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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May 30. 2019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 깊어지는 것들

매주 수요일 밤, 함께 마음을 썼던 우리를 보내며

2019/05/15 지난 수요일에 3월부터 진행했던 <오늘의 마음> 클래스가 끝이 났다. 14명으로 시작하여 10명의 멤버분들과 함께 했던 12주 가운데 6번의 모임의 출발은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가장 긴 호흡의, 가장 많은 인원과 함께하는, 가장 늦은 시각에 진행되는 클래스였다.


수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3시간을 약속한 모임이었지만 대다수의 모임은 10-20여 분 정도 더 길게 이어졌다. 길어졌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 했던 마음.” 함께 주제문을 나누고 그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어나가며 말문을 트고 마음을 열어두는 시간을 갖고 난 뒤에는 그 자리에서 각자가 가져온 필기구를 통해 에세이를 쓰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야기가 흐르는 속도와 깊이에 따라, 에세이를 쓰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수업 종료 시간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대다수가 고된 업무를 마치고 오는 직장인이었기에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첫 시간부터 마지막까지 “조금 더 시간을 줄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나 아쉬워하는 모습이나 상기된 모습으로 서둘러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을 통해 바뀌었다.


여섯 시간, 여섯 번의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글을 썼고 그 글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통해 낭독되었다. 하나의 주제였지만 그 이야기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삶의 조각도 그 삶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과 깊이도 모두 달랐기에 새로웠고 또 그만큼 사소한 우려도 있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각자가 각자의 색을 더욱더 짙게 가져가고 있으며 그 색들이 서로에게 조화롭게 안부를 묻고 위로를 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나는 그 그림을 바라보는 수요일 밤이 좋았다.



언제나처럼 이어질 것만 같았던 긴 여정이 끝이 나면서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수요일 밤의 여운을 담아 보냈던 수많은 메일이었다. 종강과 동시에 주고받았던 메일은 딱 50통이 되었다. 그 메일을 모두 펼쳐본다면 책의 한 챕터는 거뜬히 나오고도 남을 분량이다. 그 메일 속에서는 마주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생각들과 나눌 수 있는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지나, 마지막 모임이 있던 날. 함께 둘러앉아 롤링 페이퍼를 쓰던 우리에게 은주님은 홈페이지에 남겨둔 후기를 읽어주셨다. 그리고 수줍은 모습으로 선물을 전해주셨다. 요즘의 내게 정말 필요했던 텀블러와 따듯한 마음의 엽서였다. 마지막 모임이 스승의 날에 있기는 했지만, 이 모임에서의 나는 그저 멤버에 불과하다고 느꼈는데 작은 엽서에 그려진 카네이션이 참 쑥스러웠다.


마지막 모임을 마치고 근처 가게로 자리를 옮겨 그간 궁금했던 것을 서로 묻고 답하며 우리는 다음을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이 인연과 배움에 감사했다. 다른 사람의 낭독을 들을 때면 눈을 감는 것이 더욱 좋다는 것. 출출한 다른 멤버들을 위해 간식을 챙겨 오거나 헤어질 때 상쾌한 껌을 나눠 씹는 일은 참 다정하다는 것.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여도 주제를 묻고 사유하며 에세이를 쓰는 열정은, 글을 업으로 하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는 것.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만 줄이며 이들과 함께할 다른 저녁을 기대하기로.

(그리고 열흘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모임 방을 개설했다.)





https://forms.gle/2KLAEnqoDLTNrM9P8

*현재, 딥토킹에세이클래스 <쓰담> 4기*반 모집 중입니다. (위의 링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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