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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Oct 24. 2015

가을과 함께한 표지 촬영

가랑비메이커 첫 단상집. #1 표지촬영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지금, 여기 뒷이야기]

#story 1

<가을과 함께한 표지 촬영>


*매거진의 이야기는 가랑비메이커의 단상집 작업과정에 따른 것임으로 불법 복사를 금합니다.



가랑비메이커, 표지 촬영 일부 (2015.10.03 하늘공원)

가을과 함께한 표지 촬영, 하늘공원 그리고 가랑비

 오랜 준비를 마치고 첫 단상집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을 준비하면서 마음 먹었던 것 철칙 중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가랑비, 나 자신의 손이 거치도록 해야겠다라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 테지만 일 벌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는 일단 무엇 하나 해야겠노라고 마음을 먹으면 일부터 열까지를 모두 내가 해야만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내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주기도 했지만 나의 첫 책, 오랜 꿈을 이뤄내는 순간에는 그것이 너무나 큰 행복이었고 또 행운처럼 느껴졌다.


 모두 내가 하고 싶다라고는 느꼈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기에 주변에 도움을 받아서 함께 하게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던 것 중에 또 하나는 바로, 곁에서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었다.


촬영 이후, 함께 표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정민이.
막연히 흘렸던 말들이 이렇게 다시 돌아, 우리 곁에 큰 설렘을 안겨주었다.

 서로의 글과 사진이 좋아, 만났고 그렇게 인연이 닿게 된 정민이와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 작업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내가 책을 낸다면 너에게 표지를 맡기겠다라고 콕 짚어 말하고는 그냥 그렇게 넘기기는 했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정말 이렇게 마주 앉아 책 표지 작업을 의논하게 되었다. (현재 정민이는 출판디자인을 배우고 있는 중)



첫 단상집, 표지촬영지 하늘공원 억새밭
 2015년 10월 03일 정민이와 함께한 표지촬영지 '하늘공원'


은 정말 잊지 못할 기억들을 남겨주었다. 처음 가본 곳이기도 했는데 오랜 시간 기대했던 책의 얼굴을 만들어 갔던 곳이라 아마 앞으로 몇 번을 더 찾게 된대도 그때 느꼈던 만큼의 설렘이나 행복은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촬영을 잠시 멈추고 산책 삼아 찾았던 전망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표지에 실릴 인물 사진은 단 하나였기에 큰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나머지 사진들 가운데 괜찮은 것들을 골라 책을 기대하고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께 엽서로 만들어 선물해드리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곳,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공개하기로!




긴장이 조금씩 풀렸을 때 들꽃과 함께 B컷.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 바람에 머리가 흩날려서 정리 하던 찰라에 찰칵!

사진을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좋아서 하는 일에는 불가능이라는 게 없다라는 것.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델로서 출중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몇 번의 촬영 경험이 있었지만 이때만큼이나 즐겁게 그리고 편안히 촬영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좋아서 하는 우리에게는
조금의 어긋남도 어설픔도 그저 좋다.


아직 억새축제가 있기 전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시선들을 의식하느라고 처음에는 과연, 오늘 안에 촬영을 시작할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목표가 뚜렷하고 또 나만큼이나 좋아서 하는 이가 곁에 있으니! 금방 극복할 수 있었다.



눈 부셨던 가을의 햇살

 촬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느꼈던 가을의 하늘은 정말 최고였다. 보정을 하기는 했지만 사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정말 깨끗하고 푸른 하늘이었다.


 그 하늘 아래억새풀만이 가득 채워져 있으니 정말 동화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곁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더라면 더 만끽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마저도 사랑스러웠던.


 이 순간이 있을 줄 모르고 썼었던 글 (단상집 수록)

낭비가 필요한 오후

얇은 스웨터 차림으로
끝없이 이어진 금빛 갈대밭을 걷고 싶어

걷다가 잠시 쉬어 음악을 듣고 다시 또 걷고 어디든 아무렇게나 앉아서 바람을 맞고 맡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그림자, 그리고 가랑비
그림자와 가랑비2
하늘공원의 해바라기 밭, 빛과 그림자 사이


하늘공원에는 억새밭 외에도 해바라기 밭이 있었는데 보기엔 너무 예뻤지만 가까이에 가면 벌들이 우글우글 걸려서 사진을 찍으려다 여러 번 실패했다.


그래도 해바라기와 사진 한 장 안남길 수 없어서 조금 얼어붙은 상태로 어깨동무를 해보았다.





 긴 시간 촬영하면서 하늘의 빛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맑고 푸르렀던 하늘이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억새밭을 붉게 물들였다.


 촬영을 끝내고 내려가려다가 문득, 정민이가 저곳을 발견하고는 '언니, 얼른 저기 가서 서봐요. 저기 정말  예쁘다.'라고 해서 이미 잔뜩 흥이 올랐던 나는 서슴없이 올라서서는 사진을 남겼다.


 가을이 머문 자리는 늘 새로운 옷을 입는 것 같다. 늘 지나던 곳이든 처음 찾게 된 곳이든 가을은 가을만의 옷을 남겨두고 간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
(표지 사진)

 촬영을 하면서 새삼 놀라웠던 것은 책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 타이틀이 담고 있는 메세지가 하늘공원에서의 순간들과 서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글을 지켜봐었던 이들은 익히 알고 있을테지만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나는 '지금, 여기'에 관한 글을 자주 썼다. 지나온 순간들과 다가올 순간들에 지금, 여기를 놓치지 않기를- 순간의 불안함과 또 그렇기에 숭고하기까지 한 순간들을, 그대로 만끽하기를 바라는 것이 나, 가랑비가 생각하는 가치관이다.


 하늘공원에서의 순간들도 그랬다. 시시각각 바람에 따라 바뀌는 억새의 모습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새롭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금빛 물결들.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르기까지의 순간에 따라 달라지던 그 모습들은 다른 순간들을 떠올릴 새도 없이 두 눈에 남기기에 바빴다. 그만큼이나 아름다웠고 순수했다. 다시 한 번, 지금-여기의 가치에 대해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했고 즐거웠던 촬영이었다.

지금 이야기를 읽어내려가고 있는 당신들의 그 찰라의 순간에도
숱한 의미들이 쏟아지고 있음을 기억해주길-
그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글쓴이 가랑비메이커 (@garangbimaker)

인스타그램 @garangbimaker

공식메일 imyourgarang@naver.com


*본 게시물의 불법 복사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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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표지촬영과 디자인에 수고해준 정민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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