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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Mar 18. 2016

당신이 말하는 '오해'라는 이름

가랑비 장면집 #scene 2.


가랑비메이커 장면집

<언젠가 머물렀고 언젠가 놓쳐버린>

#scene 2. 당신이 말하는 '오해'라는 이름

                  눈빛에 대하여


나는 인상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건 사람 간의 묘한 심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 사춘기 시절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어 눈에 힘을 주고 다녔던 것도 아니다. 물론 일부러 웃는 얼굴을 하며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애썼던 편도 아니고.          


벌써 20여 년을 익숙하게 지내온 이야기들, 이제는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내 표정들을 새삼 다시 꺼내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며칠 전 밤, 그날의 장면에서부터.      

애들아, 인상파 오셨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그리고 묻어두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이름, 그걸 기어이 꺼내두고만 동창모임 때문이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교실들이 나에겐 여전히 차갑게만 느껴졌고 그런 이유에서 나는 이 모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구태여 시간을 내어 평소보다 오바되는 치장을 하고 누가 더 예뻐졌고 누가 더 능력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지에 대해 떠들고 싶지 않았다. 마음에 없는 일을 ‘누구나 그렇게들 하니까’ 라는 이유로 떠밀려하는 것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내겐 없는 일이었다. 그게 잘했다는 이야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해’라는 두음절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말하는 '오해'라는 이름
-눈빛에 대하여


어른이라는 위치에 서면서 나름대로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나라는 사람이 내고 싶은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그 시절’과는 달리, 사람들은 내게 따듯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게 기대고 싶어한다.          


그런 위치에 선 나는 그들을 ‘오해’ 했었다.


나라는 사람에게
그들은 왜 마음을 열었을까.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그리고 나를 '오해' 하려고 했다.    


그 마음들은 그간, 나를 따라다니던 시선들과는 많이 달랐다.


학창시절, 그 시간을 나는 ‘인상이 별로다. 기분 나쁘게 사람을 본다.’시작되어서 결국엔 ‘싸가지가 없어. 사람도 가려서 사귀고 애가 건방져.’로 번졌고 그렇게 나는 ‘인상이 더럽고 싸가지 없고 건방진 여자애’가 되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내가 내 목소리를 내기란 어려웠다. 그 차갑다는 인상 속,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들은 차가운 공기에 둘러싸여 함께 얼어붙고 말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에게 '이렇게 된 거, 정말 미워져볼까' 라며 어떤 도전을 했다거나 혹은 ‘오해’를 풀기 위한 어떤 노력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내 걸음을 떼어갈 뿐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다. '오해’는 ‘눈빛’으로 시작되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까.


그 시절, 가끔은 텅 빈 화장실에서 손을 닦다, 거울을 올려다보면 정말 기분 나쁜 얼굴의 내가 있는 것 같았다.


힘없이 뜨인 눈커풀이 나른한 듯, 기분 나빠 보였고 또 힘을 주면.....          




인상파. 달갑지 않은 그 세 글자가 다시 내게 닿기까지 나는 숱한 걸음을 떼었고 숱한 사람들을 만났고 또 숱한 밤을 지났는데 여전히 그들에게 남겨진 그대로였다.      


그 순간 묘한 슬픔과 안도가 나를 동시에 찾아왔는데 슬픔은 그들에게 더 이상이라는 것을 바랄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에서. 안도는 그들에게 이제야 찾은 내 목소리를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      


그럼에도 궁금했다. 그들은 알까,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면 그때 그 발랄함들이 그립다기보다도 위태롭게만 느껴진다는 걸, 누군가는 다시, 교복을 입고 교실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 공간이 지금, 여기의 공기보다도 차가웠다는 것을.


 그 이유 없는 감정들이 던져준
내 눈빛에 대한 ‘오해’라는 이름이,
지금의 내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했다는 걸



마주한 얼굴들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글쎄, 누가 그랬는데. 너 그때 음..어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던 것 아니야? 그냥 나는 그렇게 들었어./ 그래서.. 아, 그리고 그땐 너 눈 이렇게 안뜨고 다녔어. 얼마나 무서웠다고../그래 맞아, 나도 그랬던 것 같애.../


웃음이 났다. 이유 아닌 이유들에 묶여있던 시간들에게 비로소 조금은 할 말이 생겼다. ‘오해’라는 이름으로 나를 차가운 공기 속으로 밀어넣었던 너희들이 말하는 이 ‘눈빛’.


이제는 그 안에 담겨진 시선들에
누군가는 나를 찾아오고
또 안아주고 있으니 괜찮다고



그리고 이제는 내, 나른한 듯 혹은 건방져 보이는 이 눈빛이 조금도 밉지 않다. ‘대상’ 그 자체엔 언제나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았으니까.                                    

나는 가만히 또 따스한 것들을 담아낼테니까.


가랑비메이커 장면집

다음 이야기 #scene 3  언젠가 우리가 느린 걸음으로 마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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