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그녀는 이 호텔 방을 찾아왔을까요. 방이래야 TV도 창문도 없습니다. 벽시계도 보이지 않고 그림도 한 점 걸려 있지 않습니다. 싯누런 벽지에 형광불빛만 방안 가득합니다. 녹색 밸벳 의자에 겉옷은 던져져 있고 구두는 편한 데로 벗어놓아 한 짝은 넘어져 있습니다. 검은 모자도 검붉은 옷장 위 끄트머리에 간당하게 걸려 있습니다. 큰 한숨 한번 내쉬면 바닥으로. 툭 떨어질 듯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기를 방치한 거나 같습니다. 무엇보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의 손바닥에 펼쳐진 책입니다. 그녀는 이 호텔방에 책을 읽으러 왔을까요. 혼자서 집을 나와 호텔 방에 묵으면서 책을 펼쳐 두고 있다는 것은 우리로써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펼쳐진 책은 목차나 머리글 혹은 소설의 도입부나 될까요.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는 책은 무릎 아래로 툭 떨어질 듯 , 그녀의 시선에서 비스듬히 비껴 나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세상 그 무엇에도 기억되어 있지 않고 관계 맺지 않고 있습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처럼 자고 일어나면 벌레로 변해 버릴 것입니다. 안색은 칠흑 같고 깊은 외로움에 젖어 있습니다. 그녀가 고독하다면 책은 읽히겠지만 외롭기 때문에 책을 펼쳐두고 있는 겁니다. 누가 가서 저 여인의 방문을 두드려주세요. 꽃이라도 한 송이 박카스나 캔커피 한병 들고 가서 마주 앉아 주세요. 그녀가 잠들어서 벌레가 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