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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Jan 03. 2018

영화<원더>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편견을 벗고 마음을 입는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거야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책장과 극장 사이]

#movie 11. <원더> *브런치 무비 패스 


*매거진의 모든 감상은 가랑비메이커의 개인적인 견해와 분석에 따른 것임으로 불법 복사를 금합니다.




원더  (2017)

Wonder



줄거리 “넌 못생기지 않았어, 네게 관심 있는 사람은 알게 될 거야” 헬멧 속에 숨었던 아이 ‘어기', 세상 밖으로 나오다!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어기'는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한다. 10살이 된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는 ‘어기'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왔지만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는 누나 ‘비아'도 ‘어기'의 첫걸음을 응원해준다. 그러나 첫날부터 ‘남다른 외모'로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사람들의 시선에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어기'는 27번의 성형(?) 수술을 견뎌낸 긍정적인 성격으로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변하기 시작하는데... (네이버 줄거리)





헬멧 속에 갇힌

어린 날들 



아동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엄마와 젠틀한 회사원 아빠 그리고 언제나 다정한 모범생 누나, 멋진 집. 누군가 어기의 주변 상황을 돌아본다면 예외 없이, 어썸!이라고 외칠 거다. 물론, 대다수의 시간을 캄캄한 헬멧 속에서 보내는 어기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기는 태어난 직후부터 건강상에 문제가 있어 숱한 수술을 받았고 그럼에도 얼굴에는 많은 흉터와 함께 기형적인 모습이 남겨졌다. 그런 어기를 누구보다 아끼는 가족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어느덧 초등학생이 된 어기. 밖의 시선에 한창 예민해질 나이가 된 어기는 가정 학습으로 인해 또래들과 어울릴 시기를 놓친 탓에 학교라는 공간이 너무도 멀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가족 품에서, 헬멧 속에서 보낼 수는 없는 법. 어기의 엄마는 염려를 무릅쓰고 어려운 결단을 하며, 어기를 학교라는 작은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편견을 벗고

진짜 친구가 되는 법



집 안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재간둥이 어기는 가족들 앞에서 제법 씩씩한 모습으로 등교를 마치지만, 낯선 모습의 어기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차갑기만 하다. 자신을 슬쩍 바라보고 피하는 친구들을 보며 어기는 마음껏 얼굴을 가리고 다닐 수 있는 할로윈데이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기가 학교생활을 하며 겪는 다양한 감정들이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연출된다. 영화 <원더>를 즐기는 하나의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슬프고 안타까운 상황들이 다정하고 위트 있는 시선으로 그려지는 게 이 영화의 강점이 아닐까. 




어기의 씩씩함과 가정에서 제대로 받은 교육으로 인한 똑똑함에 아이들은 조금씩 어기를 궁금해한다. 조금씩 마음을 열고 호감을 표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자신들과는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어기는 여전히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존재이다. 


그런데, 어기는 다르다. 
진짜 친구가 되고 싶어 졌다.





모든 관계의 처음은 서툴고 어렵듯이, 조금씩 마음을 열었던 어기에게도 몇 번의 폭풍 같았던 시간들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그렇게 조금씩 다치고 싸우며 커나가듯이 많은 오해와 시행착오들을 지난 뒤에, 어떠한 편견도 없이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


관계에 등 떠밀려 많은 것들을 놓치며 지냈던 연말에 만났던 영화 <원더>. 어기와 그의 친구들은 성인인 내게도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많은 걸 알게 되었다며 내 생각이 옳다는 착각으로 지내왔던 이십여 년. 

 

힘든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그 생각들이 편견에 가까운 고집들이었고 그로 인해, 알게 모르게 내가 준 상처들이 얼마나 깊게 파였을지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곁에는 어기처럼 보이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보이지 않은 상처를 안고 끙끙대는 이들이 많을 거다. 그들에게 부디 친절한 2018년이 되기를. 





모두에게나

사정은 있는 법




영화 <원더>가 정말 원더풀, 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주인공 어기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물들의 입장들 모두 담아냈다는 점이었다. 어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서사 속에서 그의 주변인으로 그쳤을지도 모를 이들의 이야기를 포착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오해들로 잠시 멀어져야 했던 친구의 입장, 못된 모습을 보이던 아이를 키워낸 상황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를 둘러싼 작은 갈등과 다툼에서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야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느 장면을 보며 누군가 못 됐고 누군가는 피해를 입었을 뿐이라고 단정 지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장면을 지나서 혹은 이전의 이야기들을 돌아본다면 분명 누구나 사정은 있는 법이다. 


결국, 누구도 쉽게 비난받아서는 안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친구로 대하기로 했다면 지켜내야 할 작은 규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화 <원더>는 이토록 따스한 시선이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여운이 남았던 건, 어기의 누나 비아의 입장이었다. 누구보다 남동생을 바랐고 아픈 어기를 볼 때마다 가장 마음 아파하는 착한 누나 비아. 비아는 어기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부터는 언제나 스스로 잘 해내는 아이가 되어야 했다.


부모님을 어기에게 양보하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할머니를 잃은 비아에게 찾아온 외로움의 시간. 만일 영화 <원더>가 보통의 영화처럼 주인공에게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채로 막이 내렸더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거다. 그러나 영화는 비아가 어기를 돌보며 느껴야 했던 감정들과 그 감정들을 성숙하고 아름답게 이겨내는 과정까지 담고 있다.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존재 (어기)와 그들에게 당연하듯이 보호와 배려를 아낌없이 해줬던 이들의 입장까지 돌아볼 수 있었던 따듯한 시간이었다. 언젠가 우리가 누군가에게 따스한 마음들을 받았을 때 우리는 그 이면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따스함을 전해주며 조금씩 식어갔던 누군가의 뒷모습을, 기억할 줄 아는 새해가 되기를.


영화를 보는 내내 다정한 시선과 감동적인 전개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따스하고 후련한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 슬픔의 눈물을 거두고 안도와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며 새로운 관계들을 기대해보기를. - 영화 <원더> , 가랑비메이커 리뷰









인디작가 가랑비메이커의 영화칼럼 <극장과 책장 사이>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과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을 펴냈습니다. 언제나 문장과 장면들을 사랑하며 다양한 글쓰기와 만남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instagram.com/garangbimaker

https://blog.naver.com/imyourg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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