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차안에서의 저녁잠

그 순간, 우리는 영화가 되고

by 가랑비메이커



삶은 쉼 없이 연속된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사진보다는 비디오에 가깝다. 그럼에도 지금, 여기를 지나온 모든 시간들은 하나의 움직임보다는 멈춰 있는 장면으로 기억되곤 한다. 연속된 움직임은 결국, 머물러 있는 장면의 길고 긴 연장이기 때문일까. 어떤 기억은 끔뻑하고 나면 다시 달라질 순간이, 그때의 색과 온도 그리고 향이 마치 박제된 것처럼 생생히 머리에 머물기도 한다. 이번에 다녀왔던 강원도 여행이 그랬다. 긴 드라이브와 기념할 만한 음식과 숙소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장면은 단 하나. 저녁을 먹은 뒤 쏟아지는 졸음을 피할 수 없어 간신히 찾아낸 어느 들판 앞 주차장. 거기에 차를 세워두고 <현대인을 위한 자장가>라는 피아노곡 앨범을 플레이하고서 잠에 들었던 순간. 의자를 힘껏 젖히면 그렇게나 아늑한 품이 된다는 것을, 6시가 될 즈음의 들판은 석양을 머금고 아름다운 빛을 띤다는 것을, 잠에서 깨어 서로를 바라볼 때 그 자체로 영화가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가장 아름답고 따듯했던 하나의 장면이었다.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당신의 인디, 가랑비 @garangbimaker
/매일 한 문단을 남깁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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