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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Apr 25. 2020

장조림과 보살핌

시큼한 맛까지, 이따금 그리워졌던 이유

  저마다 눈물 젖은 음식이 있겠다만, 내게는 장조림이 뚜렷한 이유 없이 어려웠던 음식이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를 하셨기에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은  사오거나 큰댁에서 받아오곤 했는데, 나는 외갓집과 친가에서 받아오던 장조림이 그렇게 좋았다. 아껴먹다가 시큼해지곤 하던  맛까지도 좋았다. 만들어보기 전까진  이유를 몰랐는데, 아닌 밤에 장조림을 만들어보니 알겠다.

   삶은 메추리알을 까고 꽈리고추를 돌려가며 포크로 작은 구멍을 내고 간장  큰술, 설탕  , 다시 맛간장  , 부지런히 간을 맞추고 약불로 졸이는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든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사랑과 보살핌이었다. 이따금 뜬금없이 떠오르곤 하던 이유를 이제 알았다.

    보살핌이 그리워지곤 했던 거다.  누구와 어떤 식사를 하다가도 문득, 손으로 집어 먹다 퉁퉁 튕겨 나갔던 장조림이,  오래된 정성들이. 이제는 내가 나를 위해 삶고 졸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나를 보살피며 나아가야만 하는 어른의 시간을 더는 미룰  없게 되었으니.








다섯권의 책을 냈어요.

문장과장면들, 가랑비메이커 많이 읽어주세요.

sentenceandscenes@gmail.com

https://www.instagram.com/garangbi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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