있을까.









당신의 인디, 가랑비 @garangbimaker
/매일 한 문단을 남깁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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