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무에게

by 일뤼미나시옹


여름 나무는

발등이 시려본 적 없겠지?


자꾸 발등이 시려.

잠 잘 때도 발이 시려서 발등을 방바닥에 닿고 자야 해

발등을 묻을 땅이 있다는 게 참 부럽네


원곡리 노인정 마을 할머니들 소파에 앉아

발등을 홑이불에 묻고 앉아 있는 거 보면서

할머니들이 지하의 어디 뿌리를 더듬는가 했지


발이 더워 잠잘 때 이불밖으로 쫓겨났던 발

이제 이불 안에서도 등이 시려워

몸의 정반로 붙어 있는 발등을 위해

엎어져 잠을 자야 한다.


발이 따뜻하게 데워질 때까지

엎어져 왜 발등이 시린가 골똘해보지만

발등이 데워지려면

오랫동안 방바닥의 온기를 머금어야 데워지는 발등


발등을 땅에 묻어 두고 섰는 여름나무들이란

겨우내 시린 발을 홑이불에 묻고 웅얼웅얼

몸냄새 풍기며 이야기 나누는 할머니들의

옛이야기 풍경이었나

소싯쩍의 싱그런 청춘의 이야기 같은 것이었나.