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큼한 맛까지, 이따금 그리워졌던 이유
저마다 눈물 젖은 음식이 있겠다만, 내게는 장조림이 뚜렷한 이유 없이 어려웠던 음식이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를 하셨기에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은 늘 사오거나 큰댁에서 받아오곤 했는데, 나는 외갓집과 친가에서 받아오던 장조림이 그렇게 좋았다. 아껴먹다가 시큼해지곤 하던 그 맛까지도 좋았다. 만들어보기 전까진 그 이유를 몰랐는데, 아닌 밤에 장조림을 만들어보니 알겠다.
삶은 메추리알을 까고 꽈리고추를 돌려가며 포크로 작은 구멍을 내고 간장 한 큰술, 설탕 한 술, 다시 맛간장 한 술, 부지런히 간을 맞추고 약불로 졸이는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그 모든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사랑과 보살핌이었다. 이따금 뜬금없이 떠오르곤 하던 이유를 이제 알았다.
그 보살핌이 그리워지곤 했던 거다. 그 누구와 어떤 식사를 하다가도 문득, 손으로 집어 먹다 퉁퉁 튕겨 나갔던 장조림이, 그 오래된 정성들이. 이제는 내가 나를 위해 삶고 졸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나를 보살피며 나아가야만 하는 어른의 시간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으니.
다섯권의 책을 냈어요.
문장과장면들, 가랑비메이커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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